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대통령도 어려운 집팔기
얼마 전 강남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무더기로 반쪽 조합원이 될 상황에 처했다는 기사를 출고했다. 지난해 8월 14일 대법원이 '공동명의 주택의 경우 모든 공유자가 10년 이상 보유, 5년 이상 거주해야 조합원 지위양도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린 후 의도치 않게 피해를 입게 된 조합원이 속출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제가 불거진 가장 큰 이유는 적용시점 문제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에 가서야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날부터 이 기준을 소급적용하겠다고 안내했는데 8월 14일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이 느닷없이 피해를 보게 됐다. 재건축조합이 8월 14일을 넘겨 관할 구청에 조합원 변경 신고를 한 경우 조합원 지위를 얻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계약서를 쓸 때만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던 8월 14일은 인생에 엄청난 변곡점이 됐고, 피해자가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명의 주택 10년 이상 보유, 5년 이상 거주'라는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법칙은 대통령이 보유한 아파트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다주택자들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2월 대통령은 분당 아파트를 팔겠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배수진'을 친 것으로 받아들였다. 분당 재건축 대장아파트로 불릴 정도로 가치가 높고, '대통령이 살았던 곳'이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질 수 있는 집을 내놨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일이 흐르면서 이 아파트가 과연 팔릴 수 있는 매물이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1998년에 이 아파트를 매입했던 대통령은 조합원 지위양도 요건을 충족했지만 2018년 11월 공동명의로 바뀌면서 김혜경 여사의 보유기간이 10년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시행 인가가 난다면 조합원 지위양도가 불가능한 계륵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사업시행 인가가 나기 전에 매수자가 나타나며 지난 14일 계약이 체결됐고, 조합원 지위양도 리스크는 사라지게 됐다.
여러 논란을 차치하고 봐야 할 부분은 대통령이 집을 파는데도 이 정도의 구설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규제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특히 주택시장이 불안정할 때마다 정책이 나오는데 대부분이 규제를 도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지난해 6·27 대책에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이 나왔고,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25개 자치구)과 경기 주요 12개 지역(과천, 광명, 성남 분당·수정·중원, 수원 영통·장안·팔달, 안양 동안, 용인 수지, 의왕, 하남)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에 묶었다. 특히 10·15 대책은 재건축·재개발 지위양도 제한까지 나오면서 정비사업 속도 지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렇게 규제가 나올 때마다 피해자들이 무더기로 생겨났다. 주담대가 6억원으로 묶이자 잔금대출이 막힌 한 가장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기도 했고, 작년 10월 15일 이전에 매매 약정서를 체결했던 매수자들은 조합원 지위양도가 불확실해지자 잇따라 계약을 파기하기도 했다. 대출규제로 이주비를 구하지 못한 조합원들이 밤잠을 설치자 서울시가 직접 이주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러 논란 속에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까지 열렸다. 사전에 주택공급·주택금융·부동산세제 세 분야에 걸쳐 국민제안을 받았는데 흥미로운 부분은 7000건이 넘게 올라온 제안의 대부분이 규제를 풀어달라는 내용이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아파트 거래를 힘들게 만들었던 조합원 지위양도 규제를 풀어달라는 제안도 수십건이나 올라왔다.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6월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시작으로 정책이 발표되고 피해자가 발생하고 보완책이 나오는 과정이 반복돼 왔다. 대통령이 집을 팔 때도 규제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을 교란시킬 정도가 아니라면 이젠 숨통을 터줘야 할 필요가 있다.
[email protected] 김병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