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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월가 '5000억달러 동맹'…AI 경쟁, 금융전쟁으로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엔비디아가 아폴로 글로벌, 블랙스톤, 블랙록, 골드만삭스 등 월스트리트의 거대 금융회사들과 손잡고 5000억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자금조달에 나선다. AI 경쟁이 반도체와 모델 개발을 넘어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자금을 누가 확보하느냐의 '금융전쟁'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10일(현지시간) 아폴로 글로벌, 블랙스톤, 블랙록, 브룩필드자산운용, 골드만삭스, KKR 등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초 보도는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전체 자금조달 규모는 5000억달러에 달한다. 월스트리트가 지금까지 추진한 AI 관련 금융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다.

이번 프로젝트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AI 반도체 공급업체를 넘어 AI 산업의 자금조달까지 연결하는 역할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가총액 5조2500억달러에 달하는 엔비디아는 현재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관련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 GPU는 오픈AI를 비롯한 미국 주요 AI 기업들의 첨단 모델을 구동하는 핵심 반도체다.

문제는 AI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AI 모델의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GPU 확보뿐 아니라 이를 가동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발전시설까지 동시에 확충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비용 가운데 GPU 등 반도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최근 고객들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까지 확대하고 있다. AI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엔비디아가 지원하고, 해당 기업이 확보한 자금으로 다시 엔비디아 GPU를 구매하는 구조다.

다만 이른바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고객사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이 돈이 다시 엔비디아 제품 구매로 이어질 경우 AI 산업의 성장과 엔비디아의 매출이 서로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투자가 예상만큼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위험이 엔비디아와 금융회사, AI 기업에 동시에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는 이와 별도로 오픈AI가 임차할 예정인 미국 오하이오주의 10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대규모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와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동맹은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기존 기술기업들의 자체 자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메타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들은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AI 인프라 시장에 필요한 자금은 이보다 훨씬 크다. 짐 젤터 아폴로 사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인프라 구축 규모 자체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8조달러가 넘는 자본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라며 공모시장뿐 아니라 사모자본이 이를 조달할 수 있는 거대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I 투자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술기업들은 가능한 모든 자금조달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주식 발행은 물론 투자등급 회사채와 고수익채권, 유동화 부채, 사모신용(private credit), 프로젝트 파이낸싱(PF)까지 AI 투자자금 확보에 활용되고 있다.

사모자본 업계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폴로와 블랙스톤 등은 최근 몇 년간 앤트로픽 등 AI 기업들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규모 인프라 금융 거래를 잇달아 설계했다.

AI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자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 수요는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회사 시가총액은 챗GPT가 등장한 직후인 2022년 말 이후 약 15배로 불어났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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