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틀 잡힌 농협 구조개혁 순항

      2003.10.27 10:17   수정 : 2014.11.07 12:54기사원문

지난 2000년 7월 출범한 통합농협중앙회의 구조개혁 행보가 당면한 농업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갈 지를 가름할 중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42년 역사를 자랑하는 농협은 조합원수만 239만여명, 종사인원은 조합과 중앙회를 합쳐 6만7000여명에 이르는 방대한 조직이다.

이처럼 농업분야에 막강한 파급력을 지닌 농협의 구조개혁은 ‘단추’를 잘못 꿸 경우 ‘조합원 소득증대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연의 목표에 곧바로 큰 차질을 빚는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배구조 바꿔 책임경영 도모=2단계로 추진하는 농협 개혁은 개혁과제와 추진방법 등을 놓고 농민단체, 중앙회, 조합장, 그리고 노조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온 게 사실이다.

크게는 40년이상 겸영해온 신용부문(금융)과 경제사업(양곡·유통, 계약 출하 및 가공사업)의 분리에 대한 추진시한과 시·군 지부 폐지 등에 대한 입장 차이가 가장 컸다.

그러나 지난 4일 중앙회 지배구조 개선 등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 달 정기국회에 상정키로 함에 따라 서서히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중앙회와 농민단체 등이 참여한 ‘농협개혁위원회’의 건의안과 정대근 중앙회장이 지난 3월 자체적으로 밝힌 중앙회장 비상근화와 외부 경영평가제 도입 등을 바탕으로 마련한 것이다.

인력·회계·자본의 분리와 함께 농협개혁의 1단계로, 현행 농협체제내에서 독립사업부제를 강화해 실질적인 ‘신·경분리’ 효과를 꾀하자는 취지다.

주요 내용을 보면 권한이 집중된 회장은 비상임으로 전환하고 교육지원전담 전무이사제를 새로 두기로 했다.

대표이사에게 집행간부 임면권을 주고 조합장 출신 이사 비율도 3분의 2이상에서 2분의 1이상으로 바꿨다. 책임경영체제를 뒷받침하자는 뜻이다.

잡음을 일으켰던 조합장 선거제도도 비교적 큰 폭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선관위에 선거관리를 위탁할 수 있도록 했고 불법선거에 대한 처벌수준도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다. 자신의 주소나 사업장을 둔 지역조합에만 가입하도록 한 규제도 완화해 조합 선택권의 폭도 넓혔다. 농림부 정학수 농업정책국장은 “약체·부실조합은 도태시키고 경쟁력을 갖춘 조합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자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신용·경제사업 분리 ‘절충’중=2단계 신·경분리 추진은 농협개혁위에 참여중인 농협과 농민단체가 내놓은 복수 건의안을 바탕으로 한 정부결정에 달려 있다.

27일 농림부에 따르면 현재 농협측은 신·경분리시 7조6000억원 규모의 자본금 확충이 이뤄져야 부실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농민단체는 3년안에 중앙회와 경제사업연합회, 신용사업연합회 등 3개 법인으로 쪼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농협중앙회 농업·농촌발전기획단 전흘수 부부장은 “경제사업은 향후 신규사업 투자분과 이미 투자한 1조원 규모의 비료?^농약부문에 대한 투자분까지 포괄적으로 감안하지 않으면 분리시에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3년내에 분리하자는 것은 단순한 수치적 논리”라고 반박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협이 밝힌 7조6000억원이 타당한 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면서 “의견수렴과 양측의 주장을 검토한 뒤 다음 달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농협 개혁법안은 내년 7월중 시행에 들어가 새 법에 담긴 지배구조의 적용을 받는 새 경영진이 들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경분리에 대한 2단계 시행방안은 부칙에 담기게 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행 농협중앙회 체제가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책임경영체제가 미흡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조직 운영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중앙회 신경사업을 장기적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용역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일선조합 개혁 노력 박차=농협은 이와 함께 ‘조합구조개선법’에 따라 부실조합을 정리하고 정상화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197개, 올해 10개의 조합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내렸으며 이들 조합을 대상으로 합병, 퇴출, 시정조치 사유 해소 등을 통해 구조개선을 벌이고 있다.

농협은 “정상화가 불가능한 조합은 계약이전·파산 등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면서“자율합병을 추진하는 조합은 합병을 적극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실우려 조합은 강도높은 경영개선조치와 자금지원으로 정상화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부실관련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부실책임을 밝혀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9일 현재 올해 부실 조사 대상 조합 41개 가운데 조사를 마친 16개중 12개 조합의 전·현직 조합장과 임직원 68명에 대해 13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편, 농협은 정부 쌀 수매량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자체 매입량을 늘리고, 고품질 쌀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고품질 농축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전사적인 품질관리체계를 서두르고 있다.
인구감소 및 도시와의 소득격차 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을 돕기 위한 현장 지원체제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농협의 업무로 꼽힌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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