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없이 보낸 일주일... 여행도 쇼핑도 하기 전에 지쳤다
일주일 'AI 디톡스' 해보니
10초면 짜주던 해외여행 일정
직접 하려니 검색만 1시간 걸려
취재시 통계, 사례 찾기만 3시간
정확한 판단과 결정에는 도움 돼
인공지능(AI)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생각에 이달 초 일주일 동안 AI를 쓰지 않고 생활해 봤다. 생성형 AI는 물론 쇼핑·검색 서비스에 적용된 AI 기능도 모두 사용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검색하거나 고민이 생길 때마다 습관처럼 챗GPT부터 켜려는 손을 여러 번 멈춰야 했다.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휴가 준비였다. 지난 4월 일본 후쿠오카 여행때는 챗GPT로 10초 만에 1차 동선을 모두 짰다. 챗GPT는 이미 비서처럼 매운 음식과 쇼핑 등 개인 취향을 알고 있었다. 다만 영업시간과 휴무일, 이동 시간 등은 공식 사이트와 지도를 통해 다시 확인하며 일정을 다듬었다. 반면 이달 여름 휴가 때는 서순라길, 은평 한옥마을 등 비교적 익숙한 서울 명소를 둘러보는 일정이었음에도 준비에 난항을 겪었다. 맛집을 일일이 검색해 보며 블로그 후기를 뒤지고, 네이버 지도에서 직접 가고 싶은 장소들의 거리를 조회하며 처음부터 동선을 짜야 했다. 1시간 넘게 시간을 쓰니 피로가 몰려왔다.
옷을 살 때는 수백건의 정보를 직접 읽어야 했다. 지난달 무신사에서 여름 셔츠를 살 때는 무신사 AI가 386건의 후기를 분석해 '소재가 시원하고 핏이 예쁘지만 어깨 부분은 다소 타이트하다'며 장단점을 알려줬다. 하지만 이달 또 다른 여름 블라우스를 구매할 때는 5점 후기뿐 아니라 1~2점 후기도 일일이 스크롤 해가며 따져봤다.
취재 업무는 체감 시간이 3배 이상 늘었다. 가령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해킹 사례를 취재할 때는 챗GPT에 '로봇청소기 해킹 사례나 최신 통계, 외신, 보고서를 찾아줘'라고 입력하면 내용과 함께 출처 링크까지 정리해 줬다. 다만 AI가 찾아준 자료를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 간혹 몇 년 전 보고서나 통계를 최신 자료처럼 제시하거나, '해킹 시도'와 '실제 해킹'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실제 해킹'으로 번역하는 등 오번역을 하는 경우가 있어 원문과 교차 검증한 뒤 활용해야 했다.
그럼에도 AI는 방대한 자료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정리하는 데 탁월한 도구였다. AI를 쓰지 않는 기간에는 적합한 키워드를 하나씩 넣어 검색해야 했고 100% 정확한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으면 원하는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기사 초안의 맞춤법과 오탈자도 직접 검수했다. 검토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한 번 눈에 익은 문장은 여러 번 읽어도 실수가 잘 보이지 않았다.
기자의 일상과 업무 시간을 아낀다는 측면에서 AI는 보조재가 아닌 필수재에 가까웠다. 다만 AI가 더 빨리 필요한 정보를 가져다줄 뿐 판단과 결정은 인간의 몫이다. 현대 직장인의 경쟁력을 가르는 것 중 하나는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실감했다.
kaya@fnnews.com 최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