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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視角] 가짜뉴스방지법, 밀어붙이면 되나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구순 IT 대기자
이구순 IT 대기자

20여년 전 인터넷에 갑자기 '연예인x파일'이라는 괴문서가 나돌았다. 사람들은 킥킥거리며 넘겼지만, 정작 문서에 이름이 오른 연예인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이어졌다. 정부는 인터넷상의 언어폭력,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를 사이버폭력으로 규정했다. 정부와 국회는 악성 댓글로 유포되는 사이버폭력을 막겠다며 2006년 인터넷에 의견을 표시하려면 신원을 확인하도록 하는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법을 시행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당시 재적의원 179명 중 169명이 찬성표를 던질 정도였다.

2009년 유튜브가 실명제 적용을 거부하며 아예 한국 계정의 업로드를 막아버렸다. 이때부터 한국 유튜브 이용자들이 계정 국가를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바꾸는 편법을 쓰기 시작했다. '사이버 망명'의 시작점이다.

사용자의 실명을 확인하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급증했다. 실명제가 도입된 2007년 2만5965건에서 2008년 3만9811건으로 53%나 늘었다. 주민번호가 쌓여있으니, 이를 노린 범죄가 늘어난 것이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2012년 인터넷실명제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만큼의 공익 효과가 없다는 이유다.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은 쌓이고, 국민의 자유는 제한하는 법을 만들기 전에 국민의 의견을 꼼꼼하게 듣고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쳤더라면 5년간의 혼란과 실패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2026년 7월 7일 가짜뉴스방지법(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개인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취지는 분명 옳다.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와 영상이 넘쳐난다. 조회수를 노린 허위정보로 큰돈을 버는 사이버렉카는 물리적 폭력보다 무섭게 사람을 해친다. 피해자는 치명적 피해를 입는데, 법적 구제는 너무 더디다. 이런 현실에서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막고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이 절실하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법률에는 '현저히 훼손' '공공의 이익 침해' 같은 모호한 문구를 남겨두고, 정작 판단은 인터넷 사업자들의 몫으로 떠넘겼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결국 인터넷 사업자가 알아서 문제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가려두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피해보상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법원 판단에 맡겨 피해구제도 못하는 구조 아닌가 싶다. 이 구조가 애초 사이버범죄를 막을 법의 절실함과 맞아떨어지는지 의문이 든다.

게다가 법 시행 전부터 온라인에는 '7월 7일 극복법' 같은 생존 매뉴얼이 퍼졌다. 국민동의청원엔 14만명 이상이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 정도면 또 우리 네티즌들은 사이버 망명처럼 법을 피해갈 편법을 만들어낼 것이다.

결국 정작 잡아야 할 사이버렉카는 해외 서버 뒤로 숨고, 국내 이용자와 언론만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져 이번 정보통신망법도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은 쌓이고, 국민의 자유는 제한하는 법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찬성과 반대 측이 폭넓게 참여하는 공청회 한번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을 개정하고 시행까지 와 버렸으니 그야말로 개문발차다. 그렇게 법은 시행됐지만 이제라도 시이버폭력과 가짜뉴스를 가려낼 정치한 조항들을 신중하게 들여다봤으면 한다. 또 단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명분이 옳아도 합의를 건너뛰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가짜뉴스방지법이 인터넷실명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판단기준을 구체화하고 해외 플랫폼에도 통하는 집행력을 갖추고 시행 뒤에도 공론화를 이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순서다.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먼저 묻고 법을 보완했으면 한다.

cafe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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