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배관 교체…자산가치 상승
파이낸셜뉴스
2002.01.17 07:20
수정 : 2014.11.07 12:55기사원문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현대3차 아파트 주민들은 올해 그 어느해보다 따스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 개·보수(리모델링)를 통해 난방배관과 난방방식을 바꾸고 수도관도 교체했기 때문이다. 가구별 인테리어를 최신형으로 모두 바꾼 것은 물론이다.
리모델링한 뒤 몇개월새 집값도 크게 올라 주민들은 한마디로 ‘기(氣)’가 올라있다.
◇리모델링 이전=현대3차 아파트는 지난 91년 완공된 17층짜리 1개동으로 모두 28평형과 33평형으로 구성된 145가구의 조그만 단지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겨울철이면 월 30만∼40만원씩 나오는 관리비 납부통지서를 받을 때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하려해도 아파트값이 다른지역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아 자금부담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다른 지역의 아파트값이 연평균 20∼30%씩 오를 때 이 아파트는 낡고 단지규모가 너무 작아 2∼3%의 현상유지 정도의 상승에 그쳐야 했다.
아파트가 1개동인 데다 고층이어서 재건축하려 해도 가구당 자금부담이 많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리모델링추진과정=아파트 주민들은 여러 궁리 끝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택하기로 하고 당초 이 아파트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을 찾았다. 이때가 지난해 6월.
때마침 현대산업개발도 리모델링사업팀을 구성해 리모델링 시범사업 대상을 물색하던 중이었다. 현대산업은 주민들로부터 이같은 제안을 받고 다행히 자사에서 시공한 아파트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리모델링 사업에 착수했다.
현대산업은 우선 리모델링의 첫번째 절차인 리모델링 범위 설정에 들어갔다. 주민들도 이에 맞춰 대표자들로 리모델링추진위원회를 구성, 협의체제를 마련했다.
현대산업은 리모델링 추진위와 여러차례 협의와 주민전체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 등을 열어 리모델링 사업범위를 확정했다. 이 아파트의 리모델링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난방시스템이었다.
공용부문의 경우 공동구와 각 가구 인입 상수도관 및 난방배관을 교체하고 경유로 사용하는 중앙난방도 개별난방으로 바꾸기로 했다. 녹이 슬어 꽉 막힌 급수관은 스테인리스 배관으로 교체하고 조합식 정수시스템도 설치하기로 했다. 단지내 도로경계석도 교체하고 도로를 새로 포장하는 한편, 건물외장 및 내부 도장도 하기로 했다. 주 현관 출입문도 카드키를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강화도어로 바꾸고 바닥은 대리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개별가구는 노후화돼 성능이 떨어지며 누수 우려가 높은 난방배관을 바꾸고 각 가구마다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보일러를 설치하기로 했다. 오래돼 우중충해진 가구 내부마감재도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천장은 이중으로 마감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방바닥은 우드륨으로, 거실은 원목마루판으로 깔기로 했다. 주방가구류며 화장실 타일, 내부도장 등도 모두 기능을 향상시키기로 했다.
현대산업은 이렇게 사업계획을 만들어 견적을 낸 결과 기본적으로 33평형은 가구당 560만원, 28평형은 510만원씩 총 8억7000만원이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가구별로 별도의 옵션을 제시해 필요한 부분은 추가시공이 가능토록 했다.
현대산업과 리모델링추진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리모델링 동의서 접수에 나섰다. 동의서 접수에 앞서 5차례의 사업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을 설득했고 그 결과 92%의 주민들로부터 찬성을 받았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선 100%동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사업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현대산업은 이 상태에서 먼저 공사에 착수한 뒤 동의하지 않은 나머지 주민을 대상으로 개별방문과 설득을 통해 100% 동의를 얻어냈다.
현대산업 리모델링팀 이선호과장은 “마지막까지 3가구가 리모델링에 반대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리모델링 뒤의 아파트가치가 투입되는 비용보다 훨씬 높게 나올 것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업과정= 현대산업은 모든 절차를 마치고 지난해 8월 리모델링공사에 착수, 하루 10여가구씩 개별난방 공사를 진행하면서 단지 내외부의 도장, 토목공사 등을 병행했다.
난방배관을 위해 가구마다 폭 20㎝,길이 38m씩 방과 거실의 콘크리트를 파헤치는 작업에서 배관, 콘크리트 양생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6시간이면 가능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이주하지 않고 필요공간만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진동·소음·먼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고 현대산업 관계자는 밝혔다. 현대산업은 진동과 소음 저감 효과가 뛰어난 커팅공법이라는 최신공법을 이 작업에 도입했다.
현대3차 아파트의 리모델링은 공사시작 3개월만인 지난해 11월 완공됐다.
/ poongnue@fnnews.com 정훈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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