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차고지가 신도시"·"나 반포산다"…'버스 하우스' 제안에 비난·조롱 밈 폭발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황희 의원 '폐버스 청년주택' 제안에 끝나지 않는 후폭풍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버스 하우스'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온라인엔 황 의원의 제안을 풍자하는 이미지가 잇따라 등장했다. 사진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폐버스 청년주택 만들어진 미래 가상 브이로그'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버스 하우스'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온라인엔 황 의원의 제안을 풍자하는 이미지가 잇따라 등장했다. 사진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폐버스 청년주택 만들어진 미래 가상 브이로그'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폐기된 버스를 청년 주거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이른바 '버스 하우스(Bus House)'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사흘이 지났지만, 온라인에선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해명과 함께 황 의원은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이를 풍자하는 밈(Meme)과 생성형 인공지능(AI) 이미지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이들은 "집이 없지 자존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반발과 함께 주거난에 대한 정치권의 현실 인식이 드러난 사례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버스를 집으로" 제안…온라인에 쏟아진 풍자

황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대학가 청년들의 단기성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해 본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보트 하우스'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라며 "리모델링 비용을 5000만원으로 잡아도 1만 세대 공급에 5000억원 수준"이라며 이동형 또는 트레일러형 버스 하우스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게시물이 공개되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역풍이 불었다. X(옛 트위터), 스레드,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황 의원의 제안을 비꼬고 풍자하는 AI 이미지와 합성 사진이 빠르게 퍼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 반포살지롱~'이라는 제목의 AI로 만든 이미지가 올라왔다.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터미널에 여러 대의 버스가 정차돼 있고 그 중 가장 앞 버스에 '버스 하우스 01'이라고 적혀있다.

제목과 달리 실제 서초구 반포의 주택에 거주하는 게 아닌 폐버스 청년주택에 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버스 하우스'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온라인엔 황 의원의 제안을 풍자하는 이미지가 잇따라 등장했다. 사진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나 반포살지롱~'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올라온 이미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버스 하우스'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온라인엔 황 의원의 제안을 풍자하는 이미지가 잇따라 등장했다. 사진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나 반포살지롱~'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올라온 이미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밖에 낡은 버스를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버스 아파트'와 함께 '더불어무빙캐슬', '더퍼스트무빙캐슬', '한강 버스 아파트', '청년 행복주택 관리소장 황희', '민주부동산' 등의 문구를 넣은 패러디 이미지가 잇따라 올라왔다.

"버스를 새로운 집으로, 청년의 내일로", "함께 사는 청년주택, 같이 가치" 등 실제 정책 홍보물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활용한 풍자도 이어졌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풍자 영상도 등장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폐버스 청년주택 만들어진 미래 가상 브이로그'에는 가상의 리포터가 '입주 6개월 차 주민'에게 "살아보니 어떠냐"는 질문을 하고 주민은 "다 좋다. 여름에는 찜질방, 겨울에는 냉동고 된다"고 답한다.

곰팡이가 핀 내부와 철제 2층 침대를 보여주며 "세대당 딱 5000만원 쓴 느낌"이라는 자막도 등장한다.

해당 영상에 "누구는 판자촌 없애려고 용쓰는데 판자촌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내고 있다"거나 "농어촌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심각하다면 서 세금으로 기숙사 지어주면서 자국 2030 청년들을 외국인 노동자보다 못하게 보는 거 같다" 등의 공감 댓글이 올라왔다.

단순히 비꼬는 데서 나아가 해외 폐버스 활용 사례를 언급하며 무책임한 정책만 남발하는 정치인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인도 정부가 2014년 뉴델리에 운행이 종료된 버스 안에 매트리스와 담요 등을 설치해 노숙인과 병원 인근에서 머물던 저소득층 환자 가족이 머무는 임시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또 2017년 인도 텔랑가나주 하이데라바드를 포함한 16개 도시에서 오래된 열차의 폐객차를 임시 거주시설로 개조해 노숙인 쉼터로 활용하는 걸 검토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영국의 경우 사회적 기업 '버스즈포홈리스(Buses4Homeless)'가 운행을 마친 런던 2층 버스를 개조해 침대와 생활공간을 갖춘 숙소를 조성, 노숙인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렸다.

그러면서 이 네티즌은 "해외에서도 폐버스나 폐교통수단을 주거 공간으로 활용한 사례는 있었다"면서 "다만 대부분 노숙인이나 긴급 보호가 필요한 취약계층을 위한 임시 거주시설이었을 뿐, 일반 청년층의 주거 대책으로 제시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야 모두 비판에 목소리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버스 하우스'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온라인엔 황 의원의 제안을 풍자하는 이미지가 잇따라 등장했다. 사진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폐버스에 살어리랏다'라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숏츠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버스 하우스'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온라인엔 황 의원의 제안을 풍자하는 이미지가 잇따라 등장했다. 사진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폐버스에 살어리랏다'라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숏츠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국민의힘은 사흘째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9일 서면 논평에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적 무능으로 정상적인 주택 공급의 길이 막히자, 급기야 청년들에게 '폐버스에서 살라'는 기막힌 제안까지 나왔다"며 "무려 1만 가구를 폐버스로 공급하겠다며 해외 사례에 비유하는 몰상식함은, 현 정권과 여당이 국민의 삶과 청년들의 절박한 심정을 얼마나 가볍게 여겨왔는지를 적나라하게 증명해 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도심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 역량이 없으니, 결국 '버스 하우스'라는 눈속임형 꼼수 대안으로 청년 세대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하루 앞서 뮤직비디오 형태의 숏츠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작사·작곡 주진우라고 밝힌 노래 '폐버스에 살어리랏다'는 "내 집 하나 꿈꾸었더니 버스 한 대 내려왔다"는 가사로 시작된다. 이어 "청년 주택 새 세상이 바퀴 달고 왔다", "주차장이 우리 동네", "차고지가 신도시" 등의 노랫말이 이어진다.

같은 당 박충권 수석대변인도 "황 의원 본인과 가족부터 버스 하우스 1호 입주자가 되라"고 비판했고, 개혁신당 남경수 부대변인은 "차라리 평생 집을 못 산다고 솔직히 말하라"고 꼬집었다.

진보당 김종훈 대표 역시 "가장 좋은 주거 공간을 청년들에게 제공해도 부족한데 왜 어려운 것은 청년 몫이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김보미 전 강진군의장은 "장관까지 지낸 3선 의원이라면 청년 주거 문제의 절박함과 주거의 질을 충분히 고민했어야 한다"며 "청년들이 분노한 이유는 본인들은 좋은 집에 살면서 청년들에게는 폐버스를 제시하는 내로남불과 탁상공론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mail protected]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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