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건 "성악 포기까지 고민했는데…국립오페라스튜디오가 인생 바꿨죠"
[파이낸셜뉴스] 성악을 계속할지 고민하던 청년은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국립오페라스튜디오를 거쳐 독일 명문 오페라극장 도이치오퍼 베를린의 첫 교류 인재로 선발된 바리톤 김건의 이야기다.
4기 출신인 김건에게 이 프로그램은 인생의 방향을 바꾼 전환점이 됐다. 대학 졸업 후 진로를 두고 방황했던 그는 학비와 생활비 등 현실적인 부담 때문에 유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김건은 22일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을 앞두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한때 뮤지컬 배우를 준비하며 체중을 줄이고 발레와 방송댄스, 연기 수업을 받았다. 대극장 뮤지컬에서 활동하는 친구를 통해 매니지먼트와 접촉하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다 "1년 반에서 2년 정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며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성악이라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 무렵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립오페라스튜디오 모집 공고를 발견했고, 4기 단원으로 선발되면서 예상치 못한 길이 열렸다.
김건은 "우연처럼 이어진 선택들이 제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며 "국립오페라스튜디오와 도이치오퍼 베를린 파견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래의 아내도 이곳에서 만났다.
국립오페라스튜디오에서는 일대일 성악 레슨과 음악 코칭, 마스터클래스 등을 받았다. 현재는 성악가뿐 아니라 지휘, 합창, 오페라 코치, 무대감독, 연출, 의상, 조명, 무대미술 등 90명 규모로 확대됐지만, 4기는 오직 8명만 선발했다.
그는 "스튜디오 내 정규 레슨도 좋았지만, 해외 유명 소프라노와 지휘자를 초청해 진행한 마스터클래스가 큰 도움이 됐다"며 "성악가는 자칫 발성과 소리를 내는 데만 집중하기 쉬운데, 지휘자와 작업하면서 음악을 분석하는 법과 작품의 흐름,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돌이켰다.
뮤지컬을 준비하며 익힌 무용과 연기도 자산이 됐다. 그는 "같은 노래를 부르더라도 무대에서 어떻게 걷고 서고 반응할지를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첫 해외 생활은 도이치오퍼 베를린에서 시작됐다. 극장은 젊은 외국인 성악가에게 예상 밖의 기회를 줬다. 출국 전 이메일로 전달받은 배역에는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의 마르첼로를 비롯한 주역급 역할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도이치오퍼 베를린 역사상 최초 마르첼로를 연기한 한국인 성악가라는 새 역사를 썼다.
김건은 "'정말 제가 맞느냐'고 되물었다"며 "(한국 오디션에 참가했던) 극장 담당자가 '너를 100% 믿고 네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김건은 첫 무대를 떠올리며 "막이 오르기 직전까지 헛기침을 할 만큼 긴장했지만, 첫 음이 들리는 순간 작품 속으로 빠져들었다"며 "어느새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즐기는 제 모습을 발견했다. 저 역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화려한 무대 뒤에는 다음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불안도 있었다. 파견 6개월째부터 '내년에는 무엇을 하지'라는 걱정이 시작됐다. 당시 결혼을 준비하고 있어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그는 촘촘한 공연과 리허설 일정 속에서도 콩쿠르와 오디션에 도전했다. 그 결과 2025년 제43회 벨베데레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장학생으로도 선발됐다.
현재 김건은 쾰른국립음악대학에서 공부하며 외부 공연을 병행하고 있다.
1년간의 교류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도이치오퍼 베를린과의 인연은 이어졌다. 다시 극장의 부름을 받아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의 로드리고 역을 소화했다.
김건은 "젊은 가수가 세계적인 극장에서 첫 경력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드물고 감사한 일"이라며 "국립오페라단과 도이치오퍼 베를린의 교류는 단순한 1년 장학 프로그램이 아니라 국제무대의 출발점 자체를 바꿔준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성악가 파견에 그치지 않고 도이치오퍼 베를린의 솔리스트와 코칭스태프를 국내로 초청하는 교류도 이어간다. 올해 하반기에는 부수석 오페라코치 레오나르트 마르티넥이 '라인의 황금' 언어 코치와 청년교육단원 마스터클래스를 맡는다. 오페라코치 엘다 라로도 내한해 국립오페라스튜디오 수료공연 '라 보엠'의 코칭을 담당한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