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교육교부금' 재정지출 구조조정 1순위 [정상균의 깊이읽기]
'내국세의 20.79% 자동연동' 法에 명시
한해 100만명 태어나던 시대의 계산법
학생 줄어드는데 예산은 늘어나는 구조
李, 예산·교육당국 수장 공개토론 열어
교부금법 시행 전 초중고 졸업한 최교진
교육 현장 경험하며 교육재정 가치 체득
"국가 책임교육 유지하는 최소한의 장치"
의원 시절 22%까지 인상하자던 박홍근
예산처 수장이 된 지금은 "오판" 반성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왜곡 줄여 나가야
''내년에 최대 100조원에 육박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는 이달 중에 교육교부금 내국세 연동 폐지를 포함한 개혁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행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정(연동)하는 교부금 방식을 폐지하고 물가와 성장률(국내총생산) 등을 고려한 교부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교육계의 강한 반발에 정부가 '총액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밝힌 만큼, 매우 진전된 획기적인 개혁안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학령인구 감소와 공교육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 등의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면 55년 전에 만든 틀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구조개혁의 필요성은 부정하기 어렵다. '교육재정 안정'이라는 취지로 뿌리 깊게 박혀 그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교육교부금 구조를 이재명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개편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출생 100만'시대의 낡은 유산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교부금 개편 토론회가 1시간30분 정도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예산과 교육당국이 공개적으로 토론을 해보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토론회 자리에 마주 앉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불편하고 복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예상대로 기획처는 자동연동 폐지를, 교육부는 현행 체계 고수를 주장했다. 교원단체와 지방 교육감들도 개혁 논의를 중단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박 장관은 "(2012년) 초선 의원 때 (내국세 연동 비율을) 22%까지 올리자고 법안을 냈는데, 돌아보니 멀리 내다보지 못했고 좁게, 얕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음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취지로 반성한다고 했다.
최 장관은 "교육을 단순한 지출로만 바라보는 접근은 어렵게 쌓아온 교육 안전망과 미래 성장 동력을 훼손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교부금 자동연동 폐지를 반대했다.
현행 '내국세의 20.79% 연동'의 틀이 명시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1971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무교육재정교부금법과 지방교육교부세법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이 법이 제정됐다. 공포 사흘 만인 1972년 첫날부터 전격 시행됐다. 이 법이 제정된 1971년은 출생아 수가 102만명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았다. 통계상 연간 출생아 수가 100만명을 넘은 해는 1971년과 함께 1970년(약100만6000명), 단 두 해뿐이다. 이후 3년간 한 해 90만명 이상이 태어났다. 교육교부금 시행은 '신생아 100만명' 시대가 열렸던 그때였다. 1971년을 전후로 태어난 수백만명의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다가오고, 경제성장과 동시에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정부의 절박한 선택이었다.
■'칼과 방패'로 만난 옛 동지
이런 시대적 배경을 토대로, 예산당국(기획예산처)과 교육당국(교육부), 두 수장이 '교육교부금 수호의 동지'에서 피할 수 없는 싸움의 상대로 맞붙은 사실은 흥미롭다.
1969년생인 박 장관은 1976년 지방(전남 고흥)의 한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도 국가가 세금으로 교육재정을 충당해 평등한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의 교부금 제도가 자리 잡아가던 때였다. 콩나물시루 같던 교실 환경이 좋아지고 교과서를 무료로 받으며 의무교육의 질이 막 올라가던 시기였다. 박 장관은 2012년 국회의원이 됐고(이후 4선), 초선의원(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던 그해 11월, 당시 20.27% 수준이었던 내국세 연동 비율을 22%까지 올리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로부터 10여년 뒤인 오늘의 현실에서 보면, 박 장관이 발의한 개정안은 미래를 잘못 예측한 명백한 오판이었다.
이유는 이렇다. 2012년은 대한민국 인구절벽의 전조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당시 '흑룡해' 대운의 속설이 유행하면서 11년 만에 가장 높은 출산율(합계출산율 1.29명)로 출생아 수가 48만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3년에는 43만명으로 1년 만에 급감했다. 이후 30대 초반 여성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인구 구조적 변곡점을 맞이했다. 전세와 주거비 부담이 급증하고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 혼인건수는 28만건으로 1977년 이후 3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7년 결국 출생아수 40만명이 붕괴됐다. 3년후인 2020년 30만명 선이 무너졌고, 2025년 기준 25만명이다.
박 장관은 의원 시절에 지방교육재정을 두둑하게 챙겨주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개정안을 낼 때 박 의원은 "학생 수는 줄어도 기본 교육비용은 줄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정부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교육교부금에서 처리하는 문제를 놓고, 당시 박 의원은 "지방교육재정이 고사 직전"이라며 선봉에 서서 비판했다.
2013년 당시 교육교부금은 약 41조원(초·중·고 학생수 약 653만명)이었다. 13년 후인 2026년 학생수(약 483만명)는 170만명 이상 줄었으나, 소득세·법인세 등 내국세 연동으로 교부금(약 80조원)은 2배 가까이 불어났다.
만약에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1.73%p 상향)이 통과돼 유지됐다면 지난 10여 년간 최대 60조원의 막대한 재정이 교부금으로 더 들어갔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청년 일자리, 국가 연구개발(R&D)사업, 대학교육 등에 쓰일 나라 재정은 심각하게 고갈됐을 것이다.
교육당국 수장인 최 장관은 1953년생(그해 출생아 수 77만명)이다. 그는 교육재정교부금법이 시행되기(1972년) 전에 이미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했다.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 공교육 과정을 통과한 것이다. 교부금이 안착되고 있던 1981년, 최 장관은 교직에 첫발을 디뎠다. 학생 때는 혜택을 받지 못했으나 교부금이라는 든든한 인프라 위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교사로 일한 셈이다. 이후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부장 등을 지내며 사회운동가로 변신했고, 진보 성향의 3선(2014~2025년) 세종시 교육감을 지냈다. 그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까지 맡아 "교부금을 줄이자"는 예산당국에 맞서 지금까지 교부금 체계를 지켜온 인물이다.
평생을 학교 현장과 지방교육청 최고 의사결정 라인에 있었던 최 장관은 '교부금 자동연동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 장관은 공개토론에서 "교부금은 단순한 재정이 아니라 국가 책임교육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두 수장은 과거 한배를 탔었다. 국회의원과 교육감으로 '공교육 강화를 위해 교육교부금을 탄탄하게 유지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2014년 세종시교육감에 당선된 최 장관은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교부금에서 편성하라는 정책을 거부(보육대란)하며 박근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다. 당시 박 의원(교문위 야당 간사)은 지방교육청이 빚더미에 앉을 처지라며 "국가가 재정을 책임져라"고 교육계를 옹호했다.
10여년 후, 두 수장은 동지에서 피할 수 없는 싸움의 상대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교육재정의 룰' 새롭게 짜라
개혁은 고통과 저항을 수반한다. 때를 놓치면 갈등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은 더 커진다. 결국 납세자, 국민들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
중앙정부는 국민들이 매년 납부하는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세수 일부를 고정적으로 초·중·고 교육비 재원으로 분담한다. 국가경제 성장과 함께 세수는 추세적으로 매년 확대되면서,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에도 교육교부금이 증가하는 구조가 50년 넘게 고착됐다.
이런 교육교부금의 개혁을 두고 예산과 교육, 양 측 모두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손가락은 미래를 가리키면서 눈은 '현재'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 쓸 만큼 세금을 걷어야할 책임이 전혀 없는 민선 교육감들은 중앙정부가 알아서 채워주는 곳간(교육교부금)을 믿고 '입학축하금' 같은 선심성 현금을 뿌리고 있다. 일부 교육청들이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기(태블릿PC 등)를 무상 지급하거나 방치하고, 학교건물 리모델링 사업(그린스마트학교)에 중복 투자하는 등 세금을 낭비한 사례(감사원 감사)는 차고 넘친다.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데도 예산당국의 견제 권한은 사실상 전무하다.
교육교부금 개편을 연구해온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교육 지자체(시도 교육청) 재정 수입의 96.7%를 책임지고 있어 교육 지자체들은 재원 조달에 고심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우리의 교육자치에는 재원을 아껴 쓸 요인이 전혀 없고, 재원조달의 책무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교부금 개편을 놓고 예산과 교육당국은 현재 영유아 교육·보육, 고등(대학)·평생교육으로 넓혀 쓰자는 정도의 타협점은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십수년 논의된 사안으로 새로운 것은 없어 보인다. 관건은 '돈주머니(교육교부금)'를 채울 방식(내국세 연동)과 집행 권한을 어떻게 바꿀지다. 교육당국은 현행 교부율 고수, 예산당국은 자동연동 폐지와 집행통제권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실용을 앞세운 이재명 정부가 재정지출 구조조정의 1순위를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놓고, 예산당국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이다. 한 전문가는 "박 장관이 (과거 교육교부금 비율을 올리자고 개정안을 낸 것에 대해) 자기 반성까지 했는데,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물러서면 뭐가 되겠냐"고 했다.
교육당국은 "교부금을 줄이면 공교육이 무너진다. 내 아이가 피해를 본다"는 현재의 시각에서 위기론과 불안·공포의 감성 프레임으로 호소한다. 이를 상대하는 예산당국은 '예산 삭감, 지출 조정'과 같은 공급자(관료) 중심의 언어가 앞선다. 불합리한 구조를 알고도 갈등을 회피한 예산당국의 소극적 대처가 재정 왜곡을 고착시킨 원인 중 하나다. '아이들이 커갈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을 국민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필자는 한 해 국민과 기업이 내는 내국세의 5분의 1을 초·중·고교라는 특정 영역에만 무조건 고정하는 현행의 구조는 국가의 재정을 왜곡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에 동의한다.
' 20.79% 연동'은 성역이 아니다. 교육교부금은 국가 재정 전체의 관점에서 인구구조 변화, 인식 변화의 흐름에 맞게 왜곡을 줄이고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20.79% 자동 연동제'를 폐지하고 학령인구와 예산 총량을 따져 고등(대학)·평생교육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교육재정 모델을 도입해야 할 때다. 납세자가 낸 '귀한 세금'을 우리 아이들이 초·중·고교를 넘어 사회에 나와 내 나라에서 일하며 부를 이루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제대로 써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