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지나니 폭염·가뭄… 제주 농업재해 '사계절화'
당근 파종기 밭 지면 최고 53도
장마철 강수량 평년의 3분의 1
2024년 대설·호우·벌마늘·폭염 연쇄
지난해 호우 1026.4㏊·1189농가 피해
문대림 의원 "복합농업재난 시범지역 추진"
용수 확충·재해보험 보장 강화 제안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겨울철 대설과 한파가 물러가자 봄철 강풍과 생육장해가 뒤따르고, 여름에는 폭염과 가뭄이 농경지를 덮치는 등 제주 농업재해가 연중 복합재난으로 바뀌고 있다. 당근 파종기를 맞은 제주 동부지역에서는 밭 지면 온도가 최고 53도까지 오르고 농업용수 부족까지 겹치면서 계절별 사후 복구에 머문 대응체계를 예방·적응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제주 동부지역의 장마철 강수량은 평년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농민들은 물을 수차례 운반해 밭에 공급하며 당근 파종을 이어가고 있다.
문대림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2024~2026년 농업재해 시도별 피해 현황 및 지원 내용'을 분석해 농업재해가 여름철 태풍과 집중호우 중심에서 겨울철 대설·일조량 부족, 봄철 우박·냉해, 여름철 폭염·가뭄·병해충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제주지역을 보면 2024년 1월 22~24일 대설과 한파로 707농가, 739.4㏊가 피해를 봤다. 무 피해가 714.1㏊에 달했다. 꿀벌 5164군도 피해를 입었다. 복구액은 32억81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이어진 일조량 부족으로는 667농가, 220㏊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감귤 피해 면적은 178.8㏊였다.
2024년 5월 4~6일 호우와 강풍은 659농가, 791.7㏊를 덮쳤다. 메밀 271.6㏊와 기장 225.7㏊가 피해를 봤다. 복구액은 18억1000만원이었다.
같은 해 마늘 이차생장인 벌마늘 피해는 953농가, 511.6㏊에서 발생했다. 벌마늘은 마늘쪽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고 여러 갈래로 나뉘어 상품성이 떨어지는 생리장해다. 복구액은 14억4200만원이었다.
6월에는 호우로 메밀 195.5㏊가 피해를 봤다. 8~9월 폭염 피해는 2793농가, 518.1㏊에 달했다. 레드향 피해가 444㏊를 차지했다. 복구액은 20억9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12~15일 호우 피해 규모는 1189농가, 1026.4㏊였다. 무 592.4㏊와 당근 125.1㏊가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액은 29억5000만원이었다.
제주 농업재해가 감귤과 레드향, 마늘, 메밀, 당근, 월동무 등 주요 작목에 집중된 점도 농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같은 면적에서 피해가 발생해도 작목별 생산비와 재파종 여부, 출하 시기에 따라 농가가 떠안는 손실은 달라질 수 있다.
전국적으로도 봄철 우박 피해가 최근 3년간 이어졌다. 올해 4월에는 전남과 광주에서 149.6㏊ 규모의 우박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우박과 폭염, 단감 일소, 벼 깨씨무늬병 등 병해충 피해가 이어졌다.
문 의원은 "과거 여름철 태풍과 집중호우에 집중됐던 농업재해가 봄철 우박과 냉해, 여름철 폭염과 가뭄, 겨울철 일조량 부족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당근 파종기 가뭄은 제주 농업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얼마나 빠르게 체감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제주를 기후변화 대응 농업 복합재난 시범지역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과제로는 기후적응형 품종 개발과 농업용수 공급체계 개선, 가뭄 대응 기반시설 확충, 지역·작목별 재해예방사업 확대를 제시했다.
농작물재해보험의 대상 품목과 보장 범위를 넓히고 재해 발생 때 농업인의 생산비를 보전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의원은 "농업재해가 특정 계절에 발생하는 일회성 피해가 아니라 연중 반복되는 복합재난으로 달라지고 있다"며 "제주의 기후와 작목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