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로봇은 원본데이터 못 써, 수소차는 충전도 안 돼"…경총, 낡은 규제 112건 개선 건의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미래산업·기업경영·환경안전·노동 등 5개 분야
AI 저작물·로봇 원본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 촉구
저성과자 해고 기준·파견업무 확대도 포함
"선 허용·후 규제로 혁신 경영환경 조성해야"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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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저작물 이용 규제부터 초저압 수소차 충전 기준 부재, 장기 저성과자 해고 절차 미비까지 현장과 괴리된 낡은 규제가 첨단산업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로 연구개발 지연과 투자 위축을 겪고 있어서다. 사업 특성을 반영한 규제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1일 AI·로봇 등 첨단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미래산업, 기업경영, 환경·안전, 노동, 현장 애로 5대 분야 총 112건의 과제를 발굴해 국조실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 및 산업부 등에 건의했다.

우선 미래산업 분야(29건)에서 AI 학습 데이터 저작물 이용 규제 불확실성 해소와 로봇 분야 원본데이터 활용 금지 규제 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경총은 "AI 모델이 대규모 데이터 수집·학습 과정에서 저작물을 일일이 판별해 이용 허락을 받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일본(2018), 싱가포르(2021) 등 면책 규정을 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규제 합리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로봇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자율주행과 달리 로봇 AI 기술개발 시 원본데이터 활용이 금지돼 모자이크 영상과 변조된 음성만 활용 가능해 AI 정밀도 제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소산업 분야에서는 생산·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저압(0 bar) 상태의 수소차에 적용할 별도 충전 기준 마련도 요청했다.

기업경영 분야(24건)에서는 국내복귀기업 선정 요건 합리화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편을 건의했다. 해외 공장을 철수해 국내 지방 유휴 공장에 투자를 추진했으나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턴기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아울러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와 관련해서는 동일인 지정제도를 자연인 중심에서 대표법인 기반으로 전환하고, 3월 주주총회 결정 사항까지 반영해 4월 초까지 제출해야 하는 지정 자료 제출 기한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환경·안전 분야(26건)에서는 원전·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사용 인증 및 거래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 특성상 간헐적인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공급은 한계가 있다"며 미국 등 주요국처럼 기업이 원전 전력을 발전사업자에게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무탄소에너지 법·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산업용 로봇 협동작업 시 동력 및 힘 제한(PFL) 검증 절차도 공정별 실제 위험도를 고려해 합리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노동 분야(6건)에서는 장기 저성과자 해고 기준 및 절차 법제화와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 허용 업무 개정을 요청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3조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두지 않아 기업들이 부당해고 소송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파견 허용 업무는 2007년 이후 19년째 32개 업무로 제한돼 최신 직업 분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애로 분야(27건)에서는 준공 후 20년 이상 된 노후 산업단지 유휴부지 내 물류기업 입주 허용과 물류센터 내 폐스티로폼(EPS) 분쇄·압축 행위 허용을 건의했다. 현행 법령상 일반 물류센터가 폐기물 처리시설로 인정되지 않아 부피의 98%가 공기인 폐스티로폼의 단순 분쇄·압축조차 불가능해 자원순환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첨단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핵심 AI 인프라 적기 구축을 위한 신속한 규제 합리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대체불가한 반도체를 넘어 피지컬AI·로봇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육성하기 위해서는 '선 허용·후 규제' 원칙으로 기업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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