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겨울왕국' K팝 감성 품은 아렌델…"멀티캐스트, 한국 초연만의 강점"
잠실 팝업에 약 1만5000명 다녀가
[파이낸셜뉴스] 뮤지컬 '겨울왕국'의 한국 초연을 준비 중인 해외 제작진이 한국 배우들의 뛰어난 기량과 멀티캐스트 시스템을 강점으로 꼽았다. 특히 한국 배우들에게서 느껴지는 K팝 특유의 보컬 색깔을 작품의 음악과 조화롭게 녹여냈다고 밝혔다.
4일 뮤지컬 '겨울왕국' 제작사 에스앤코에 따르면 협력 연출 에이드리언 사플은 한국 프로덕션의 가장 큰 특징으로 멀티캐스트 시스템을 들었다. 한국 초연에는 협력 연출 사플을 비롯해 협력 안무 찰리 윌리엄스, 협력 음악 수퍼바이저 세바스티안 데 도메니코 등이 참여했다.
샤플은 "같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서로의 연기를 보며 캐릭터를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새로운 해석을 발견할 수 있다"며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 공연의 특별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협력 안무 찰리 윌리엄스 역시 배우들의 개성과 강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프로덕션에 똑같은 안무를 적용하지 않는다"며 "배우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고려해 안무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나라마다 저마다의 특별한 공연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협력 음악 수퍼바이저 세바스티안 데 도메니코는 작품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배우들만의 보컬 색깔을 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배우들의 목소리 톤과 표현 방식에서는 자연스럽게 K팝의 영향이 느껴졌다"며 "그들에게 익숙한 스타일을 모두 버리게 하기보다 각자의 개성을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들의 장점을 기존 음악과 어떻게 조화시킬지 많이 고민했고, 그 결과 완성된 사운드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 초연에는 엘사 역에 정선아·정유지·민경아, 안나 역에 박진주·홍금비·최지혜가 출연한다. 크리스토프 역은 차윤해·신재범, 한스 역은 김원빈·황건하, 올라프 역은 정원영·한규정·이창호가 맡는다. 장기간의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총 47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제작진은 엘사와 안나를 "뮤지컬계의 올림픽 선수"에 비유했다. 노래와 연기, 코미디 감각뿐 아니라 공연 전반을 이끌 체력과 정신력까지 갖춰야 하는 고난도 배역이라는 의미다.
사플은 "엘사에게는 상징적인 넘버들을 소화할 압도적인 가창력과 품격, 깊은 내면을 표현하는 힘이 필요하다"며 "안나는 따뜻한 마음과 풍부한 카리스마, 정확하고 날카로운 코미디 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비교했다.
그는 "이번에 엘사와 안나 역의 여섯 배우와 작업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같은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저마다 완전히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라며 "관객이 여러 차례 공연을 본다면 배우와 캐스팅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플은 안나 역의 세 배우가 유머와 따뜻함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 배우는 독특하고 엉뚱하면서도 무척 재미있어 영화 속 안나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무언가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배우는 언니와의 관계에서 깊은 진심과 따뜻한 감정을 보여주고, 세 번째 배우는 유쾌함과 풍부한 감정을 모두 갖췄다"며 "캐릭터 안에서 배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엘사 역의 세 배우에게서는 품격과 고귀함, 깊은 정서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다만 노래로 대사를 해석하고 음악적 프레이징을 구성하는 방식은 모두 달랐다고 했다.
사플은 "관객들이 여러 차례 공연장을 찾는다면 '렛 잇 고'를 세 가지 전혀 다른 해석으로 만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연뿐 아니라 조연 배우들의 새로운 해석도 눈에 띄었다. 그는 "위즐턴 역 배우에게서 새로운 순간을 발견했고, 올라프 역 배우 중 한 명도 다른 나라 프로덕션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독특한 습관과 표현을 보여줬다"며 "그 배우이기에 가능한 선택이 자연스럽고 훌륭하게 작동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해석을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는 것은 놀랍고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전했다.
도메니코는 두 배역이 요구하는 보컬 테크닉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짚었다.
그는 안나가 1막에서 부르는 '포 더 퍼스트 타임 인 포에버'(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를 "오늘날 뮤지컬 넘버 가운데서도 가장 부르기 어려운 곡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안나의 다채로운 성격을 보여주는 곡인 만큼 보컬 표현도 풍부해야 하고, 특정 음역대에서 높은 에너지를 계속 유지하면서 노래 전체를 통해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엘사의 대표곡 '렛 잇 고'(Let It Go)는 기술적인 난도에 더해 심리적인 부담까지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아는 노래인 데다 관객이 완벽한 무대를 기대한다"며 "배우 스스로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기 때문에 기술적인 요구와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고 설명했다.
'겨울왕국'은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에 이어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와 로버트 로페즈가 음악을, 제니퍼 리가 극본을 맡았다.
신비로운 오로라와 얼어붙은 아렌델, 엘사의 얼음 궁전 등 영화의 명장면은 스칸디나비아의 자연과 세계관에 뿌리를 둔 무대·의상 디자인과 정교한 안무, 특수효과를 통해 무대 위에 구현된다.
서울 공연은 샤롯데씨어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으로 오는 13일 개막한다. 부산 공연은 2027년 드림씨어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뮤지컬 '겨울왕국' 한국 초연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팝업 행사 '프로즌 서머'(Frozen Summer)에 약 1만5000명이 다녀갔다. 주최사 클립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열린 이번 팝업은 거대한 얼음기둥 포토존과 한국 초연 출연진의 연습 사진,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 등으로 꾸며졌다. 한여름 도심에서 작품의 분위기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