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른다"에 베팅.. 주택연금 깨는 고령층 [주택연금 해지 최대]
상반기 중도해지 상환액 2106억
전년비 36.3% 급증… 6년來 최대
집값 올라도 연금액은 그대로 유지
담보 묶이니 시세차익 유리 판단
집값 상승 기대감에 노후자금의 안전판인 주택연금을 깨는 고령층이 급증하고 있다. 주택연금 중도해지에 따른 올해 상반기 상환액은 202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각종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 등 집값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장은 오히려 '집값 상승'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4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1~6월 주택연금 중도 해지에 따른 상환액은 21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45억원)보다 36.3% 늘어났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2020년 이후 최대치에 해당한다. 이 기간 주택연금 해지 건수는 1410건으로 신청자 한명당 평균 1억4900만원을 상환한 셈이다.
주택연금은 보유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면서 평생 연금을 받는 제도다.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현금 흐름을 확보해준다는 점에서 노후 안전망 중 하나로 꼽힌다. 주택연금을 중도에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연금액에 더해 이자와 초기 보증료, 연 보증료 등을 한꺼번에 상환해야 한다. 해지 후 동일한 주택으로 다시 연금에 가입하려면 3년을 기다려야 한다.
특히 고정 소득이 없는 은퇴세대 입장에서 적지 않은 손실임에도 주택연금 해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해지 건수(1410건)는 집값 급등으로 '패닉바잉(공황매수)'이 기승을 부렸던 2021년(2095건)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손해를 떠안으면서까지 주택연금 해지를 선택하는 고령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 당시의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후 집값이 올라도 연금액은 그대로 유지된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판단하면, 주택을 연금 담보로 묶어두기보다 시세차익을 얻거나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계속되고 기준금리도 인상됐지만 집값이 결국 오를 것이란 시장의 믿음은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가격전망지수(127)는 전월보다 7p 올라 2021년 9월(128) 이후 4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이 지수가 100을 넘기면 1년 뒤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실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일제히 상승 추세다. KB부동산의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9490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사상 최초로 7억원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고강도 세제 개편안도 집값 하락세로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앞으로 주택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서 주택연금을 해지하고 있다"며 "공급 문제, 유동성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도권 집값 상승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이주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