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산증식 어디까지…쿠팡 투자·중동 사업 '도마'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자계좌를 통해 쿠팡 주식을 보유·거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통령의 자산 운용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외교정책의 핵심 무대였던 중동에서 가상자산과 부동산 브랜드 사업 등을 통해 3억달러(약 46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통령의 정책 결정과 개인 및 가족 사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수입은 22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했다.
4일(현지시간) 미 정부윤리청(OGE)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계좌 운용사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쿠팡 주식을 18차례 매입하거나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투자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한미 간 민감한 통상·정보보안 현안의 당사자인 쿠팡 주식이 대통령 자산에 포함됐다는 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나 조사 결과가 주가에 영향을 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자산을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쿠팡의 연결고리도 드러났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해 쿠팡으로부터 강연·자문 사례금을 받았고,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도 취임 전 쿠팡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신고했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공개했고, 백악관도 한국 정부가 쿠팡을 특정해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팡은 올해 1·4분기에만 로비자금으로 109만달러를 지출하며 국무부와 재무부, 상무부, USTR 등 주요 부처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결국 쿠팡 문제는 단순한 개별 기업 규제 논란을 넘어 미국 행정부와 의회, 대통령 개인 자산까지 얽힌 복합 현안으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최대 수익원은 가상자산 사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가족이 참여한 가상자산 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의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 2억63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거래 상대방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친동생이자 국가안보보좌관인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드 알 나흐얀이 지원하는 투자기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일가는 2024년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을 설립해 초기 지분 75%를 보유했다. 이후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했고, 자체 토큰 판매를 통해서도 5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자신의 밈코인 '$TRUMP' 사업으로 6억3500만달러(약 97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블록체인 분석업체 난센 자료를 인용해 이 코인을 매입한 약 148만개 지갑 가운데 약 99만개가 손실을 기록했으며 누적 손실액은 38억1000만달러(약 5조8000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TRUMP'는 5일 현재 약 1.8달러에 거래되며 최고가인 약 75달러 대비 97% 이상 하락한 상태다.
부동산 사업도 빠르게 확대됐다. 트럼프그룹은 직접 부동산을 개발하기보다 개발업체에 '트럼프' 상표를 빌려주고 브랜드 사용료와 분양 수익 일부를 받는 라이선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UAE, 오만의 개발업체들은 트럼프 브랜드 사용 대가로 3800만달러의 라이선스 수수료를 지급했다. 해외 라이선스와 개발사업 전체 수입은 5900만달러였다. 카타르에서는 정부 국부펀드가 소유한 부지에서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코스와 트럼프 빌라가 포함된 대형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서도 트럼프 브랜드 프로젝트가 확대되고 있다. 두바이의 다막(Damac)그룹도 향후 프로젝트를 위해 라이선스 비용 1000만달러를 지급했다.
WSJ는 트럼프 일가의 사업 확대 시기와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 강화가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UAE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산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연간 최대 50만개 수입할 수 있는 협정을 체결했고, 카타르는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 중인 항공기를 미국에 제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카타르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반면 백악관은 "이해충돌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기업이 아니라 미국 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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