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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길 좁아진 中, 유럽 '현지화' 박차…자동차 공급망 장악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중국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당국의 견제 속에서도 재정난에 직면한 유럽 부품사들을 조용히 흡수하며 공급망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PA 연합
중국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당국의 견제 속에서도 재정난에 직면한 유럽 부품사들을 조용히 흡수하며 공급망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PA 연합

중국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조용히 유럽 자동차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출 길이 좁아지자 유럽 현지화에 나선 것이다.

컨설팅 업체 로디움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유럽 자동차 부품 업체 130여 곳에 투자해왔다. 자동차 제조 허브인 독일, 프랑스에 투자가 집중됐다.

파리의 컨설팅업체 '두 웰 두 굿' 최고경영자(CEO) 세바스티엥 프렌도는 "아직은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에 톱 10 부품사 2~3 곳이 중국 기업이 돼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소규모 M&A로 당국 감시 피해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주출해(走出去·해외 진출)' 전략의 지원을 받아 유럽 부품사들을 사들였다. 중국은 정책적으로 자국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해외 경쟁사 기술과 영업망을 흡수하도록 해왔다.

로디움에 따르면 중국 지리자동차가 스웨덴 볼보를 18억유로(약 2조9000억원)에 인수한 2010년대 중반이 인수 붐의 정점이었다.

이후 중국은 해외 투자를 규제하기 시작했고, 무역 장벽도 높아지면서 지난 10년간 1억유로 미만의 소규모 인수합병(M&A)이 주를 이뤘다.

그렇지만 이게 함정이었다. 소규모 인수는 유럽 규제 당국의 시야에서 벗어났고, 덕분에 중국 업체들은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유럽 자동차 공급망 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역외 중개법인 내세워 은밀히 침투

기업정보 제공업체 사야리의 팔리 메스코 CEO는 중국 기업들의 실제 소유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메스코는 독일의 경우 "중국이 지배하는 자동차 관련 자산 중 약 80%가 최소 한 곳의 역외 중개법인을 거쳐 보유되고 있거나, 현지 명칭을 사용해 독일에 등록된 지주회사가 개입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정책담당자들도 유럽 자동차 공급망 잠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 유럽연합(EU) 관리는 유럽 자동차 산업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유럽이 직면한 10년짜리 과제"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 확장을 위해 4가지 방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수출을 늘리고, 현지 기업 지분을 인수하며,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EU 내부 및 세르비아, 튀르키예, 모로코 등 인근 국가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 몰린 현지 업계는 환영

그러나 돈줄이 마른 부품업체와 원가를 낮추고 기술을 혁신하는 것이 시급한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자본과 기술이 유럽 공급망에 파고드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부품 업체들은 중국 기업들에 도움으로 부도 위기를 벗어날 수 있고,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부품업체들의 박리다매 전략에 힘입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본과 기술에 대한 업계의 의존도가 깊어지고 있어 중국 부품 업체들의 유럽 공급망 장악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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