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동결에도 국채금리 급등…시장 "긴축 더 필요"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다만 이번에는 연준 내부에서 추가 긴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3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졌고, 통화정책 결정에서 같은 방향의 소수의견이 3명 나온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바클레이즈의 마크 지아노니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매파적인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금리 동결에도 시장은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반영하며 미국 장기 국채를 매도했고, 국채금리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견조한 경기와 안정적인 노동시장을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연준은 "중동 분쟁에 따른 높은 불확실성에도 경제 활동은 견조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인구 감소에도 고용은 꾸준히 증가했고 실업률도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물가 관련 표현은 기존 문구를 유지한 채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FOMC에서 0.25%p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인사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다. 회의 후 발표된 성명에는 이들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방안을 선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연준의 물가 목표인 2%를 5년 넘게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케이 헤이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채권·유동성솔루션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이번 금리 동결에 반대표를 던진 위원이 3명이나 나온 것은 연준 내부의 매파 성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최근 중동에서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FOMC를 "좋은 가족 간의 토론(good family fight)"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금리 결정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와 이를 위한 정책 방향에는 위원들 사이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회의를 통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팀이라는 확신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방향을 둘러싼 시각차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의 통화정책만으로도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로리 로건 총재는 "완만한 수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베스 해맥 총재도 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긴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채권시장에서는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반영하며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뉴욕증시 마감 직후 연 5.21%로 전장보다 0.11%p 상승하며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도 장중 4.7%를 터치하며 0.1%p 가까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이 연준에 보다 강한 물가 대응을 요구하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이른바 채권시장 '자경단(Bond Vigilantes)'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시험하며 미국 국채를 매도했다는 분석이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정말로 2% 물가 목표에 도달하고 싶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 회의 이후 시장금리가 명목금리와 실질금리 모두 상승한 점을 언급하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더라도 금융여건은 이미 긴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금융여건이 상당 부분 긴축된 점은 연준에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오는 9월 15~16일 FOMC로 옮겨가고 있다. 회의 전까지 발표될 두 차례 소비자물가(CPI) 지표가 금리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파이퍼샌들러의 커트 루이스 전 연준 선임보좌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연준이 올해 안에 추가 조치에 나설 기준은 그리 높지 않다"며 "향후 두 달간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난다면 연준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