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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김정은·동맹비용…트럼프가 한미훈련 줄인 세 가지 이유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의 모리스타운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의 모리스타운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하루 앞두고 미군 참여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와 훈련 비용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이란전쟁 이후 달라진 미국의 군사적·외교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에 막대한 전력을 투입하면서 미국의 핵심 무기 재고가 줄어들고 아시아에 배치됐던 군사자산까지 중동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동맹 비용 분담론과 대북 직접외교 구상이 맞물렸다는 것이다.

이란전쟁에 흔들리는 아시아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미군의 참여를 "대폭 축소(substantially reduce)"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비핵화에 우리와 함께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북한은 자신의 재임 기간 "위협적이지 않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lchi Freedom Shield·UFS)' 시작을 불과 하루 앞두고 나왔다. UFS는 17일부터 11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훈련에는 한국군 약 1만8000명과 미군 병력 등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이란전쟁 동참 안 한 한국에 '청구서'?

그러나 외신들은 이번 결정을 이란전쟁 이후 미국의 군사자원 재배치라는 더 큰 흐름과 연결해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군사력을 집중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자산까지 중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란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핵심 무기 재고와 전력 운용에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달 초 이란전쟁 과정에서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와 차세대 정밀타격미사일(PrSM) 재고의 대부분을 사용했으며 패트리엇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요격미사일 재고 역시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막대한 양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며 무기 부족론에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한미훈련 축소를 넘어 미국이 중동과 인도·태평양이라는 두 개의 전략적 전선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이어진다. 중국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미국이 중동에 전력을 쏟아부으면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서는 미국의 역내 억제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실제 미국은 태평양에 배치됐던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번 결정에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적 동맹관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훈련 축소를 지시하면서 한국의 대이란 정책을 직접 끌어들였다. 한국이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비핵화에 우리와 함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과 이란 문제는 직접적인 군사적 연관성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안을 하나의 동맹 비용 문제로 연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등에서 군사적 지원을 요구했다가 입장을 바꾸는 등 이란전쟁 과정에서 동맹국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한국에서는 미국의 요구가 수시로 달라지는 가운데 동맹의 기여를 개별 현안과 연계하는 트럼프식 접근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허드슨연구소의 아시아 안보 전문가인 패트릭 크로닌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반도의 억지력을 유지하고 조선과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의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필요하다"며 "중동 전략 부재를 이유로 서울을 불이익에 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뉴시스

8년 만에 되풀이되는 '김정은 카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도 또 다른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김 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강조했다. 이는 집권 1기 때의 접근법과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면서 훈련 비용과 북한에 대한 자극을 이유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도 한미훈련을 축소해 북한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낸 뒤 김 위원장과의 직접 외교를 다시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북한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당시보다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이다. 북한은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을 재개했고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견하면서 실전 경험까지 축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최근 양국의 밀착 관계를 재확인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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