문 안 만드는 1형, 문 못 여는 2형…당뇨의 두 얼굴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분비되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다. A-체인이라 불리는 펩타이드와 B-체인이라 불리는 펩타이드가 두 개의 이황화물로 연결된 형태로 총 아미노산이 51개에 이르고 분자량은 5,784에 이른다. 모든 호르몬 중에 분자량이 가장 크고 복잡하다.
체내에서 생산될 때에는 분자 6개가 결합된 헥사머 형태였다가 단량체인 모노머로 분해되어 생체활성을 갖는다. 백색 결정체 형태이고 물에 잘 녹고 희석된 무기산 용액에도 잘 녹는다. 알코올과 클로로포름, 에테르에서는 잘 녹지 않는다.
한마디로 인슐린은 혈당을 내리는 호르몬이다. 음식을 섭취하여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면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이것을 인지하여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액 속의 포도당을 간과 근육으로 흡수시켜 글리코겐으로 바꾸는 일을 한다. 이로 인해 혈당이 내려가고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하게 된다.
인슐린의 반대 역할을 하는 호르몬은 글루카곤이다. 공복이 오래 지속되어 혈당이 너무 낮아지면 췌장의 알파세포에서 글루카곤을 분비한다. 글루카곤은 간으로 가서 저장해둔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꾼다. 포도당이 혈액으로 나오면 혈당이 올라간다.
정상인은 혈액에 늘 적당량의 당이 있고 이를 분해하기 위한 인슐린도 적당량 분비된다. 이렇게 분비되는 인슐린을 '기저 인슐린'이라고 한다. 또 정상인은 식사 후 혈당이 올라갈 때마다 이를 분해하기 위해 많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한다. 이것을 '식후 인슐린'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상적인 인슐린 분비 패턴은 일정한 기저 인슐린을 유지하면서 식사 후 혈중 포도당이 높아질 때마다 높이 치솟는 형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인슐린이 췌장에서 잘 안 만들어지거나 만들어져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잘 활용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당뇨병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혈당이 높이 치솟고 분해되지 못한 포도당이 온몸을 돌면서 피를 끈적끈적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혈관에 염증이 생기고 좁아지거나 막혀서 전신에 걸쳐 여러 가지 합병증을 낳게 된다. 망막병증(망막의 순환장애로 시력이 저하되는 병), 심근경색, 신부전증, 뇌졸중, 당뇨발 등이 대표적이다.
당뇨는 유전적 소인도 있지만 식습관과 생활습관, 그리고 노화와도 관련이 깊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당뇨 발병률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30대의 발병률은 3~4% 정도이지만 40대에 이르면 11%, 50대에 이르면 16%, 70세 이상이 되면 32%에 이른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당뇨병 환자수는 605만 명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 곧 당뇨가 될 당뇨전단계 인구가 약 1,600만 명이라고 하니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당뇨를 앓거나 당뇨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국제당뇨연맹은 현재 20~79세 세계 성인 인구의 10.5%가 당뇨이고 이 추세대로라면 2045년경이면 전세계 7억 명, 성인 8명 중 1명이 당뇨 환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바야흐로 '당뇨 팬데믹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슐린이 하는 일은 사실 매우 단순하다. 인슐린은 화학적으로 신호전달 단백질이다. 혈당이 높은 환경이 되면 자연스럽게 혈액으로 흘러나와서 마치 열쇠가 열쇠구멍에 들어가듯이 세포 표면의 수용체와 결합한다. 이것을 신호로 세포의 포도당 출입문이 활짝 열린다. 곧바로 포도당을 운반하는 GLUT 수송 단백질들이 몰려와서 포도당을 안전하게 세포 안으로 옮긴다.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는 인슐린의 이런 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인슐린이 아예 안 만들어져서 포도당 출입문을 열 수가 없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인슐린이 만들어지긴 하는데 수용체와 인슐린이 서로 반응하지 않아서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인슐린이 아예 안 만들어지는 것이 1형 당뇨병이고, 만들어지긴 하는데 문을 못 여는 것이 2형 당뇨병이다. 둘 중 더 무서운 것은 당연히 1형 당뇨병이다.
1형 당뇨는 유전적 요인이 가장 커서 막을 수도 없고 관리도 어렵다. 보통 소아기와 청소년기에 발병하는데, 심한 케톤산증(고혈당으로 소변에 케톤산이 쌓이는 증상)으로 혼수상태를 경험하고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지경이 되었다는 건 실제 발병은 훨씬 전이라는 뜻이다.
1형 당뇨는 백혈구가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베타세포가 거의 다 파괴된 상태여서 인슐린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상태다. 평생 복부주사 혹은 인슐린 펌프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고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
하지만 투여하는 인슐린 용량과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양을 정확히 일치시키기 어렵고 환자들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식욕을 조절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로 인해 고혈당 혼수로 병원에 실려가거나 저혈당 쇼크가 와서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형 당뇨는 워낙 흔해서 나이 들면 당연히 얻게 되는 훈장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사실 2형 당뇨도 결코 쉬운 병이 아니다.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는 약을 잘 복용하고,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사를 실천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관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관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췌장의 기능이 악화되면서 저항성은 점점 심해지고, 체력이 약해져서 식사와 운동 관리가 어려워진다.
보통 발병으로부터 10년 정도가 지나면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나타나고 이후로 심혈관 질환, 신장질환, 신경손상, 뇌혈관질환, 족부질환(당뇨발) 등의 합병증이 하나씩 나타나게 된다.
2형 당뇨 역시 저혈당이 가장 위험하다. 저혈당은 혈당 수치가 혈액 1데시리터당 70mg 이하로 떨어지는 상태를 뜻하는데 발한, 떨림, 정신적 혼란, 발작뿐만 아니라 실신,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혈당이 정상 이하로 떨어질 때마다 췌장의 알파세포가 글루카곤을 조금씩 분비해서 혈당을 제자리로 올린다.
하지만 당뇨 환자는 혈당을 분해하기 위해 복용 혹은 투여하는 약물 자체가 글루카곤 분비를 막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높아지는 혈당을 내릴 수는 있지만 떨어지는 혈당을 올리지는 못한다.
저혈당은 엄청난 응급상황이므로 당뇨 환자들은 저혈당에 대비해서 사탕 같은 것을 늘 휴대하고 조금이라도 어지럽거나 부들부들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섭취해야 한다. 혼자 힘으로 당을 섭취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일 때에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서 콜라나 오렌지주스 같은 당함량이 높은 음료를 마셔야 한다. 코에 분사하는 글루카곤 스프레이를 휴대하는 방법도 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