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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으로 압도하는 아메리칸 럭셔리"…'조용한 거인' 링컨 네비게이터 [기똥찬 모빌리티]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5.3m 차체로 도로 위 존재감 압도
446마력에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
스플릿 게이트·48인치 화면 등 새 사양
연비 5등급·터치 조작은 감수해야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운전석에 오르려면 한 걸음 올라서야 한다. 눈높이가 웬만한 세단의 지붕 위로 올라가는 순간, 이 차의 크기가 실감 난다. 5.3m가 넘는 차체와 지면과 수직으로 선 대형 그릴, 그 위를 가로지르는 라이트바가 만드는 존재감은 굳이 소리를 내지 않아도 도로를 압도한다. 그런데 정작 차 안은 고요하다. 아메리칸 럭셔리의 플래그십, 5세대 링컨 네비게이터다.

지난달 국내 출시된 5세대 네비게이터를 시내와 고속도로를 오가며 시승했다. 국내에는 최상위 트림인 블랙 레이블 단일 사양으로 들어온다. 1997년 1세대가 프리미엄 풀사이즈 SUV 시장을 연 이래, 네비게이터는 링컨이 내세우는 '궁극의 안식처'라는 가치를 대형 SUV에 담아 왔다. 이번 세대는 그 방향을 한층 밀어붙였다.

외관은 크기와 빛으로 먼저 말한다. 전장 5340mm, 전폭 2070mm, 전고 1995mm, 휠베이스는 3110mm에 이른다. 지면과 수직을 이루는 대형 링컨 시그니처 그릴을 라이트바가 가로지르고, 운전자가 다가서면 전면 센터에서 도어 핸들까지 순차적으로 불이 들어오는 '링컨 엠브레이스' 웰컴 시퀀스가 작동한다. 후면에는 테일게이트 전체를 가로지르는 테일램프와 링컨 3D 배지가 자리하고, 22인치 하이 글로스 에보니 알루미늄 휠이 거대한 차체를 받친다.

이번 세대에서 브랜드 최초로 적용된 '링컨 스플릿 게이트'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테일게이트의 상단 4분의 3 영역과 나머지 하단이 각각 독립적으로 열리는 분할형 구조다. 짐을 조금 실을 때는 상단만 열고, 하단 도어는 최대 약 227kg의 하중을 견뎌 걸터앉는 벤치로도 쓸 수 있다. 캠핑장이나 골프장에서 신발을 갈아 신거나 짐을 정리할 때 요긴한 구성이다. 대형 SUV의 큰 트렁크 문을 매번 통째로 여닫는 번거로움을 덜어낸, 실용적인 아이디어였다.

문을 열고 오르면 대시보드 상단을 가로지르는 48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가 시야를 채운다. 운전자 눈높이 언저리에 주행 정보가 떠, 시선을 도로에서 크게 떼지 않고도 속도와 길안내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 11.1인치 센터 터치스크린이 인포테인먼트를 담당한다. 위아래가 평평한 플랫 탑 스티어링 휠은 전방 시야와 화면 가시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설계다. 볼스도르프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 오퓰런스 가죽 시트, 천연 우드 트림, 크리스탈에서 영감을 받은 볼륨 노브까지 손이 닿는 곳마다 소재의 급이 느껴졌다.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다만 물리 버튼을 대거 화면 속으로 넣은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비상등과 시동, 변속 등 일부를 빼면 대부분의 조작이 터치스크린으로 이뤄지는데, 주행 중 자주 쓰는 기능까지 화면을 여러 번 눌러야 닿는 경우가 있었다. 손끝의 감으로 바로 누르던 물리 버튼의 편리함을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다.

시트는 이 차가 특히 공들인 부분이다. 1열 퍼펙트 포지션 시트는 운전석 30방향, 조수석 28방향으로 전동 조절되고 통풍·열선·마사지를 갖췄다. 눈길이 가는 건 뒷좌석이다. 2열에도 통풍과 마사지가 1열과 같은 수준으로 들어갔다. 값비싼 차라도 뒷좌석에서는 열선 정도로 타협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 차는 뒤에 타는 사람을 앞자리와 동급으로 대접한다. 3열까지 전동 리클라이닝과 온열이 들어가, 세 열 어디에 앉아도 아쉬운 자리가 없었다.

시동을 걸면 3.5리터 트윈터보 V6 엔진이 낮게 깔린다. 최고출력 446마력, 최대토크 70.5kg·m를 10단 자동변속기로 전한다. 공차중량이 2765kg에 이르는 거구지만, 가속 페달을 밟으면 묵직하게, 그러면서도 매끄럽게 속도를 붙인다. 고속도로 합류나 추월에서 부족함이 없었고, V6 특유의 엔진음도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낮게 들려왔다.

주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승차감과 정숙성이다. 연속 가변 감쇠 제어 기능을 갖춘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냈다. 과속방지턱이나 이음매를 넘을 때 충격이 실내로 넘어오지 않고, 큰 차체가 흔들림 없이 도로를 눌러 갔다. 스티어링과 가속 페달은 묵직한 편이라 날카롭게 몰아붙이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 차의 지향은 애초에 그쪽이 아니다. 크고 조용하고 편안하게, 안에 탄 사람을 흔들지 않고 옮기는 것. 그 목적에 충실했다. 노멀부터 익사이트, 컨저브, 슬리퍼리, 딥 컨디션까지 다섯 가지 주행 모드를 상황에 따라 고를 수 있다.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링컨 내비게이터. 사진= 김동찬 기자.

편의 사양도 대형 럭셔리 SUV답게 촘촘하다. 28개 스피커의 레벨 울티마 3D 오디오는 실내를 콘서트홀처럼 채우고, 파노라믹 비스타 루프가 개방감을 더한다. 주차 상태에서 조명·향기·사운드·시트를 유기적으로 조작해 휴식을 제공하는 '링컨 리쥬브네이트'는, 장거리 운전 뒤 잠시 눈을 붙이기에 맞춤한 기능이다.

다만 감안할 부분도 있다. 복합 연비는 6.8km/L(도심 5.9·고속 8.4)로 5등급이다. 3.5리터 트윈터보에 2.7톤이 넘는 차체를 감안하면 예상 범위지만, 유지비는 각오해야 한다. 5340mm의 전장과 2070mm의 전폭은 좁은 골목이나 도심 주차장에서 분명한 부담이 된다. 앞서 짚은 터치스크린 위주의 조작계도, 물리 버튼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시내와 고속을 함께 달려본 네비게이터는 '조용한 거인'이라는 한마디로 정리됐다. 도로 위에서는 크기로 압도하지만, 문을 닫는 순간 소리와 진동을 걷어내고 탑승자를 감싼다. 빠르기나 날렵함으로 승부하는 차가 아니라, 큰 공간과 고요함으로 승부하는 차다. 에스컬레이드가 힘과 존재감으로 말한다면, 네비게이터는 정숙과 안락으로 답한다. 같은 아메리칸 대형 SUV라도 지향이 이렇게 다르다는 점이, 이 시장을 들여다보는 재미이기도 하다.

올-뉴 링컨 네비게이터 블랙 레이블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6150만원(부가세 포함, 개별소비세 5% 적용)이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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