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2조 시대, K바이오 '돈버는 산업' 체질 전환 진행중
K바이오 빅4, 반복 매출·고수익 사업모델 안착
하반기 생산·처방·로열티 확대..사업력 개선 지속
현금창출력 기반, 기술 중심 경쟁력 확보 가속도
[파이낸셜뉴스] K바이오 빅4의 올해 실적은 단순한 합산 매출 10조원 돌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조원을 하회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팜·알테오젠 4개사의 합산 매출이 올해 단숨에 12조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의 성장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업가치는 임상 성공이나 기술수출 등 미래 성장 가능성에 크게 의존했다.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컸고 실제 현금과 이익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팜·알테오젠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반복적인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K바이오가 '기술을 가진 기업'에서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기업'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들 4개 대형 바이오 기업들은 반복적으로 이익을 내며 산업의 질적 수준을 대폭 끌어올렸다"며 "한국 바이오 산업이 과거 쫓아가는 형태의 제조 중심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브랜딩을 안착시킨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4개사의 성장 방식은 뚜렷하게 다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생산시설과 글로벌 빅파마 수주를 기반으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의 규모의 경제를 확대하고 있다. 5공장 램프업과 미국 생산시설 실적 반영이 본격화되면 생산능력 확대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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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동시에 신약 '짐펜트라' 등 상대적으로 고마진 제품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는 단계에서 벗어나 제품 믹스를 개선해 이익의 질을 높이는 전략이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 신약 '엑스코프리'의 미국 직접 판매를 통해 신약 개발과 상업화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처방이 늘어날수록 매출이 증가하고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판촉비 부담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가 확대되면서 이익 증가폭이 극대화되는 구조다.
알테오젠은 또 다른 모델을 제시한다. 자체 생산이나 제품 직접 판매보다는 플랫폼 기술인 'ALT-B4'를 글로벌 파트너의 의약품에 적용해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확보하는 구조다. 키트루다SC 등 파트너 제품의 상업화가 확대될수록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매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K바이오와 차별화된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보다 하반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기업의 사업 특성상 상반기에 확보된 기반 위에서 하반기 생산량과 제품 판매, 신약 처방, 기술료 등이 추가로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 가동률 상승,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품 판매 확대,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 처방 증가, 알테오젠은 키트루다SC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로열티가 각각 실적의 추가 동력 요소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장기화된 노사 갈등을 풀기 위한 사후조정 절차에 합의해 임단협 돌파구를 마련한 점도 긍정적이다. 분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낮추고 생산 및 경영 안정성을 높일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 실적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올해 12조원대 매출은 단순한 외형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이익과 현금창출력이 함께 커지고, 확보된 현금이 다시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글로벌 사업 확대에 투입되는 구조가 정교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제는 기존의 생태계 유지 방식을 넘어 빅파마와 겨룰 수 있는 혁신 신약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훨씬 더 창의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 기업에는 세제 혜택이나 인수합병(M&A) 활성화 같은 간접 지원을 제공하고 벤처기업에는 R&D 집중 환경과 상장·투자 조건 완화 등 맞춤형 지원을 펼쳐 한국형 빅파마의 등장을 앞당기는 한편 '제2·제3의 알테오젠'이 계속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조원은 종착점이 아니라 K바이오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기준점이라는 의미다. 대형 기업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벤처기업과 혁신 신약으로 성장의 축이 확산될 수 있느냐가 향후 K바이오의 진짜 경쟁력을 결정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