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종합병원협회 "지역 의료살리기" 규제 개선 촉구
보건복지부 상시 의료 인프라 붕괴 우려 현행 유지 원론적 입장 고수
지역 병원장들 "병상 비었는데 허가병상 기준 고수는 사면초가" 반발
[파이낸셜뉴스]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중소병원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회원사들이 결집한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연이어 규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방 중소병원 현실을 외면한 낡은 의료 규제들이 병원들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의 정책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가 지난 5월 보건복지부에 제기한 '감염예방·관리료 등급 산정 기준 개선' 민원에 대해 복지부가 최근 '불채택' 결정을 통보함에 따라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복지부는 상시적 감염관리 인프라 유지와 수도권·지방 간 형평성을 이유로 현행 기준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중소병원들은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 "상시 인프라 필수" vs 협회 "구조적 적자 유발하는 3대 모순"
'감염예방·관리료'는 병원 내 감염을 예방하고 안전한 진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기준 충족 의료기관에 건강보험 수가를 지원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전담 인력 인건비와 운영비를 환자당·입원일당으로 보전하는 구조상, 상시 관리 체계 유지를 위해 '평균 병상 수 대비 인력 수'에 따른 등급별 차등 보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2019년부터 인력·인증·KONIS 기준이 완화된 3등급 수가를 신설·운영 중이며, 제안 내용은 향후 제도 검토 시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종합병원협회는 정부의 이러한 논리가 지방 중소병원의 처참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현행 감염예방·관리료 체계의 3대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현행 제도가 구조적인 적자를 유발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병상가동률이 60∼70% 수준에 불과한 지방 200∼300병상 규모 중소병원은 환자가 150명만 있어도 300병상 기준의 전담 인력을 100% 고용해야 해 막대한 고정 인건비가 지출된다. 반면 국가는 실제 입원한 '150명분'의 수가만 지급해 인력을 고용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감염관리료가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의 독식 구조라는 점도 지적한다.
항상 가동률 90%를 상회하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병상 수와 환자 수가 일치해 투입 인건비 이상의 수가를 안정적으로 회수하지만 구인난 속에서 고연봉을 주고 인력을 겨우 구한 지역 중소병원은 배정받는 수가 총액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과거에는 등급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유휴 병상을 자진 축소하는 미봉책이라도 쓸 수 있었으나 최근 정부가 '병상 수 총량 관리제도'를 본격 도입하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진 진퇴양난에 빠졌다.
대한종합병원협회 관계자는 "과거 2018년 4월 복지부가 간호관리료 차등제 기준을 '허가병상 수'에서 '평균 입원환자 수'로 전격 전환해 실효성을 거둔 모범 사례가 있음에도 감염예방·관리료는 여전히 과거의 모순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방 중소병원을 사면초가로 모는 규제를 즉각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감염관리료 문제 뿐 아니라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가산 규제, 상급종합병원 중심 정책 대응 등 지역의료 생태계 회복을 위한 릴레이 건의와 성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5년 12월엔 요양병원이 간호조무사를 추가 채용 시 간호사 비율 하락으로 가산금(1일 2000원)을 상실하는 규제를 개선해줄 것을 건의했다.
올해 3월에는 보건복지부에 상급종합병원 중심 정책으로 인한 지역 거점종합병원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붕괴 방지를 위한 5대 핵심 개선 과제'를 반영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5월엔 대한종합병원협회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공동으로 복지부의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비율 가산 규제 개선' 불수용 결정을 규탄하고, 현장의 현실에 맞게 조속히 반영해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의료계 "지역소멸 막으려면 지역 중소병원 중심의 제도 유연성 필수"
의료계 전문가들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과 지방 소멸 위기가 맞물린 상황에서, 지역 중소병원은 지역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입을 모은다.
대한종합병원협회가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규제 개선 요구들은 단순한 수가 인상을 넘어, 실제 병상 가동 현황과 구인난이라는 거친 현실을 제도에 반영해 달라는 절박한 외침이다. 정부가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 신설이나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 등 정책적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낡은 행정 규제와의 괴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지방 의료 생태계의 붕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거세다.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의 지속적인 규제 개혁 촉구가 향후 보건복지부의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의료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email protected] 변옥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