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브라보' 쏟아진 나탈리아 로만의 산투차…솔오페라단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이 공연]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솔오페라단 창단 20주년 공연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 장면. 솔오페라단 제공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 장면. 솔오페라단 제공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 장면. 솔오페라단 제공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 장면. 솔오페라단 제공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 장면. 솔오페라단 제공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 장면. 솔오페라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욕망은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지만, 때로는 비극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이한 솔오페라단이 3~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라벨의 희극 오페라 '스페인의 시계'와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한 무대에 올리며, 같은 욕망이 웃음이 되기도 하고 비극이 되기도 하는 인간의 아이러니를 그려냈다.

솔오페라단 창단 20주년 기념작

이번 무대는 기존의 관행을 깨는 신선한 시도로 포문을 열었다. 통상 루지에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와 짝을 이루던 오랜 관습을 탈피하고, 프랑스 인상주의 거장 모리스 라벨의 단막 희극 오페라 '스페인의 시계'와 함께 묶는 '더블 빌(동시 상연)'을 선보인 것이다. 욕망을 키워드로 하되 코믹 오페라 뒤에 이어지는 격정적인 비극은 그 대비만큼이나 강렬했다. 특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완성도 높은 무대로 객석의 '브라보'를 이끌어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왕이나 귀족이 아닌 평민들의 사랑과 질투, 복수, 명예를 사실적으로 그린 베리스모 오페라의 대표작이다. 이번 프로덕션은 두 남자 투리두와 알피오의 결투와 복수보다 투리투의 약혼녀 산투차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 사랑이 배신으로, 절망이 분노로, 다시 후회와 죄책감으로 이어지는 심리극에 가까웠고,그 중심에는 산투차 역의 나탈리아 로만이 있었다.

그는 첫 등장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투리두와 그의 옛 연인이자 알피오의 아내인 롤라 사이 사랑의 세레나데가 흐른 뒤,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듯 창백한 얼굴로 팔을 감싼 채 무대에 선 모습만으로도 산투차의 불안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직 노래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의 첫 아리아를 기다리게 된다.

마침내 연인 투리두의 어머니 루치아를 찾아가 그의 행방을 묻는 아리아 '어머니도 아시다시피'가 시작되자 기대는 곧 몰입으로 이어졌다. 종교적 보수사회에서 버림받은 한 여인의 수치심과 두려움, 연인을 향한 배신감과 애증이 한데 뒤엉켰고, 어느새 그의 감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인상적인 것은 가창만이 아니었다. 풍부한 감정 연기뿐 아니라 몸짓 하나까지 음악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고도의 치밀함이 느껴졌다. 덕분에 산투차는 전형적인 비극의 여주인공이 아니라 사랑과 배신, 후회와 죄책감 사이에서 무너져가는 한 인간으로 살아났다. 그의 비통함이 설득력 있게 전달되면서, 끝내 알피오에게 진실을 폭로하는 선택마저 쉽게 공감되며, 비난할 수 없게 된다.

영화 '대부 3' 마지막 장면에 사용돼 더욱 유명한 간주곡(Intermezzo)은 산투차의 침묵과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슬픔과 비극의 정서를 극대화했다.

이날 로만과 호흡한 세 주역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사랑과 욕망에 흔들렸던 투리두의 다채로운 감정을 오간 테너 김진훈, 힘 있는 노래로 존재감을 발휘한 바리톤 '알피오' 역 우주호 그리고 붉은 드레스처럼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메조소프라노 황현희 등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산투차와 투리두, 산투차와 알피오가 각각 펼치는 두 차례의 이중창도 사랑과 절망, 분노가 치열하게 부딪히며 성악가들의 뛰어난 호흡을 보여줬다.

부활절 행렬과 합창은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다. 어린이 배우를 포함한 100여 명의 출연진이 만들어낸 웅장한 합창은 객석을 압도했다. 신앙의 환희와 인간의 욕망, 공동체의 축제와 한 여인의 절망이 한 무대에서 교차하며 작품의 비극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투리두가 죽었다'는 외침 뒤 이어지는 산투차의 깊은 탄식은 한순간의 선택이 낳은 비극과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담담하게 전하며, 공연이 끝난 뒤에도 긴 여운을 남겼다.

홍석원 지휘자는 이날 단막 오페라 특유의 빠른 전개 속에서도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했다. 성악과 오케스트라의 균형을 안정감 있게 이끌었고, 부활절 합창의 장엄함과 간주곡의 서정성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작품의 정서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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