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세 세탁'에 칼 빼든 美…한국도 환적 위험국 분류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이 한국을 비롯한 40여개국을 거쳐 원산지를 바꾼 뒤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환적'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특히 한국을 중국산 제품의 환적 위험이 큰 국가군으로 분류하고 경기 반도체 벨트까지 잠재적인 집적회로 유통 경로로 지목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 과정에서 원산지 검증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은 13일(현지시간) '거대한 환적 사기(The Great Transshipment Scam)'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중국 기업들이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을 조직적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제품을 제3국에서 단순 조립하거나 재포장하고 라벨·송장 등을 바꿔 다른 나라 제품처럼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백악관은 이를 "소규모 관세 회피에서 산업적 규모의 세관 사기로, 다시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했다"고 규정했다.
백악관은 불법 환적 위험 국가를 3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한국은 캐나다, 유럽연합(EU), 인도, 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대만과 함께 1유형인 '다각화된 대규모 국가'에 포함됐다. 산업 기반과 대미 수출 규모가 큰 만큼 정상적인 무역 흐름 속에 중국 연계 상품의 불법 환적 위험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튀르키예, 베트남 등 중국 공급망과 밀접하게 연결된 국가는 2유형으로 분류됐다.
특히 보고서는 한국의 경기 반도체 벨트를 집적회로의 잠재적인 환적 위험 경로로 특정했다. 중국과 연계된 제품이 이 지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피닉스와 오스틴, 포틀랜드, 산호세 등 미국 반도체 생산 거점에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보고서는 이 같은 국가·지역별 연결이 실제 불법 환적을 확인한 사례가 아니라 잠재적인 노출 위험을 보여주기 위한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불법 또는 의심 환적 규모가 연간 400억~30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750억달러의 불법 환적을 가정하면 미국 일자리 약 45만개가 대체되고 국내총생산(GDP) 손실은 최대 15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도 내놨다. 관세율 차이를 25~45%로 가정하면 미국 정부가 잃는 관세 수입도 연간 수백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따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텍티브 보더(Detective Border)'를 구축해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AI가 선적 데이터와 과거 운송 경로, 생산능력, 기업 소유관계뿐 아니라 포장 형태와 항만 X선 영상까지 분석해 신고된 원산지와 실제 상품 사이의 이상 징후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