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만 넘긴 제주특별자치 20년… "재정·책임까지 묶어야"
2006년 출범 뒤 7차례 제도 개선
권한 이양 중심 분권모델 한계 진단
재정·조직·인력 연계한 책임분권 제안
AI·에너지·우주·바이오 산업특례 주문
장기 미시행 특례·운영성과 점검 필요
도민 참여와 특별자치시도 협력 강화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대한민국 최초의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제주가 20년간 국가 권한을 넘겨받고 각종 특례를 도입했지만, 권한에 걸맞은 재정과 조직·인력·책임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앞으로의 특별자치는 개별 특례를 늘리는 방식보다 도민이 체감할 정책성과와 미래산업을 뒷받침할 실질적 분권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29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날 국회박물관 국회체험관에서 '특별자치 20년, 제주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다'를 주제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0주년 기념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는 제주도와 김한규·문대림·김성범 국회의원, 대한민국특별자치시도 행정협의회,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한국법제연구원, 한국지방자치학회, 한국지방자치법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했다.
행사에는 위성곤 제주도지사와 제주지역 국회의원, 송영훈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도의원,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학계·연구기관 관계자, 도민 등이 참석했다.
제주는 2006년 7월 1일 대한민국 최초의 특별자치도로 출범했다. 이후 일곱 차례에 걸친 단계별 제도 개선을 통해 중앙정부 권한을 이양받고 제주지역에 적용할 각종 특례를 도입했다.
제주에서 시작된 특별자치 체계는 세종과 강원, 전북으로 확대됐다. 다만 권한 이양이 실제 정책성과와 주민 삶의 변화로 이어졌는지, 이양된 권한을 집행할 재정과 조직·인력이 충분했는지를 놓고 보완 요구가 이어져 왔다.
위성곤 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는 국가 권한을 이양받고 다양한 특례를 도입하며 지방자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며 "지난 20년의 성과와 과제를 돌아보고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방향을 제시할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영상 축사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축으로 성장했다"며 자치분권 선도모델로 발전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에너지 전환과 관광산업,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제주의 다음 20년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훈 의장은 "변화한 정책환경에 맞춰 제주의 위상을 다시 세우고 제주만의 특별자치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규 의원은 "제주가 추진할 미래전략과 국가 지원 과제를 구체화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대림 의원은 "도민이 체감할 특별자치 성과를 높이고 미래산업을 위한 산업특례와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성범 의원은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입법·재정 과제를 국회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특별강연에서 "기존 권한 이양 중심의 모델을 권한과 책임, 재정, 주민자치를 결합한 '자기책임형 분권'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권한을 집행할 조직과 인력, 예산을 함께 설계해야 정책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민이 지역 문제를 직접 결정하고 책임지는 생활자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별 특례를 하나씩 나열하는 입법방식과 재정분권, 특례 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넘겨받은 권한과 특례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자체 평가하고, 오랫동안 시행되지 않은 특례는 존치 필요성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로 제정·개정되는 법률이 제주 특례를 약화시키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창흠 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관광과 서비스업 의존도가 높은 제주 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인공지능(AI)을 농업·관광 등 기존 산업에 접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와 우주, 모빌리티, 바이오 등 미래산업을 육성하고 대학·연구기관·기업을 연결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국내외 인재가 제주에 머물 수 있도록 연구환경과 주거·교육 등 정주 여건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관 상지대학교 총장 직무대행이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재정·조직·인력을 연계한 책임분권과 미래산업 특례, 도민 참여, 특별자치시도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하혜영 국회 입법조사관은 "개별 사무가 아닌 법률 단위로 권한을 넘기고 재정과 조직·인력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현석 원광대학교 교수는 "미래산업을 뒷받침할 법적 권한과 규제·재정·인재 유치 특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제주에서 시험할 수 있는 실증특례의 일반적 근거와 성과평가 체계도 주문했다.
강창민 제주연구원 부원장은 "특별자치의 성과를 높이려면 도민의 신뢰와 참여를 바탕으로 내부 자치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송년 산업연구원 지역산업입지연구실장은 "성장동력 정책이 기업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인재와 혁신기관 유치, 정주 여건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승원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제도과장은 "이미 부여된 권한과 특례의 운영성과를 높이면서 재정분권과 산업특례, 행정체제 개편은 사회적 공감대와 관계부처 협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성철 전북특별자치도 특별자치교육협력국장은 "권한과 조직·인력·재정을 연계하고 특별자치시·도들이 공동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민철 제주도 특별자치분권추진단장은 "기존 특례의 실효성을 높이고 미래산업과 지역발전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특별자치제도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세미나에서 제시된 제도 실효성 강화와 미래산업 기반 조성, 도민 참여 확대 방안을 검토해 향후 특별자치 정책과 제주 미래발전 과제에 반영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