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선악의 대립,결말은 공공의 희망

파이낸셜뉴스       2005.01.19 12:23   수정 : 2014.11.07 22:41기사원문



강우석 감독이 ‘실미도’ 흥행성공 이후 촬영에 들어갔던 ‘공공의 적 2’(제작 시네마서비스)가 오는 27일 관객과 만난다. 지난 2002년 설 대목을 노리고 개봉했던 ‘공공의 적’은 전국관객 300만명(‘실미도’의 1000만명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지만)을 불러모으며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던 작품. 3년 전 강력계 형사 강철중으로 분했던 영화배우 설경구가 이번엔 정의로 똘똘 뭉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검사 강철중으로 등장한다.

강감독은 “전편에 나왔던 조규환(이성재 분)은 ‘그냥 나쁜 놈’에 불과했다”면서 “이번에 설경구와 한판 세게 붙는 한상우(정준호)야말로 ‘진짜 공공의 적’이다”라고 말했다.

전편에서도 그랬듯이 ‘공공의 적 2’는 강력부 검사 강철중과 온갖 탈법을 일삼는 사학재단 이사장 한상우의 한판대결로 압축된다. 전편의 조규환이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주인공처럼 별 이유없이 살인을 즐기는 악인이었다면, 속편의 한상우는 ‘돈이 법보다 세다’고 믿는 안하무인형 인간이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선과 악의 경계가 너무나 명확해 영화가 끝날 때 쯤이면 선이 악을 누르고 승리하리라는 것을 관객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공공의 적 2’는 전편의 조규환보다 속편의 한상우가 더 악질적이며, 더 나아가 폭력을 업으로 삼는 조직폭력배보다도 더 나쁜 ‘만인(萬人)의 적’이 바로 한상우 같은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시민권자에 군대는 면제됐으며 선친이 이룬 부를 형으로부터 빼앗아 젊은 나이에 재단 이사장 자리에 오른 한상우는 처음부터 ‘다른 출발선’에 있었던 인물.

그는 유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형을 청부살해하고 학교 재산을 빼돌려 해외부동산을 사들이는 파렴치한이지만 철두철미한 두 얼굴의 소유자여서 아무도 그를 공공의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꼴통’ 검사 강철중을 분노하게 한다. 게다가 그는 강철중이 수사의 폭을 좁혀오자 정치권에 돈을 뿌려 검찰의 수사를 중단시키기도 한다.

이번 영화는 결국 ‘정의가 돈보다 더 세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한상우와 수사를 중단시키려는 모종의 음모에 사표로 대항하는 강철중 검사, 그리고 그의 충정을 십분 이해하는 선배 검사들의 소리없는 항명으로 ‘공공의 적’은 결국 수갑을 차고 철창 신세를 지게 된다.

그러나 관객이 이런 과정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는 현실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상적 모델을 스크린에 투영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의의 편에 서는 법과 외압을 이겨내는 검찰의 모습은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바라마지않는 바이지만 현실에서 그것을 목격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를 본 뒤 관객들이 시원하고 통쾌해 했으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바람이 희망사항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다. 15세 이상 관람가.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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