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의 설움 씻어낸 뜨거운 눈물… 서교림, '숙적' 김민솔 넘고 완벽한 1인자로 우뚝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김민솔의 몫… '만년 2위' 꼬리표 떼어낸 20세 소녀의 인간 승리
피 말리는 챔피언조 맞대결, 16번 홀부터 시작된 반전 드라마와 숨 막히는 연장 혈투
지난주 3승 땐 참았던 눈물 왈칵… '솔림대전' 징크스 깨고 상금·다승 등 투어 전 부문 1위 싹쓸이
[파이낸셜뉴스] 승부의 세계는 한없이 냉혹하다. 대중은 오직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1등만 기억할 뿐, 2등이 흘린 피나는 노력과 눈물에는 좀처럼 시선을 주지 않는다. 스무 살의 서교림(삼천리)에게 동갑내기 절친 김민솔(두산건설)은 항상 넘기 힘든 거대한 벽이자, 가슴 한편을 무겁게 짓누르는 숙제와도 같았다.
국가대표 시절부터 프로 무대 데뷔, 그리고 마수걸이 우승에 이르기까지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한발 앞서간 김민솔을 비췄다. 골프 팬들이 부르는 두 선수의 라이벌전 명칭조차 김민솔의 이름이 먼저 나오는 '솔림 대전'이었다.
하지만 영원한 2인자는 없었다. 서교림이 마침내 그 견고했던 벽을 완벽하게 허물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가장 높은 곳에 깃발을 꽂았다.
23일 경기도 포천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BC카드·한경 제48회 KLPGA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챔피언조. 숙명의 라이벌 김민솔과 정면으로 맞붙은 서교림의 어깨에는 짐작조차 하기 힘든 엄청난 중압감이 실려 있었다.
첫 홀부터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그립을 잡은 손은 흥건한 땀으로 젖었다. 샷 난조 속에 15번 홀까지 김민솔에게 2타 차 선두를 내어주며 끌려갈 때만 해도, 또다시 '2인자'의 씁쓸한 악몽이 피어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벼랑 끝에 선 서교림은 과거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던 16번 홀(파3)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낚아채며 극적으로 흐름을 바꿨고, 기어이 승부를 18번 홀(파5)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이어지는 1차 연장전, 서교림이 세 번째 샷을 홀컵에 완벽하게 붙이며 챔피언 퍼트를 완성하는 순간, 그동안 그를 옥죄어왔던 서러운 꼬리표도 갤러리들의 환호성과 함께 영원히 날아갔다.
우승이 확정되자 서교림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불과 일주일 전, 시즌 3승 고지에 올랐을 때만 해도 눈물 한 방울 없이 덤덤했던 그였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달랐다. 챔피언조 내내 자신을 짓눌렀던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산과 같았던 라이벌을 자신의 힘으로 넘어섰다는 깊은 안도감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카타르시스였다.
단 일주일 전 "4승 고지는 먼저 밟고 싶다"던 그의 간절한 바람은 2주 연속 우승이자 생애 첫 메이저 퀸 등극이라는 눈부신 현실로 보답받았다.
이번 우승으로 서교림은 다승은 물론 대상, 상금, 평균타수까지 투어 전 부문 1위를 싹쓸이하며 완벽한 '서교림 천하'를 열어젖혔다.
"이제는 '솔림'이 아니라 '림솔 대전'으로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라며 수줍게 미소 짓는 새로운 골프 여제. 질긴 2인자의 사슬을 스스로 끊어낸 서교림의 뜨거운 눈물은 KLPGA 투어 권력 교체의 화려한 서막이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