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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CPSP 사업, 독일에 밀려..."K-잠수함의 저력·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K-방산 상생 동맹', 원조국과 대등 경쟁 펼쳐  
이용철 청장 "CPSP 도전 발판, 축적된 노하우로 방산수출 기획 정교화"
현지화 전략 및 방산 AI 대전환 추진, 폴란드·필리핀 차기 전선 정조준

장보고 III Batch-2(장영실급) 잠수함. 세계 최고 수준의 3600t급 디젤 잠수함이다. 리튬전지 체계를 탑재해 잠항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소나 및 전투체계가 국산화·고도화되어 표적 탐지 및 은밀 타격 능력이 극대화되었다. 수직발사관(VLS)이 10문으로 늘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 등 전략적 타격 능력이 대폭 강화된 것이 핵심 특징이다. 한화오션 제공
장보고 III Batch-2(장영실급) 잠수함. 세계 최고 수준의 3600t급 디젤 잠수함이다. 리튬전지 체계를 탑재해 잠항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소나 및 전투체계가 국산화·고도화되어 표적 탐지 및 은밀 타격 능력이 극대화되었다. 수직발사관(VLS)이 10문으로 늘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 등 전략적 타격 능력이 대폭 강화된 것이 핵심 특징이다. 한화오션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해상 무기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로 주목받던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에서 한국의 '팀코리아'가 지정학적 진영 안보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분패했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신형 잠수함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전통의 잠수함 강국인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를 낙점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방위사업청은 오타와 측의 정무적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과거 기술 도입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원조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겨루며 K-방산의 기술적 체급을 글로벌 시장에 선명히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발자국을 남겼다고 진단했다.

■기술과 납기 앞선 K-잠수함, '나토 블록 안보' 벽 높았다
최대 10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은 노후화된 기존 빅토리아급 추진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차세대 디젤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국내외 방산 전문가들은 이번 수주전의 당락이 무기의 하드웨어적 우열보다는, 격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 '블록화된 안보 동맹 논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한국의 '도산안창호급(KSS-III)' 변형 모델은 독일의 'Type 212CD'에 비해 가성비와 기술력 측면에서 명확한 차별성을 입증했다. 특히 잠수함 전력 공백이 심각한 캐나다 해군의 특성상 한국의 '정확한 납기 관리 역량'은 막판까지 강력한 경쟁력이었다. 독일 기종이 다국적 공동 프로젝트로 묶여 생산 주기 지연 우려가 제기된 반면, 한국은 실전 배치되어 가동 중인 최신예 함정의 독보적 신뢰성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두 기종에 내포된 '군사 교리 및 방산 사상'의 차이가 캐나다 의사결정권자들의 정무적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관측했다. 한국의 KSS-III는 수직발사관(VLS)을 갖추고 탄도미사일(SLBM)을 쏟아붓는 강력한 '공격형 빅펀치 사상'의 결정체다. 반면 독일의 Type 212CD는 얕은 바다에서 러시아 원자력 잠수함을 은밀히 감시하기 위해 무장을 어뢰로 제한하되 장기 매복하는 '정밀 스텔스 사상'에 기반하고 있다. 러시아·중국과의 전면적 타격 대립 구도를 부담스러워하는 캐나다 내 관료들에게 한국의 압도적인 공격 능력이 도리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캐나다는 같은 나토 회원국인 독일·노르웨이의 차세대 잠수함 생태계에 합류하는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나토 표준 상호운용성의 장벽이 인도·태평양 중심의 한국 방산 패키지를 막판에 가로막은 것으로 평가된다.

■결과 넘어선 헌신, 빛났던 민·관·군·기업의 총력전
이번 프로젝트에 한국이 최종 계약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국내 방산 역사상 전례가 없는 범국가 차원에서 '팀코리아'를 이루어 총력전을 전개했다는 측면에서 전문가들의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국내 방산 역사상 전례가 없는 대형 해상 무기 수출을 위해 국내 양대 조선사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소모적인 경쟁을 내려놓고 전격적인 'K-방산 상생 동맹'을 구축, 원팀으로 움직인 점은 대한민국 방산 생태계의 성숙함을 보여준 긍정적인 요인이란 평가다.

실제로 팀코리아의 행보는 지난 5월 대한민국 최신예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태평양을 직접 횡단해 캐나다 빅토리아 해군기지에 성공적으로 닻을 내리면서 정점에 달했다. 1만㎞가 넘는 대양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항해를 통해 우리 플랫폼의 작전 지속성과 잠항 안정성을 캐나다 안마당에서 실물로 완벽히 입증해 낸 것이다.

이러한 군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캐나다 현지에서 오타와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밀착 마크하며 대한민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직접 전개했다. 동시에 김경률 해군참모총장은 북미 최대 방산전시회(CANSEC) 현장을 직접 지키며 한국 해군의 독보적인 잠수함 실전 운용 노하우를 캐나다 군 수뇌부에 브리핑하는 등 우리 기업들의 기술 신뢰도를 후방에서 강력하게 엄호 사격했다.

여기에 한국과 캐나다 해군 군악대의 합동 보훈 공연 등 6·25 참전국을 향한 뭉클한 소프트 파워 외교까지 정교하게 어우러지며 캐나다 전역에 한국 방산의 품격을 각인시켰다. 수십조 원의 조달 계약을 따내기 위해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 국가적 진심을 전달하려 했던 민·관·군·기업의 일체화된 노력은, 비록 진영 안보의 벽에 막혀 외교적 결실로 직결되지는 못했으나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총체적 안보 역량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K-방산,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소중한 '방산 나침반'
캐나다의 문은 닫혔지만,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CPSP 도전을 통해 축적한 수출 노하우와 국가적 연대 체계가 향후 더 큰 시장을 열어젖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과거 독일로부터 잠수함 제조 기술을 도입하던 기술 수입국 대한민국이, 이제는 성능과 납기 등 모든 기술 능력 면에서 잠수함 원조국과 대등하게 어깨를 겨루며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방산 기술의 비약적인 성장을 증명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역시 이번 입찰 결과를 단순한 실패나 좌절로 남기지 않고, 글로벌 방산 4강 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정교한 로드맵을 세웠다. 당국은 지경학적 불리함을 기술적 초격차로 정면 돌파하기 위해 '방산 인공지능(AI) 대전환' 체제를 신속하게 가동하여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기술 격차를 확고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해외 현지 규제와 장벽을 부술 획기적인 '현지화 맞춤 전략'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 청장은 "이번 CPSP 입찰 과정은 한국 잠수함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한-캐나다 방산 협력의 거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계기였다"며 "경쟁 과정에서 축적한 귀중한 경험과 교훈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향후 대형 방산 수출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고,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체계를 상시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K-잠수함의 시선은 새로운 돌파구로 향한다. 해군 전력 현대화 조달 사업이 구체화되고 있는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이미 한국산 함정 생태계가 탄탄히 안착해 후속 군수지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필리핀, 페루, 그리고 한국 방산에 대한 신뢰도가 정점에 달한 폴란드의 차세대 '오르카(Orka) 프로젝트' 등이 K-방산의 집념 어린 다음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5월 26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서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부 장관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5월 26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서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부 장관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왼쪽)이 지난 5월 26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과 면담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왼쪽)이 지난 5월 26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과 면담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왼쪽)이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 기지에서 열린 국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과 호위함 대전함의 입항 환영식에서 캐나다 6·25 전쟁 참전용사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왼쪽)이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 기지에서 열린 국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과 호위함 대전함의 입항 환영식에서 캐나다 6·25 전쟁 참전용사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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