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 월급, 남성보다 93만원 적다… 여성가족연구원 "성평등 일자리 전담팀 필요"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여성 경제활동 보고서
여성 월평균 231만7000원·임금격차 28.7%
보건·숙박·도소매·농어업 취업자 56.2%
54세 이하 기혼여성 경력단절 '육아' 47.8%
디지털 인재·임금공시제 등 19개 과제 제안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여성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남성보다 93만1000원 적고, 여성 취업자 절반 이상이 보건·복지와 숙박·음식점업 등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업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여성 고용률을 일자리의 질과 디지털·전략산업 진출로 연결할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6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발간한 '제주특별자치도 여성 경제활동 정책 전략 연구'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제주 여성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31만7000원으로 남성의 324만8000원보다 93만1000원 적었다. 성별 임금격차율은 28.7%로,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71만3000원을 받는 수준이다. 연구는 선민정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이 책임지고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공동 수행했다.
여성 취업자가 많이 몰린 업종의 임금은 더 낮았다. 농업·임업·어업 여성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42만8000원,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은 189만1000원, 숙박·음식점업은 199만원으로 집계됐다.
산업별 여성 취업자 비중은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이 19.0%로 가장 높았다. 숙박·음식점업 15.1%, 도매·소매업 12.0%, 농업·임업·어업 10.1%가 뒤를 이었다. 이들 4개 업종이 전체 여성 취업자의 56.2%를 차지했다.
직종별로는 서비스종사자가 22.5%로 가장 많았고 전문가·관련 종사자 19.0%, 사무종사자 17.9%, 단순노무종사자 17.4%, 판매종사자 12.5% 순이었다. 여성 고용이 서비스와 돌봄, 판매 분야에 편중되면서 취업자 수의 증가가 임금과 고용안정 개선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제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자체는 전국보다 활발했다. 2025년 제주지역 15세 이상 여성 고용률은 66.0%로 전국 여성 고용률 55.3%보다 10.7%p 높았다. 제주 여성 고용률은 2014년 59.8%에서 2025년 66.0%로 6.2%p 상승했다.
다만 남녀 고용률 격차는 여전히 남았다. 지난해 제주 남성 고용률은 73.7%로 여성보다 7.7%p 높았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도 67.4%로 남성 75.5%보다 8.1%p 낮았다.
연령별로는 청년 여성의 고용 부진이 두드러졌다. 2025년 4월 제주지역 25~29세 여성 고용률은 59.4%로 전국 평균 73.8%보다 14.4%p 낮았다. 2023년 69.1%에서 2년 연속 하락한 수치다. 전체 여성 고용률은 전국 평균을 웃돌지만 15~34세 구간에서는 전국보다 낮게 나타났다.
경력단절의 가장 큰 원인은 육아였다. 2025년 4월 기준 제주지역 15~54세 기혼여성 10만5320명 가운데 결혼과 임신·출산, 자녀교육, 가족돌봄 등의 이유로 일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여성은 3만7965명이었다. 현재 취업하지 않은 경력단절여성의 중단 사유는 육아가 47.8%로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제주 산업구조가 여성 일자리의 질을 제한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2023년 제주지역 총부가가치에서 서비스업 비중은 78.6%였고, 2024년 전체 사업체 가운데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비중은 각각 24.2%, 22.2%였다. 전체 사업체의 95.7%가 종사자 10명 미만으로 영세 사업체 비중도 높았다.
여성 취업자의 산업 진입에도 차이가 컸다. 2024년 제주 사업체 종사자 가운데 여성 비중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이 77.5%, 교육서비스업이 64.9%에 달했다. 반면 운수·창고업은 14.8%, 건설업은 17.8%, 정보통신업은 33.4%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여성의 디지털·전략산업 진출과 일자리 질 개선, 경력단절 예방을 묶은 7개 분야 19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디지털 기반 확충과 종사자 처우 개선, 제주형 디지털·전략산업 직업교육 특화과정 운영 등이 포함됐다.
제주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연계한 청년여성 데이터분석 전문인재 양성과정과 여성 디지털 캡스톤디자인 교육도 제안했다. 대학 교육과 지역 산업을 연결해 청년 여성이 디지털·고부가가치 일자리로 진입할 통로를 만들자는 취지다.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과 관광사업체 근로자 복지플러스 사업, 여성기업 통합지원 플랫폼과 성장지원 사업도 과제로 제시됐다. 여성기업의 창업 초기 지원에 치우친 기존 정책을 성장과 네트워크, 정보 제공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봤다.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가족친화인증기업 인센티브 강화와 유연근무제 도입·활용 통합 지원, 디지털기업의 성평등·일생활 균형 노동환경 조성 사업을 제안했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 방안으로는 제주 성별임금공시제 실천지원 사업과 고용평등상담기관 운영을 주문했다. 여성 일자리 정책을 총괄할 '제주 성평등일자리팀'을 설치하고 제주 여성일자리협의체를 강화하는 조직 개편안도 담았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인구 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여성 경제활동 지원을 복지 차원이 아닌 지역경제와 노동력 확보 전략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취업률을 높이는 데 머물지 않고 임금과 고용안정, 디지털·전략산업 진입까지 함께 개선해야 제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