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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반도체 800조 투자만으로 부족하다

파이낸셜뉴스

소재국산화율 50%·장비20% 그쳐
소부장 생태계 글로벌 수준 키워야
'소부장 생태계 혁신사업단' 설립
테스트베드 트리니티팹 조기 구축
인력 확보 위해 교육사업단 신설
'서남권 협력화단지' 동시 구축을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DRAM·NAND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지난 45년간 경험하지 못한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는 2030년 이후까지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보고, 삼성전자도 메모리 매출의 60~70%를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하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SK하이닉스 용인 4개 팹 완공을 2045년에서 2033년으로, 삼성전자 용인 6개 팹을 2047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기고, 서남권에는 양사가 각각 2기씩 총 4기의 메모리 팹에 800조원을 투자해 2030년 첫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기지 확대만으로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율은 각각 약 50%, 20% 수준이며 글로벌 기업과의 규모 격차도 크다. 2025년 장비 매출은 ASML 약 53조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약 40조원, 램리서치 약 26조원, 도쿄일렉트론 약 23조원인 반면 국내 세메스는 약 2조5000억원, 원익IPS는 약 9000억원이며 국내 대표 장비기업 10개사 합계도 약 7조원에 불과하다. 소재 역시 신에쓰화학 약 24조원, 엔테그리스 약 4조5000억원, JSR 약 3조7000억원, TOK 약 2조2000억원인 반면 동우화인켐 약 2조1000억원, 동진쎄미켐 약 1조2000억원, 솔브레인 약 9000억원,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약 7000억원 수준이다. 이러한 격차는 연구개발(R&D) 투자와 차세대 제품 개발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따라서 팹 투자와 함께 소부장 기술개발, 실증 인프라, 전문인력 양성, 지역 생태계 구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네 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첫째, 국내 소부장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 혁신사업단' 설립을 제안한다. 정부·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각각 1조원씩 총 3조원을 출연하고, 10년간 매년 약 10개의 전략 소부장 제품 개발과제를 발굴해 충분한 개발기간과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요기업으로 직접 참여해 기술지원, 공정평가와 양산 데모까지 수행하고 개발제품의 양산 적용을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국내 소부장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양산 수준에서 검증할 수 있는 실증환경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소부장 테스트베드인 트리니티팹을 조기에 완전 구축해야 한다. 트리니티팹은 12인치 웨이퍼 양산팹 수준의 클린룸과 약 40대의 첨단 공정·계측장비를 갖추고 2027년 5월 팹 오픈을 목표로 하며, 사업기간은 2025~2031년이다. 반도체는 타이밍 산업이므로 전체 인프라를 향후 3년 이내 완전 구축하고, 실증평가를 통과한 제품을 양산 데모로 직접 연결해야 한다.

셋째, 신규 팹 가동에 필요한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해 산업통상부 주도로 '반도체 전공정 교육사업단'을 신설해야 한다. 팹 1기당 직접 운영인력 1000~2000명, 소부장 지원인력 2000~3000명이 필요하며, 향후 14기 팹 구축 시 운영인력 6만~8만명, R&D 포함 10만명 이상이 필요하다. 이론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공정실습이 동반되어야만 숙련된 고급 공정인력을 육성할 수 있다. 혁신단을 중심으로 트리니티팹, 나노종합기술원, 한양대 차세대메모리개발센터의 12인치 웨이퍼 팹을 아우르는 연계 체계를 구축하고 전국 대학·기업 대상의 12인치 웨이퍼 공정실습교육을 추진해야 한다.

넷째, 서남권 팹이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독립적인 반도체 생태계로 성장하려면 '서남권 소부장 협력화단지'를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2026년 1·4분기 국내 상장 반도체 소부장기업 176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에 불과하다. 이러한 열악한 현실에서 서남권에 추가 거점을 구축하려면 투자와 인력 부담이 큰 만큼, 입주기업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한국 반도체 생태계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골든타임이다. 지속적 기술개발과 신속한 양산으로 글로벌 AI 메모리 병목을 최소화하려면 생산인프라·전공정·패키지 팹의 적기 구축과 국내 소부장 생태계 혁신 및 고급 숙련인력 양성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를 국가 반도체 전략으로 추진해야 하며, 공장만 늘리는 800조원이 아닌 소부장 기술과 인력까지 함께 키우는 800조원이 돼야 한다. 이번이 우리 반도체 생태계가 글로벌 수준으로 점프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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