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父도 경찰, 수사팀도 연루 의혹…'장윤기 사건'에 경찰 신뢰 타격
부실수사 논란 넘어 경찰 신뢰 문제로
내부통제 장치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
권한 확대되는 상황서 책임성 강화해야
[파이낸셜뉴스] '장윤기 사건' 초동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조직적 은폐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형사사법체계 변화를 앞두고 경찰이 책임성과 내부통제를 강화해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8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법은 이날 장윤기 사건 담당 수사팀장인 박 모 경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박 경감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5월 5일 장윤기가 범행 전후로 사용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케이블타이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수사팀원도 증거인멸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 부실수사 논란을 넘어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피의자 부친이 현직 경찰인 데다 초동수사를 맡은 수사팀 관계자까지 증거인멸 의혹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그간 일부 경찰관이 수사정보 유출 등으로 적발된 사례는 있었지만,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가족과 수사팀이 조직적 은폐 의혹에 함께 연루된 것은 극히 드문 사례라는 평가다.
경찰은 이 같은 수사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해 내부 통제 장치를 두고 있지만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경찰청은 반부패 대책 일환으로 '사적접촉 통제제도'와 '사건문의 금지제도'를 운영 중이다. 사건 관계인과 부적절한 접촉을 제한하고 내부 직원 간 사건 문의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통제 장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이미 강남경찰서에서도 (피의자에게 수사 정보를 전달하는)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며 "경찰 조직이 내부 통제를 통해 경찰관의 일탈이나 비리를 감시·감독하겠다고 해도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면 이건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찰 청렴도에 대한 우려도 이미 제기된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경찰청은 전년보다 한 단계 하락한 최하위 5등급을 받았다. 부패 인식과 경험을 측정하는 '청렴체감도'는 전년과 같았지만, 반부패 노력을 평가하는 '청렴노력도'가 4등급에서 5등급으로 떨어지면서 종합청렴도 역시 하락했다. 여기에 장윤기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날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장윤기 사건의 초동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사죄드린다"며 "수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확인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도록 지휘부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수사가 시민의 신고와 제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신뢰 하락이 치안 시스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사건 해결에 필요한 시민 협조가 위축되고, 사회적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경찰 권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내부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경찰에 대한 신뢰에 큰 타격을 준 사안"이라며 "인적 네트워크가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수사경찰 인사를 별도로 운영하거나 수사경찰에 대한 보다 엄격한 관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경찰이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환경과 관리·감독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은 광역수사대나 다른 시·도청에서 수사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감찰·심의기구도 외부 인사를 모집해 보다 객관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