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알약' 먹었더니 땅콩 먹게 됐다...4개월 만에 알레르기 반응 뚝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음식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 '대변 이식'을 활용한 신개념 치료법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12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알약 형태로 복용하는 이 이색 치료법은 치명적인 땅콩 알레르기를 가진 환자들의 면역 내성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성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알레르기가 없는 건강한 기부자의 대변에서 추출한 장내 미생물 알약을 복용한 중증 땅콩 알레르기 환자들이 몇 달 뒤 땅콩에 대한 내성이 유의미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앞서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아기의 대변 샘플을 알레르기 유발 쥐에게 이식했을 때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반면, 건강한 아기의 대변 샘플을 이식받은 쥐는 알레르기 반응으로부터 보호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건강한 아기의 장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막아주는 '좋은 균주'를 식별해 낸 뒤, 이를 냉동 상태의 '대변 알약'으로 제조했다.
임상시험에서는 심각한 땅콩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청년층 10명을 대상으로 이 알약을 몇 시간 동안 총 36알 복용하게 하는 1회성 치료를 진행했다. 그 결과, 치료 4개월 후 참가자 중 3명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여러 개의 땅콩을 섭취할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항생제를 함께 투여하는 2차 임상 연구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장내 미생물 이식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대변 이식이 음식 알레르기를 완화하는 핵심 기전은 '담즙산 대사'에 있다.
간에서 생성되는 담즙염은 지방을 분해하고 영양소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한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은 이 담즙염을 대사하는 능력이 뛰어난데, 이 과정에서 면역계를 조절하고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세포를 증식시킨다.
이번 연구를 이끈 보스턴 어린이병원 번역면역학 이사 탈랄 차틸라 박사는 "음식 알레르기는 장 면역계가 음식을 수용하도록 학습하는 과정인 '구강 내성'이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다"며 "올바른 장내 미생물이 담즙산 대사산물을 통해 내성을 강화하는 면역 세포를 촉진하고, 파괴된 내성 형성 과정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재 냉장 보관이 용이하도록 농축·정제된 미생물 형태의 개선된 알약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초기 단계인 만큼, 치료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환자군을 식별하고 프로바이오틱스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추가 유익균을 찾아내기 위한 대규모 후속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