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임상 3상 펀드, 신약개발 '마중물'
지난 27일 보건복지부가 국내 첫 임상 3상 특화펀드의 주관 운용사를 선정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최소 1500억원, 목표 170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을 제시했다. 혁신신약과 바이오베터를 개발하는 10개 안팎의 기업에 약정액의 60%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약개발에서 가장 자금이 많이 필요한 임상 3상에 정책자금을 집중하겠다는 첫 시도다.
1700억원이라는 펀드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다만 이를 여러 기업에 나누면 기업당 지원액은 약 100억원으로, 국내 임상 3상을 마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복지부도 이번 펀드를 '마중물'이라고 표현했다. 중요한 것은 이 자금이 추가 민간투자를 끌어내는 촉매 역할을 하느냐다.
민간 투자자의 위험을 줄여줄 장치가 충분한지는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현재 공개된 펀드 구조에서는 성과보수 기준 내부수익률(IRR)이 7%로 설정돼 있다. 임상 3상의 높은 실패 위험과 긴 회수기간을 고려하면 민간자금을 얼마나 추가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운용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펀드 존속기간 8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신약은 임상 3상 이후에도 허가와 판매를 거쳐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항암제처럼 개발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도 흔하다. 펀드가 신약 판매 성과보다 기술수출이나 주식 매각을 통한 회수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운용 과정에서 장기적인 성과를 뒷받침할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국내 임상 3상 단계 파이프라인이 57개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0개 안팎 기업을 지원하는 규모는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바이오기업 전반을 지원하는 데 머물렀던 정책에서 벗어나 자금 수요가 큰 임상 3상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은 분명한 진전이다.
이제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펀드 결성액보다 이 자금으로 임상 3상을 끝낸 신약 후보가 몇 개인지, 허가나 기술수출로 이어진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공공자금이 민간투자를 얼마나 끌어왔는지를 봐야 한다. 특히 이 펀드가 없었다면 자금을 구하기 어려웠던 기업에 실제 자금이 흘러갔는지가 중요하다.
1700억원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국내 신약개발의 가장 큰 자금공백으로 꼽혀온 임상 3상에 정책금융이 본격적으로 투입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다. 이 첫 시도가 더 많은 민간자금과 후속 정책을 끌어내고, 8년 뒤 실제 신약의 임상 3상 완료와 시장 진입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