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잡아라" 포켓몬으로 이민자 체포 홍보…트럼프, 일본 강력 항의도 '묵살'
[파이낸셜뉴스]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본 애니메이션 및 게임 콘텐츠 무단 사용에 대해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포켓몬스터, 나루토 등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콘텐츠들이 미국의 정책 홍보, 특히 불법 이민자 단속이나 전쟁 정당화 등에 창작자의 허락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자,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5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올해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주일본 미국대사관을 통해 "일본 콘텐츠의 지적재산권을 존중해 달라"는 공식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본 콘텐츠 무단 도용 사례는 잇따라 발생했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지난해 9월,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불법 이민자 단속을 홍보하며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영상과 대표 문구인 "모두 잡아야 돼"(Gotta catch 'em all)를 무단으로 사용했다. 이 영상에는 주인공 사토시(한국명 지우)가 몬스터볼을 던지는 장면과 체포된 이민자들의 모습을 포켓몬 카드 형식으로 편집한 장면이 포함되어 논란이 됐다.
이에 포켓몬컴퍼니 인터내셔널은 "영상 제작이나 지식재산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며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올해 3월에는 백악관 공식 X 계정에 '미국식 정의(JUSTICE THE AMERICAN WAY)'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미국의 이란 공격 장면을 담은 이 영상에는 '유희왕'의 주인공 무토 유우기와 '드래곤볼Z'의 캐릭터 이미지가 무단으로 편집되어 사용됐다. 아이언맨, 탑건 등 할리우드 영화 장면도 다수 포함됐지만, 일본 제작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유희왕' 측은 "백악관 공식 계정에서 애니메이션 영상이 권리자 허락 없이 사용됐다"며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4월, 미국 측에 처음으로 우려를 전달하며 "공공기관이라도 지식재산을 사용할 땐 제작·권리자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저작권 침해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원래 이미지 훼손 가능성도 고려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인기 애니메이션 '나루토'의 주인공과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 분신술을 쓰는 인공지능(AI) 생성 영상을 게시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같은 달 미국 측에 다시 우려를 전달했지만, 현재까지도 문제가 된 주요 게시물들은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은 그동안 다른 나라에 지재권 보호를 강하게 요구해 왔지만, 이젠 정권 홍보가 우선시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 홍보를 위해 영화, 애니메이션, AI 이미지 등을 무분별하게 활용하며 원작자들의 반발을 사는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 케이티 페리 등 미국 현지 아티스트들도 자국의 정책 홍보 영상에 자신의 음악이 무단 사용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지재권 보호보다 정권 홍보를 우선시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