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AI 시대와 교육 교부금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에 자동 배분하는 현행 제도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시대에 재원이 남아돌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학교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면, 이런 문제 제기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교부금을 줄일 수 없다.
우리는 지금 학교의 존재 이유가 파격적으로 변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가 초중고 12년 동안 투자해서 쌓은 실력을 AI는 12분 만에 뚝딱 해내지 않는가. 그러니 이제 학교와 교육이 AI 시대에 걸맞게,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야 하는데 아직 얼마나 많은 재원이 필요할지 논의조차 없다. 그러니 교부금 개편 이전에 교육 시스템 개편 논의가 먼저다.
AI 시대 학교의 역할은 학생들 사이의 변별력이 아니라, 학생과 AI 사이의 변별력을 키우는 데 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AI가 쉽게 흉내 내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길러주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교사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지식을 전달하고 설명하는 사람에서, 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이끌어주는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과 더 오래 대화하고 더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하다.
학교폭력과 교실 갈등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변호사와 보안관, 조정관을 늘리고 새로운 위원회와 조직을 추가하는 방식은 사후 처방이다.
아이들은 차가운 제도보다 따뜻한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교육 시스템은 복잡해질수록 인간적 상호작용이 줄어든다. 그래서 새로운 교육 시스템은 단순해져야 하고, 교사와 학생이 다시 중심에 서야 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깊이 관찰하고, 태도와 행실에 대해 섬세한 피드백을 주고, 올바른 모델링을 하려면 이 또한 교사의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이래저래 대폭 추가된 교육예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니 한국에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교부금 제도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대부분의 국가는 매년 정치적 협상을 통해 교육예산을 결정한다. 그러나 한국은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제도적 기반을 갖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부금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학교가 변할 필요가 없다는 가정에서만 성립한다. 매우 안일한 생각이다. 학교를 AI 시대에 걸맞게 바꿀 생각이라면, 교부금은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자본이다.
자금력은 혁신의 가장 중요한 무기다. 선심성 사업에 교부금을 낭비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며, 결코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해서도 안 된다. 교부금은 AI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탄약이다. 먼 미래를 위한 예치금이 아니라, 지금 당장 AI 시대로 진입하기 위한 입장료다.
대한민국이 AI 시대에도 인재를 길러내는 선진국으로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후진국으로 후퇴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교부금을 줄일 방안이 아니라, 이 소중한 제도를 어떻게 미래 교육의 혁신 자본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상상력이다.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