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5년 일해도 기본급 최저임금"…돌봄노동자 예산 확대·노정협의체 설치 촉구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국노총,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 개최
"장기근속 보상 미미·기관 옮기면 경력 초기화"
"야간근무 후 충분한 휴식 없이 주간근무 투입"

한국노총이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예산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한국노총이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예산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파이낸셜뉴스] 노동계가 돌봄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충분한 재정 지원과 상시 대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예산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정부가 돌봄서비스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낮은 임금과 경력 미인정 등 돌봄 현장의 열악한 실태를 알리고자 마련됐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는 △명절·식대·교통 3대 수당 보장과 대체인력 지원 체계 확충을 위한 2027년도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예산 확대 △부처 간 책임과 역할을 조정할 범정부 협력 체계 구축 △돌봄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는 상설 노정협의체 설치 등이 제시됐다.

이들은 "정부가 돌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며 처우 개선과 공공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를 뒷받침하지 않고 있다"며 "텅 빈 예산 탓에 현장은 혼란과 소진의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돌봄 국가책임제'를 언급하며 양질의 돌봄 일자리 확대를 약속했고, 정부 역시 국정과제로 돌봄 종사자 처우 개선을 명시했음에도 여전히 정책 방향과 현장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취지다.

아울러 "명절 수당은커녕 급여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장기근속에 대한 보상은 미미하거나 아예 없다"며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일부 검진, 접종, 교육, 이동 비용마저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겨지고 있으며 대체인력 부족으로 법정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최미라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도 "지난달 31일 돌봄 노정간담회를 통해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안을 전달하며 지속적인 노정협의를 요구했지만, 보건복지부는 권한과 책임의 한계를 설명할 뿐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금 정부는 부처 간 돌봄 '떠넘기기'를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유관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돌봄 현장 노동자들이 직종별로 겪고 있는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시 민간위탁 장기요양기관에서 요양보호사로 5년째 근무 중인 전지숙 한국공공사회산업노조 시립마포실버케어센터 지부장은 "아무리 오래 일해도 기본급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현장에서는 1년을 일한 요양보호사와 10년을 일한 요양보호사의 기본급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랜 시간 쌓아온 숙련과 경험, 전문성이 임금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장기근속장려금으로 경력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한 기관에서만 계속 근무해야만 받을 수 있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기관을 옮기거나 불가피하게 직장을 바꾸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관에서는 필수교육이라며 온라인 보수교육 이수와 이수증 제출을 요구하지만, 교육은 근무시간이 아닌 개인시간에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용중 의료노련 돌봄공공성강화위원장은 요양원 현장의 교대근무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11시간의 휴식 시간만 채우면 '나이트-오프-데이'라는 교대근무를 돌려도 되는 상황"이라며 "밤새 야간 노동을 하고 쪽잠을 잔 뒤 오프를 맞이하고 곧바로 주간 근무로 투입되는 비인간적인 굴레는 너무 가혹한 근무표"라고 했다.

또 이 위원장은 정부가 내년부터 요양보호사 배치기준을 2.1대 1로 완화해 의무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예산과 시행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이어 "자녀돌봄휴가나 감정노동휴가 등은 건강보험공단에서 미인정 휴가로 처리돼 청구조차 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기준근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추가 인력을 겨우 짜내거나 종사자들이 사비를 털어 연차를 쓰는 실정이다.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봄 의정협의체가 반드시 구성돼야 하고, 실효성 있는 예산 투입도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종료 후 참석자들은 이옥남 대통령비서실 노동비서관에게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안을 전달했다.

[email protected]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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