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익률 270%, 5억 먹고 은퇴합니다"…정체불명 인증글, 조급증 불질러 [인생한방에 빠진 청년들 ③]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③ 포모 부추긴 온라인 커뮤니티·종토방
계좌 수익 캡처·급등주 글에 커지는 비교심리
"나만 늦었다" 흔들린 멘탈, 리딩방 유혹까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주식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익 인증과 급등주 이야기가 반복해서 올라옵니다. 남의 계좌 캡처는 투자 정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교심리를 자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급을 모으는 시간보다 남의 수익 인증이 더 크게 보이는 현실에서 '인생한방'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옵니다. 이번 회는 온라인 투자 정보와 리딩방이 청년 투자자의 판단을 흔드는 과정을 전합니다.

[파이낸셜뉴스] #. 30대 직장인 A씨는 퇴근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식 수익 인증 화면을 자주 봤다. 누군가는 한 달 수익률 80%를 올렸다고 했고, 누군가는 하루 만에 월급보다 큰돈을 벌었다고 썼다. 손실 화면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구경이었다. 그러나 같은 종목명이 여러 계정에서 반복되자 검색을 시작했다. 종목 게시판과 오픈채팅방에는 "아직 안 늦었다", "지금이 초입"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A씨는 공시와 실적보다 게시글 반응을 먼저 확인했다.

A씨는 "내가 모르는 정보가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수익 인증이 여러 번 올라오면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일종의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는 장 마감 직전 한 종목을 샀고, 다음 날 하락을 맞았다. 수익 인증을 올렸던 계정은 며칠 뒤 다른 종목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수익 인증이 매수 이유가 될 때

투자 커뮤니티와 SNS는 청년 투자자에게 빠른 정보 창구가 됐다. 실적 발표, 테마주, 해외주식 이슈, 장중 급등 종목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문제는 정보와 홍보, 의견과 유인이 한 화면에 섞여 있다는 점이다.

수익 인증은 투자 정보가 아니라 비교심리를 자극하는 콘텐츠에 가깝다. 실제 매매 내역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일부 화면은 편집될 수 있다.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과 화면 조작 도구가 보편화되면서 계좌 캡처만으로 실제 수익을 확인하기도 어려워졌다.

20대 직장인 B씨는 SNS에서 본 수익 인증을 따라 해외 소형주를 샀다. 처음에는 무료 정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채팅방에 들어가자 먼저 산 사람들이 계속 수익 화면을 올렸다. B씨는 적은 돈으로 시작했지만, 방 안에서 "소액으로는 큰 수익을 못 낸다"는 말이 반복되자 투자금을 늘렸다.

투자 커뮤니티의 구조도 영향을 준다. 큰 수익을 낸 사람은 글을 올리지만, 손실을 본 사람은 조용히 빠져나간다. 남는 것은 높은 수익률, 강한 확신, 짧은 매수 이유다. 투자 경험이 짧은 청년일수록 그 분위기에 영향을 받기 쉽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최근 1년간 약 100억원의 주식 투자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한 공기업 직원의 실현손익 인증 화면이 올라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사진=뉴시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최근 1년간 약 100억원의 주식 투자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한 공기업 직원의 실현손익 인증 화면이 올라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사진=뉴시스

리딩방은 캡처로 신뢰를 만든다

온라인 수익 인증은 투자자를 비공개 채팅방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로 쓰이기도 한다. SNS에 올라온 수익률 화면과 종목 추천 글이 텔레그램, 오픈채팅방, 유료 리딩방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2025년 10월 해외주식 불법 리딩방과 관련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불법업자들은 스레드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고수익 미국 주식 투자 전략' 같은 게시글과 영상을 올리고, 투자자를 텔레그램 등 비공개 채팅방으로 유인했다.

비공개 채팅방에서는 수익 인증 캡처가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본인을 주식투자 전문가로 소개한 인물이 해외거래소에 상장된 특정 종목을 추천하고, 특정 가격과 시간대에 집중 매수를 권유하는 방식도 쓰였다.

금감원은 불법 리딩방에 이용되는 해외주식 종목이 국내 투자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유통주식 수와 거래량이 적으며 가격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소액 매수세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할 수 있지만, 먼저 물량을 확보한 세력이 팔고 나가면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핀플루언서 선행매매도 조사 대상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SNS와 리딩방을 활용한 불공정거래가 문제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지난 3월 핀플루언서 등의 불공정거래를 집중 점검하고 고강도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핀플루언서는 금융과 인플루언서를 합친 말로, SNS와 영상 플랫폼에서 투자 정보를 전하는 사람을 뜻한다.

금융당국은 유튜브, 텔레그램, 오픈채팅방 등 주요 정보 전달 매체를 통한 선행매매와 허위사실 유포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미리 사 둔 종목을 SNS와 리딩방에서 추천한 뒤 매수세가 들어오면 차익을 실현하는 행위, 불안한 투자심리를 이용해 허위사실과 풍문을 퍼뜨리는 행위 등이 조사 대상이다.

비슷한 방식의 부정거래는 이미 적발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24년 12월 SNS 리딩방을 이용한 선행매매 등 부정거래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리딩방 운영자들이 추천 예정 주식을 먼저 사들인 뒤 종목을 추천하고, 매수세 유입으로 주가가 오르면 보유 주식을 파는 방식이었다.

금융위는 투자자에게도 주의를 당부했다. 근거 없는 정보와 풍문에 현혹되지 말고 정보의 출처와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또 리딩방 운영자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투자자문업자인지 금감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확인하라고 밝혔다.

AI로 생성한 인포그래픽
AI로 생성한 인포그래픽

부당 광고 늘어난 유사투자자문업

리딩방과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피해 민원도 적지 않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민원은 5103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843건은 불법행위로 수사 의뢰됐다.

민원 유형은 환불과 계약 해지가 가장 많았다. 미등록 투자자문, 미등록 투자일임, 허위·과장 광고 관련 신고도 포함됐다. 신고만으로 영업할 수 있는 유사투자자문업 특성상 투자자는 업체 성격을 오인하기 쉽고, SNS와 오픈채팅방을 통해 투자자를 모으는 방식이 결합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도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부당 광고를 문제로 삼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4월 유사투자자문업자 점검·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수익률을 과장하거나 손실보전이나 이익보장이 되는 것으로 안내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하는 부당한 표시·광고가 전년 대비 증가한 바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2025년 유사투자자문업자 105사의 위법행위 133건을 적발했고, 이 가운데 35사에 총 4억7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수익 인증과 고수익 광고를 앞세운 정보가 투자 판단을 흔드는 동안,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에게는 손실과 환불 분쟁이 남을 수 있다.

A씨는 최근 수익 인증 글을 볼 때 계정의 과거 게시물을 먼저 확인한다. 그래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남의 계좌인데 내 통장 잔액을 보는 것처럼 비교하게 된다"며 "결국 매수 버튼은 내가 누르지만, 시작은 남의 캡처였다"고 털어놨다.

[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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