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거르고 흡수하는 노하우
파이낸셜뉴스
2004.07.08 11:29
수정 : 2014.11.07 17:05기사원문
현대는 정보력에 의해 국가의 존망과 경제 부흥, 각 분야별 기선 제압과 개인의 입신영달을 도모할 수 있다. 문제는 엄청난 정보를 어떻게 정리하여 자기화하고, 실생활에서 응용하여 도움을 받느냐 하는 것이다. 그 해답을 제시한 책이 바로 이케가미 아키라의 ‘정보력’이다.
우리는 서해대전에서 정보력의 실체를 파악하였고, 북한 잠수정 동해안 침투때도 정보력이 무엇인가를 피부로 체험했다. 우리는 일이 터질 때마다 정보력 부재를 통탄하고 있다. 구소련의 KGB나 이스라엘의 모사드, 미국의 FBI나 CIA의 정보 수집력은 어떠한 희생과 투자로 이루어졌는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정보력의 활용을 염두에 둔 학생이나 직장인, 일반인들 모두에게 필수품처럼 가까이 두고 참고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특히 김선일 사건을 접한 이 시점에서 정보력 부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고, 외교력 역량도 결국 정보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기본수칙들을 촘촘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평범 속의 비범, 간결함 속에 방대한 압축풀기 코드는 정중동(靜中動)의 동양철학을 읽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존재는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쓰임새와 추임새는 히딩크의 철학을 연상시키는 묘한 서향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우선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나를 일류로 만드는 지침서, 둘째, 체계적인 정보 수집, 분석에 의한 판단력 창출 방법 제시, 셋째, 어렵게 생각해 쉽게 보여주기 테크닉 개발이다.
‘정보와 정보대전’ 같은 거창한 타이틀을 내세우지 않고도 내용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쉽게 직독?직해되는 이 책은 우선 메모, 정리가 지적혁명의 완결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게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NHK의 보도국 주간이다. 그는 다양한 이슈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기자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다. 이 책도 그와 맥락을 같이한다.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해세력(解世力)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는 자신의 노하우를 선생님처럼 부모처럼 형제자매처럼 일반인에게 친절하게 설명한다. 특히 민성원의 맛깔스런 번역은 이 책이 더욱 빛나 보이게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는 정보를 취급하는 마인드가 훨씬 달라져 있음을 독자들은 스스로 느낄 수 읽을 것이다. 미시적인 것 같지만 거시적이고, 단순한 것 같지만 다양한 분석은 정제되고 정제된 목초액 같은 느낌의 책으로 다가온다.
‘정보력’은 소박함과 진실을 토대로 옥새처럼 품격이 돋보이는 책이다. 우리는 좋은 책을 통해 영원한 지침을 얻는다. 이 앙징스럽고 깔끔 떠는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양분과 혜안을 기를 수 있다. 화려한 빛을 받지 않아도 콩나물은 자신의 싹을 띄우고, 5년을 기다린 다음에야 싹을 틔우는 대나무처럼 그렇게 꿋꿋하게 서 있는 책이 ‘정보력’이다.
매체의 정보를 여과시키는 방법을 제시한 이 책의 결과물은 우리의 삶과 질을 윤택하게 만드는 종자돈처럼 값지게 사용될 것이다. 우리가 폭넓고 깔끔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 자기의 몸이 바르게 될 것이고, 천하가 자기의 것이 되지 않겠는가. 아침이슬처럼 맑고,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같이 낭낭함이 배어 있는 이 책은 밤꽃향처럼 침향(沈香)이 피어오른다.
자신을 완성시키고 숙성 발효시키는 과정은 정보력 습득의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온화한 얼굴을 거역할 수 없는 우리들에게 정보라는 비장의 무기가 도색된다면 이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자신의 기본 틀이 완성되면 그것은 바로 브렌드 네임밍되는 일이다.
/장석용(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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