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승계 대신 M&A 원해도… 협상부터 거래까지 산 넘어 산 [中企 승계 판이 바뀐다 (中)]
M&A 정보·경험 부족한 중소기업
적정 가격·거래 조건 협상 어려워
만만치 않은 인수·투자금도 문제
중개 지원·세제 혜택 등 강화해야
#. 수도권 소재 물질성분 분석 기업의 대표 A씨는 기업을 매각하기 위해 인수자를 찾고 있다. 자녀가 사업을 물려받을 의사가 없어 인수합병(M&A)을 고민하고 있지만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특히 수십 년 동안 함께한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으로 거래하기를 원하고 있다.
A씨처럼 자녀 대신 제3자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지만 정보 비대칭과 인수자금 조달 등의 어려움으로 실제 거래 성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업 간 매칭부터 인수금융·보증까지 승계 M&A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M&A의 가장 큰 장애물로 매도자와 인수자 간 정보 비대칭이 꼽힌다. 대기업 거래와 달리 중소기업은 기업실사와 회계·법률·컨설팅 등에서 전문 역량이 부족해 매도자와 인수자 간 가치평가 격차가 커질 수 있다. 매도자는 기업을 적정 가격에 팔고 싶어 하지만 인수자는 숨은 부실이나 핵심인력·거래처 이탈 가능성 등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M&A의 문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회사를 처음 매각하는 고령 창업자와 처음 인수에 나서는 중소기업 모두 상대방에게 어떤 정보를 요구하고 제공해야 하는지, 적정 기업가치를 어떻게 판단할지, 거래 조건을 어디까지 조율해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A씨는 "M&A에 대한 경험이 없어 어떻게 인수기업을 찾아야 할지 걱정"이라며 "적정한 가격과 직원 고용 유지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인수자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업을 넘기더라도 오랫동안 함께 일한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받길 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업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 숙련 인력의 이탈을 막는 동시에 직원들의 생계와 고용 안정을 지켜주려는 취지다.
중소기업 M&A 전문 자문사 브릿지코드에 따르면 경상도의 한 식품 제조기업 대표는 계약 필수 조건 중 하나로 직원들의 안정적인 고용 승계를 꼽았다. 30년간 축적한 식품 제조 노하우와 레시피가 숙련 인력들을 통해 전수돼 온 만큼 매각 이후에도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핵심 인력이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태환 기술보증기금 M&A지원센터장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 매각을 앞두고 가장 우려하는 요인 중 하나가 직원과 회사의 앞날"이라며 "수십 년 함께한 직원들의 고용이 유지될지, 회사가 인수 후에도 지속될지를 매각 가격만큼이나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승계 매물을 인수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확장을 위해 동종업체를 인수하려 해도 인수대금뿐 아니라 실사 비용과 운전자금, 시설투자 등 필요한 자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인수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보증비율을 높이거나 보증료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세제 지원 등 실질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며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기 위해 수요자와 공급자 간 중개·알선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이주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