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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임기연장 개헌, 불씨 확실히 꺼라

파이낸셜뉴스

"'2028년 트럼프 대통령'도전
3선 금지 헌법규정 위반 논란
美사회 극단적 분열·소요 경고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의구심
국민의 뜻 빙자한 독재적 발상
李, 연임 거부 확실히 못박아야"

주필
주필

"트럼프는 2028년에 대통령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마가(MAGA) 진영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이 지난달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수정헌법 조항을 들어 어이없어 하는 인터뷰어에게 그는 많은 '대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배넌은 "시작한 일을 매듭짓기 위해 (트럼프가) 적어도 한번은 더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22조는 "누구도 2회를 초과하여 대통령직에 선출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연임이든 아니든 '3선 금지'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트럼프의 '2028년 대통령' 도전은 금기를 깨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발언이 느닷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정헌법은 '선출(elected)'을 금지할 뿐, 대통령직의 '승계 또는 임명(succeeded/selected)'을 막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2028년 대선에서 다른 인물을 대통령 후보로, 트럼프를 부통령 후보로 선거를 치러 당선된 후 대통령이 사임함으로써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승계(succession)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트럼프가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뒤, 대통령·부통령이 모두 사임하여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넘겨받는 시나리오도 있다. 헌법상 대통령 승계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은 하원의원이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저명한 헌법학자 앨런 더쇼위츠가 3월 출간한 저서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적으로 3선을 할 수 있을까? 초당적 법률 분석'에서 설명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더쇼위츠는 문자적 해석에 기반하여 헌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4∼5가지 우회로가 있을 정도로 헌법 자체가 모호하다는 사실을 짚고, 미국 국민들이 이러한 편법을 원치 않는다면 당장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해 민주주의 체제와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 등 거센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3선'을 강행할 경우 탄핵 정국 등 미국 사회가 극단적인 분열과 소요 사태에 휩싸여 '공화국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배넌도 비판을 모를 리 없지만 "적절한 시기가 오면 계획을 공개하겠다"며 자신만만해 보인다. 그가 믿는 구석이 무엇인지는 이 말에서 드러난다. "중요한 것은 미국 국민들의 뜻(will of American people)이다."

시기와 내용에서 묘하게 겹치는 발언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왔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문제는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조 의장은 "현직 대통령은 개헌 대상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같은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하지만 개운치 않다. 개헌을 추진하는 국회의장이 모범답안이 뻔한 질문에 대해 실언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치고 빠지기, 군불 지피기 등의 해석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일단 거두어 들였지만 꺼진 불이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은 "헌법상 불가능하지만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발언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지난 4월, 국정과제 수행 등을 이유로 대통령 임기 "5년은 너무 짧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5년은 너무 짧다"는 이재명 대통령 지지 세력 사이에서 넓은 공감대가 있는 말이다.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여야 지도부 회동 당시 "야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상태라 연임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언급을 했다.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야당의 개헌 저지선이 아니라면 연임 개헌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 정계개편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이 짧은 한 문장에는 권력자가 임기 연장을 위해 헌법을 고치던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주권자의 엄중한 의지가 담겨 있다. "국민의 결단" 혹은 "국민의 선택"이라는 수식어로 이를 바꾸려는 시도는 독재의 망령과 다름없다. 사사오입 개헌도, 3선 개헌도, 유신헌법도 '국민의 뜻'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 공소기각 등의 시도가 좌절될 경우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믿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만에 하나 여권이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을 추진한다면, 사회가 극단적인 분열과 소요 사태에 휩싸여 '공화국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미국만의 것이 아닐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을 위한 연임 개헌은 절대 없다." 이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소모적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마땅하다.

[email protected]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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