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더 촘촘해지는데… 중소·중견기업 75% "법무인력 없다"
대한상의, 300곳 조사 결과
35% "필요시 외부자문 의존"
10곳중 2곳 최근 3년간 처벌
"몰라서 위반" 응답 43% 달해
가이드라인·유예기간 확대 시급
#. 가전제품 제조 중견기업 A사는 하도급 법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법무 담당자는 없고, 재무 담당 직원 1명이 업무를 병행하던 터였다. 대신, 연간 수천만원을 들여 외부의 법률자문서비스를 받고 있었지만,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하도급 관련 법령은 세밀한 부분까지 알지 못하면 어디서 문제가 생기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법, 하도급법, 노무 및 안전, 환경 관련 기업 법·규제가 최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나 국내 중소·중견기업 4개사 중 3곳은 법무 전담 직원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규제 합리화 노력과 더불어 법률 제·개정 과정에서 중소·중견기업계 현실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중소·중견기업 법·제도 대응역량 및 애로사항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300개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75.3%가 전담 법무조직이나 법무 담당 인력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 가운데 35.3%는 '전담 인력이 없어, 필요시 외부자문에 의존한다'고 답했으며, 22.7%는 '타 부서 인력이 법무 업무를 병행한다'고 밝혔다. '별도의 대응체계가 없다'고 답한 기업도 17.3%에 달했다. '법무 전담 조직과 인력을 모두 보유 중'이라는 답변은 14.0%, '전담 인력만 두고 있다'는 10.7%에 그쳤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 83.5%가 법무 전담 조직·인력을 두지 않았고, 중견기업의 경우 59.0%가 같은 답변을 내놨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법무 대응 체계가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상의는 응답기업의 법무 전담 인력은 평균 0.7명에 그쳤으며, 중소기업은 0.4명, 중견기업은 1.3명 수준에 불과해 기업 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이슈를 챙기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소·중견기업 10곳 중 2곳(17.0%)은 '최근 3년간 법률·규제를 지키지 않아 벌금 등 행정제재 및 형사처벌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입법 과정에 대한 관여도 역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법·제도가 도입되거나 변경될 때의 통상적 인식시점'을 묻는 질문에 52.7%가 '법·제도가 시행된 이후에 인지한다'고 응답한 반면, '입법 예고, 국회 심의 단계부터 인지하고 모니터링 한다'고 답한 기업은 13.7%에 불과했다.
제재나 처벌을 받은 사유를 보면, 자사 적용 여부·이행방법을 잘못 해석했거나(31.3%), 법제도 신설·개정 사실을 몰랐던 경우(11.8%) 등 '법령 인지·해석' 관련 응답이 43.1%로 많았다. 이 밖에 △업계관행으로 준수가 어려웠음(33.3%) △대응 전담인력 부족(11.8%) △시설투자·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5.9%) 등이 지목됐다.
중소·중견기업의 법·제도 대응 역량 강화 위한 정책과제로는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법령 가이드라인(이행방법 해설서) 마련(51.0%, 복수응답) △법 시행전 충분한 유예기간 보장 및 사전예고 강화(47.0%) △저비용 법률 상담·자문서비스 확대(44.3%) △법제도 대응 방안에 대한 교육·세미나 확대(29.0%)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 지원(18.0%) 등을 차례로 꼽았다.
강호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중소·중견기업 경우 법령에 대한 인식 부족이 의도치 않은 법 위반으로 이어지고 있어 법령 해설 가이드라인 마련과 홍보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21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중소·중견기업 300개사 (중소기업 200개사, 중견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전화 및 이메일, 팩스를 통해 진행됐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