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드론 공급망 재편·전술핵 위협… 韓 생존전략은 [이종윤의 밀리터리 월드]
중동·우크라이나 실전이 던진 경고… 대만 '탈중국 드론 투자'
콜비의 저위력 핵무기론 부상, 한국형 공동기획·위기관리 대책은
분산 개발·제조망이 가른 승패, 韓 방산 '획득 프로세스' 혁신 시급
파괴력 제어 저위력 핵의 배치, 연합 '지휘통제 시스템' 고도화 절실
[파이낸셜뉴스] 기로에 선 중동의 벼랑 끝 대치와 4년 6개월째로 접어드는 우크라이나 전장의 참상은 현대전이 군사력의 크기에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고도의 외교적 속내와 분산형 기술 생태계의 결합임을 증명하고 있다. 유사시 미·중 충돌의 최전선인 인도-태평양 전구에선 대만이 중국산 부품을 배제한 드론 공급망 재편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 엘브리지 콜비 미 전쟁부 정책차관이 제기한 '단거리·저위력 전술핵무기의 효용성' 언급은 한반도 역내 안보 질서에 적지 않은 파고를 던져주고 있다. 글로벌 드론 공급망의 재편 상황과 한반도 안보 지형에 닥친 차세대 전술핵 위협에 대한 대한민국의 실전적 위기관리 대처 방향을 짚어본다.
■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통제, 다국적 결집이 이란 압박
대(對)이란 작전을 중심으로 한 중동 전구의 양상은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주요 아랍국들이 실질적인 안보 결속을 다지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의 8월 현재 전황 보고에 따르면, 이란 해안에 배치된 군사 시설을 집중 폭격해 이란의 해군·공군 및 레이더 시스템을 사실상 완파함에 따라, 현재 이란은 산발적인 드론·미사일 기습 능력만 남은 무력화 상태에 직면했다. 미 중부사령부가 수니파 아랍국 및 이스라엘과 연합한 최초의 다영역 다국적 공격 드론 테스크포스 '팔콘 스트라이크(Falcon Strike)'를 전격 출범시킨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한 군사적 압도감과 대이란 견제 결집의 발로로 평가된다. 미 해군은 호르무즈 오만해역 수로의 기뢰를 100% 제거했으며, 민간 유조선들은 미군의 철통같은 호송 속에서 이란의 산발적인 기습을 방어하며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달하는 일일 평균 2000만 배럴이 통과했던 호르무즈 해협은 대이란 작전 초기 수송량이 하루 100만 배럴 미만으로 급감하며 국제 유가가 일시 폭등했다. 이후 미국이 글로벌 시장을 향해 셰일 오일과 가스 공급을 대폭 확대(하루 500만 배럴 이상)하고 주요국들이 전략 비축유를 신속히 방출, 국제 에너지 공급 감소 충격을 상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격히 안정세를 찾았다. 국제 유가는 최근 몇 주간 80달러 초반 선(81~82달러)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EIA의 최신 수송 통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얀부 파이프라인과 UAE 동쪽 항구 등 3개 우회 수송 통로가 추가로 개방되면서, 야간 해협 통과 물량(일일 900만 배럴)과 우회 통로 물량(일일 600만~700만 배럴)을 합쳐 현재 하루 약 1500만~1600만 배럴의 원유 수송량이 확보됐다. 이는 전쟁 전 평소 물량의 80% 수준을 회복한 수치다. 이란은 국내 선전용으로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군이 잔류 기뢰마저 완벽히 청소하면 유가는 60~70달러 선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연설에서 제기한 '호르무즈 해협의 미국 영토 선언 가능성' 발언 역시, 미 전쟁부의 실전적 통제력을 바탕으로 이란을 핵무기 포기와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구사하는 정치적·외교적 압박 레토릭(화법)으로 풀이된다.
■ 우크라이나 지하 분산형 제조망의 사투와 생존 교훈
우크라이나 전구는 기술과 인간의 물리적 생존 본능이 결합한 처절한 실전 무대다. 최근 러시아군의 압도적인 포병 화력과 전술 유도폭탄의 공중 폭격 속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전선을 악착같이 버텨내며 공방전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코 현대적인 대규모 국영 방산 설비가 설치된 공장이 아니다. 러시아의 킨잘 하이퍼소닉 미사일이나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의 최우선 표적이 될 수 있는 집중형 제조 시설 대신, 우크라이나는 전역의 민가 지하와 전선 부근의 전술지휘소(CP) 벙커 등으로 공정을 철저히 쪼갠 '지하 분산형 연구 개발·제조 네트워크'를 구축해 드론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토록 빠르게 무인기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기술적 뿌리는 과거 구소련 시절 항공우주 전력의 핵심 기지였던 안토노프 설계국 등 잠재된 기술 자산의 저력과 전문 엔지니어 인프라가 이 지역에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고정 자산보다 더욱 강력한 동력은 전쟁의 공황 속에서 피어난 인간의 생존 본능이었다. 민간 IT 개발자들과 벤처 엔지니어들이 끊임없는 포격 속에서도 벙커 안에서 노트북을 붙잡고 상용 무인기 제어 소스코드를 군사용 알고리즘으로 뜯어고쳤으며, 3D 프린터를 동원해 파편화된 지하 공정에서 부품을 깎아내는 처절한 생태계를 완성했다. 이에 대해 미국 랜드(RAND) 연구소는 우크라이나의 분산된 제조망들은 한두 곳이 러시아군의 정밀 타격으로 파괴되더라도 전체 드론 공급망과 네트워크가 마비되지 않는 불사조 같은 회복 탄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지하 벙커에서 조립·제조한 강력한 드론 전력은 가성비 무기 체계를 넘어, 국가의 명운을 지켜내고 있는 생존의 결정체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대만의 '탈중공 드론 투자' 혈투와 한국 방산의 과제
대만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장의 실전 교훈을 기민하게 흡수해 자국의 정책에 과감하게 투영하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기습 침공 시나리오와 비대칭 해상 봉쇄 전략에 대비해 국가 공급망 내에서 중국산 부품을 완벽히 배제하는 '탈중공 청정 드론 공급망(Clean Supply Chain)' 구축에 사활을 걸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미국 헤리티지(Heritage) 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수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민간 하이테크 기업들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핵심 반도체 칩셋, 고해상도 광학 센서, 암호화 통신 모듈의 완전한 국산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산 소프트웨어나 부품, 기판 어딘가에 심어진 백도어 칩 등은 사전 탐지가 극히 제한된다. 유사시 적의 원격 해킹 명령 한 번에 아군을 공격하는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기술 안보적 공포를 헤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투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위험 전구인 인도·태평양 전구에 속하는 우리 군 역시 이러한 미래전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50만 드론 전사 양성'과 드론작전사령부(오는 11월 국방드론본부 전환 및 각 군 중심 개편)를 기반으로 한 전력 고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등 군 당국은 민간의 첨단 기술을 국방에 신속히 도입하기 위해 '신속연구개발사업'과 '신속시범획득사업' 제도를 가동하고, 관련 예산을 연간 1000억 원대 규모로 점진적 확대 편성하는 등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무기체계 획득 프로세스는 소요 제기부터 선행연구, 연구개발을 거쳐 실제 야전 배치와 양산 결정에 이르기까지 통상 7~10년이 소요되는 장기화 구조에 묶여 있어, 급변하는 무기체계의 진화를 따라잡는 제도적 혁신이 절실하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다자간 청정 부품 공급망 개편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실질적인 기술 인프라 투자와 법적·제도적 규제 혁파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나가는 것이 미래 전장에서 우리 군의 실질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와 승리를 담보하는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콜비의 전술핵 카드, 기회와 위기 사이 한국의 대처 방향
이런 가운데 콜비 차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미 전략사령부 억지력 심포지엄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심의 장거리 전략핵무기보다, 단거리·저위력 전술핵의 실질적인 전장 효용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이 실전 배치된 인도-태평양 전구 환경에서, 대규모 전면전으로의 확전을 철저히 통제하면서도 북핵에 대한 즉각적인 억제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서면상의 핵우산 확장 억제력 강화 선언을 넘어 현장 운용이 가능한 전술핵 인프라를 동맹국 간에 긴밀히 동기화해야 한다는 현실 분석으로 평가된다.
미국 랜드(RAND) 연구소는 최신 인도-태평양 전술핵 억제력 보고서에서 고도화된 비대칭 위협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전략핵보다 투사 시점과 파괴력을 세부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저위력(Low-yield) 전술핵의 전방 배치가 실전적 억제 효과를 발휘한다고 지적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EIP) 역시 미국의 장거리 보복 핵 능력만으로는 북한의 국지적 핵 도발을 초기에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연합군의 즉각적인 맞춤형 전술핵 대응 능력이 확보되어야만 적의 오판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콜비 차관의 견해를 뒷받침했다.
콜비의 이러한 발언은 북한의 고도화된 전술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동맹의 실질적인 물리적 억제력과 타격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결정적인 전략적 기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 담론은 전장에서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위험할 정도로 낮추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의 걷잡을 수 없는 핵 군비경쟁을 촉진하여 안보 딜레마를 극단으로 끌어올릴 위험성도 명백히 내포하고 있다. 전술핵 배치가 자칫 역내 불안정성을 자극해 예기치 못한 우발적 충돌을 일으키고, 이것이 소형화된 전술핵 투발을 통한 전면적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본질은 한미 간의 철저한 '공동기획(Joint Planning)', '정치적 통제', 고도의 '확전관리(Escalation Management)'와 '위기안정성'을 양국이 얼마나 완벽하게 제도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무기 체계의 도입보다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연합 지휘통제 시스템의 확고한 신뢰 구축과 고도화가 선행되어야만 핵확장억제력(NCG)의 진정한 신뢰성이 담보된다"고 진단했다. 우리 외교안보 당국은 워싱턴의 전략적 기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여, 기회는 우리 안보의 자산으로 극화하고 리스크는 한미 연합 체제 안에서 통제할 수 있는 정교하고 고도화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