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국 첫 건설노동자 기후보험… 폭염에 작업 멈춰도 일당 보전
제주경제통상진흥원 이달부터 시행
폭염경보·작업중지 때 보험금 자동 지급
퇴직공제 가입 확인되면 별도 신청 없어
공공 건설현장 실증 뒤 타 업종 확대 검토
폭염 속 '건강이냐 생계냐' 딜레마 완화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폭염 때문에 건설현장이 멈춰도 일용직 노동자의 하루 소득을 보전하는 기후보험이 제주에서 전국 처음으로 시행된다.
13일 제주특별자치도경제통상진흥원에 따르면 이달부터 도내 공공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공공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 기후보험'을 시행한다.
핵심은 폭염으로 작업이 중단됐을 때 실제 손해액을 일일이 입증하지 않아도 일정한 기상·작업 조건만 충족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급 조건은 두 가지다. 오후 근무가 시작되는 오후 1시 이전에 폭염경보가 발령되고, 오후 1시 이후 해당 건설현장이 실제 작업 중지를 이행해야 한다. 두 조건이 충족되면 미리 정한 기준에 따라 소득 손실을 보전한다.
이런 방식을 '지수형 보험'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실손보험처럼 피해 규모를 개별적으로 조사해 보험금을 산정하는 대신 기온이나 강수량 등 사전에 정한 객관적인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노동자가 별도 가입 신청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특징이다. 퇴직공제 가입 여부가 확인되면 자동으로 보험에 가입되고, 폭염경보와 작업 중지 조건을 충족하면 보험금 지급 절차가 진행된다. 행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거나 건설현장을 옮겨 다니는 일용직 노동자가 직접 보험을 찾아 가입하고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줄였다.
제주가 기후보험을 도입한 배경에는 길어지는 폭염이 있다. 진흥원에 따르면 제주지역 폭염특보일수는 2023년 38일에서 2025년 80일로 3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만 16일이었다.
특히 건설업은 실외 작업 비중이 높아 폭염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폭염 때 안전을 위해 작업을 멈추더라도 월급제가 아닌 일당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는 휴업한 만큼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
결국 폭염이 심할수록 '일을 쉬어야 안전하지만 쉬면 수입이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보험은 작업 중지에 따른 소득 손실을 일부 보전해 노동자가 생계 걱정 때문에 위험한 작업을 계속하는 상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진흥원은 이달부터 도내 공공 건설현장에 홍보물을 배포하고 노동자와 현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가입·지급 방식 등을 안내한다. 우선 공공 건설현장에서 실제 지급 사례와 운영 성과를 확인한 뒤 적용 가능성이 높은 다른 업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폭염뿐 아니라 기후위기로 소득 변동 위험이 커지는 야외·이동 노동자를 위한 안전망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고병기 제주특별자치도경제통상진흥원장은 "폭염에 일을 멈추는 일이 하루벌이를 포기하는 선택이 돼선 안 된다"며 "안심하고 쉴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 제주 모델을 기후위기 노동 안전망의 표준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