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트럼프 "MOU는 시험용, 호르무즈 통행료 내가 받겠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오늘 밤에도, 내일도 세게 때릴 것" 추가 공습 예고
MOU 사실상 파기 선언, 호르무즈 봉쇄·통행료 부과 추진
국제수로 자유항행 원칙 위반, 국제법 논란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에는 JD 밴스 부통령(왼쪽)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서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에는 JD 밴스 부통령(왼쪽)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서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오늘 밤에도, 내일도 세게 때릴 것"이라며 추가 공습을 예고했다. 미국은 사흘째 이란 공습을 이어가는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해상봉쇄를 재개하고 통과 선박에 화물의 20%를 통행료 명목으로 부과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트럼프는 이란과 체결했던 종전 양해각서(MOU)는 시험용이었다며 사실상 파기를 선언했고, 의회에는 이미 군사행동 재개를 공식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시 전면전 국면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공습·봉쇄 병행 선언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보수 성향 라디오 프로그램 '휴 휴잇 쇼'에 출연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큰소리만 칠 뿐"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이어갔다.

이란 최고지도부 제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그 문제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분명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우리는 그들을 제거하는 대신 하나의 본보기로 공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오후(이란 현지시간 14일 0시15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사흘 연속 야간 공습을 시작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작전이 "이란군에 지속적인 타격을 가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할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최근 파기된 이란과의 종전 MOU에 대해서도 "테스트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원래는 처음부터 본계약으로 가자고 했지만 MOU는 시험 차원이었다"며 "이란은 그 시험을 존중하지 않았고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까지 협상이 마무리 단계였지만 이란 협상단이 갑작스럽게 협상을 깼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100% 성사될 상황에서 그들이 전화를 한 통 받더니 모두 방을 뛰쳐나갔다"며 "그들에게 합의란 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여전히 합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외교적 여지는 남겨뒀다.

13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 뒤편으로 폭발로 인한 거대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뉴시스
13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 뒤편으로 폭발로 인한 거대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뉴시스

통행료 20% 논란…국제법 충돌

트럼프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에 대해 미국이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화물의 20%를 통행료로 받겠다는 구상도 공식화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을 보호하고 있다"며 "미국이 제공하는 보호에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봉쇄는 직접 공격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봉쇄와 공격을 함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유지해온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JD 밴스 부통령은 지난달 "국제수로에는 통행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어떤 국가도 국제수로에서 통행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국제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국제해협에서 통과 통항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단순 통과를 이유로 통행료를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도선이나 구조 활동 등 실제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에만 비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지만 공해 자유항행 원칙은 국제 관습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이번 주장이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장관 등 참모들의 기존 입장과 어떻게 양립하는지 백악관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CBS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10일 의회에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재개 사실을 공식 통보했다. 서한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3척을 공격해 종전 합의를 위반했고 이에 따라 미국이 미사일 기지와 방공망, 해상 전력을 타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는 트럼프가 전쟁권한법상 60일 제한을 피하기 위해 휴전과 재개를 반복하며 규정을 우회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전쟁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며 "일시 정지했다 다시 시작하면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는 식으로 법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이란 #공습 #호르무즈 해협 #양해각서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