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아사드가 숨긴 '핵 유산' 나왔다…IAEA, 수 톤 핵물질 첫 확인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18년간 감춰진 '핵 유산' 수면 위로
北 지원 원자로 파괴 뒤 비밀시설 은닉
시리아 "IAEA 감시 아래 직접 보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지난 6월26일 일본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지난 6월26일 일본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축출된 바샤르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 정권이 비밀 시설에 숨겨온 수t의 핵물질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북한의 지원을 받아 건설하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비밀 원자로에서 비롯된 핵물질로 추정된다. 시리아 새 정부는 IAEA 감시 아래 이를 직접 보관해 민간·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아사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알아사드 정권이 은닉한 "수t 분량의 핵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로시는 "시리아 새 정부가 핵물질이 보관된 또 다른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덕분에 현장에 접근해 조사할 수 있었다"며 "자칫 악용될 수도 있었던 수t의 핵물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과도정부는 지난달 17일 IAEA에 공식 서한을 보내 알아사드 정권이 남긴 미신고 시설에 핵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이후 IAEA가 현장 조사에 나서면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핵물질의 존재와 규모가 확인된 것이다.

발견된 물질에는 우라늄 정광인 '옐로케이크'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우라늄 광석을 정제해 만드는 옐로케이크는 추가 변환·농축 과정을 거쳐야 핵무기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그 자체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물질은 아니다. 다만 방사성 물질을 재래식 폭발물과 함께 살포하는 '더티 밤'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에 발견된 핵물질은 알아사드 정권과 북한의 과거 핵 협력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 알아사드 정권은 북한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주 알키바르에 비밀 원자로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설은 2007년 가동에 들어가기 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됐다. IAEA는 이후 알키바르 시설이 원자로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해 왔다.

알아사드 정권은 공습 이후 남아 있던 관련 물질과 연구개발(R&D) 장비 등을 '99번 부지'(Site 99)로 불리는 비밀 시설로 옮겨 은닉한 것으로 보인다. IAEA는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2024년 현장 사찰 당시 이곳에서 우라늄 입자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시는 이번 시리아 방문에서 18년 동안 사실상 접근이 차단됐던 데이르에조르 현장도 직접 찾았다. 그는 "현재 매우 포괄적인 발굴과 탐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비밀리에 핵시설이 건설되고 있었다는 IAEA의 오랜 평가를 입증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리아 새 정부는 발견된 핵물질을 국외로 반출하지 않고 직접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알샤이바니는 "시리아는 이 물질을 민간 및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기술적 평가 결과 이 물질들이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시리아의 국가적 관리 아래 IAEA 안전조치 시스템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 시리아가 핵무기 제조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핵물질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말 반군 공세로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뒤 들어선 시리아 과도정부는 국제사회 복귀를 추진하면서 과거 정권의 핵 활동을 공개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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