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각

[강남視角] 40도 여름의 경고

파이낸셜뉴스
정지우 전국부장
정지우 전국부장

입추를 하루 앞둔 6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9도로 예보됐다. 오차까지 감안하면 1907년 10월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40도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서울 최고기온은 2018년 8월 1일 기록한 39.6도다. 전국 곳곳에서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며칠째 이어지고, 열기가 식지 않으면서 열대야 기록도 연일 새로 쓰고 있다. 주말부터 기온이 다소 내려간다고 하지만 극단적인 폭염이 다소 완화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13호 태풍 '돌핀'도 이번 폭염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한반도를 거치지 않은 채 중국 상하이 남쪽으로 향할 것이라는 게 기상청의 예상이다. 우리의 상공을 덮은 고기압과 동풍의 영향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광복절 무렵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록적인 폭염은 사람과 산업 모두에 피해를 남기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여름에는 처음으로 나흘 연속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5일까지 온열질환자는 2441명, 사망자는 21명으로 집계됐다. 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지만 사망자는 이미 지난해 전체를 넘어섰다. 밭에서 일하던 60대 남성과 집 마당에서 쓰러진 70대 남성도 끝내 목숨을 잃었다. 가금류와 돼지, 양식 어류는 100만마리 이상 폐사했고 과수와 채소, 원예작물은 생육이 멈추거나 고사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는 곧바로 장바구니물가로 전이됐다. 시금치 가격은 한달 새 두 배 이상 올랐고, 오이 가격도 일주일 만에 30% 안팎으로 뛰었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농산물 생산량은 줄고 공급은 불안해진다.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이다. 폭염 영향이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물가와 소비,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올해만의 폭염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기상청은 고탄소 시나리오를 통해 세기말 여름철 평균 온열지수가 현재 26.9도에서 33.2도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전국 기초지방정부의 66.4%에서는 가만히 쉬고 있어도 열스트레스 위험기준을 넘는 날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극심한 열스트레스 발생일은 현재보다 28.7배 늘어난다. 탄소배출을 크게 줄이는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도 위험일은 19.2일에 이른다.

물론 정부의 대응은 적극적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무더위쉼터를 민간 점포까지 확대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의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는 학사일정을 조정하며, 산업현장은 작업시간과 휴식 기준을 손본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현 상황을 국가재난사태로 보고 국민 삶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다.

다만 지금의 대응이 폭염 후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은 한계다. 여름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변화에 맞춰 사회의 기준까지 바꾸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일본은 폭염을 기상 문제가 아니라 보건안보 영역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지난해 열사병으로 응급 이송된 사람이 10만명을 넘어서자 의료와 복지, 노동환경, 도시 설계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영국은 기상당국과 보건당국이 공동대응 체계를 운영하고, 프랑스는 건물 단열과 녹지 확충으로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폭염을 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열기 속에서도 사회가 작동하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39도 혹은 40도는 올해 한 번의 기록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상청 전망은 비슷한 여름이 다시 찾아올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더위쉼터와 냉방비 지원, 그늘막은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택 단열과 도시 녹지, 작업 기준, 응급의료와 돌봄 체계까지 40도의 여름을 기준으로 다시 손봐야 한다. 여름은 내년에도 찾아온다.

[email protected] 정지우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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