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오리온-‘조직에 즐거움을’…창조와 개성 이끈다

파이낸셜뉴스       2006.09.13 20:39   수정 : 2014.11.05 12:18기사원문



# 장면 1.

“어…어…,저것 좀 봐. 양 무릎이 묶여 깡충깡충 뛰면서 공을 차는 폼이 마치 토끼나 캥거루가 축구를 하는 것 같네.”

“내 참, 그래서 ‘숏다리 축구’라고 부르잖아. 야∼넘어지면서 강슛! 골∼인.”

지난 7월 24일 서울 문배동에 위치한 ‘제과의 명문’ 오리온㈜ 본사 강당. 왁자지껄한 웃음 속에 한바탕 환호성이 강당 천정이 무너질듯 터져나온다. 독일 월드컵이 끝난 시점이라 딱히 흥미를 끌만한 축구경기가 없는 때에 난데없이 ‘골 인’ 함성이 쏟아져 나온다니.

다름아닌 오리온이 펀경영 차원에서 매 분기마다 실시하는 ‘독수리 시상식’의 레크레이션 ‘오리온 숏다리 월드컵’의 한 장면이다. 이날 대망의 우승을 차지한 팀은 회사내 최고령 선수들로 구성된 ENG팀. 조기축구회 운동복을 맞춰입고 나와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생산기획팀 신동승씨는 “독수리 시상식이 있는 날이면 꼭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고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독수리 시상식은 오리온이 매월 최우수 사원을 선정해 시상하는 행사. 하지만 상만 주고받는 요식적이고 딱딱한 진행이 아니라 재미(fun) 위주의 엔터테인먼트 내용이 곁들여지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한마디로 ‘웃고 즐기는 작은 축제’다.

숏다리 월드컵뿐 아니라 지난 4월 1분기 시상식땐 TV프로그램에서 한창 유행하는 게임을 진행하며 참가자들의 엔돌핀 지수를 한껏 올려놓기도 했다. 회사는 독수리 시상식의 수상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개그 이벤트,뮤직비디오,영화 패러디 형식의 재미있는 영상 드라마를 제작해 시상식때 감상회를 갖기도 한다.

오리온은 통념적인 송년회,신년회를 거부한다. 대신 축제 형식을 빌어 한 해를 마감한다. 지난해 12월 하순 한해동안 회사의 성과를 영상으로 보며 함께 축하하고, 직원들이 직접 준비한 응원전,핸드벨 연주,촌극 공연 등 개인기를 과시하며 즐겼다.

독수리 시상식의 이벤트를 기획하는 김인권 홍보팀장은 “도입 초기에는 ‘식만 간단히 하지 무슨 레크레이션이냐’며 내부의 거부감도 있었지만 횟수를 거듭하며 재미를 느낀 직원들의 참가율이 높아져 예선을 치를 정도”라고 소개했다.

# 장면 2.

지난 6월 서울 인사동 일명 ‘쌈짓길’ 일대. 12명 가량의 오리온 임원들이 각기 흩어져 전통과 현재가 어우러진 퓨전 문화상품을 진열해 놓은 가게를 기웃거리고 있다. 그러길 몇 번 되풀이하다 ‘찜’해 놓은 상품을 집어 값을 치른 뒤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집합 장소로 모인다.

이들 오리온 임원들은 회사가 두 달마다 마련한 펀경영 프로그램 ‘체험, 트렌드 따라잡기’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매번 임원들에게 독특한 ‘미션 파시블’이 주어진다. 이번에 부여된 미션은 ‘젊음을 가장 잘 나타내는 트렌드 상품을 누가 잘 사나’. 임무를 수행한 임원들은 다시 모여 다른 참가자들이 사온 상품을 대상으로 인기투표를 실시한다. 빙고! 트렌드 따라잡기의 우승자는 경영지원 부문의 정병윤 상무로 정해졌다. 부상은 10월에 열리는 대작 뮤지컬 ‘미스 사이공’ 관람권.

정병윤 상무는 “제과업은 젊은층 타깃의 사업이다. 단순히 과자를 만드는 차원에서 벗어나 ‘먹는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트렌드와 취향을 잘 알아야 하고, 스스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렌드 따라잡기는 앞서 압구정 텐트바 체험,신촌일대 체험,보드게임대회, 신세대에 이슈되는 인물 초청강연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치렀다. 신세대와 교감하기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젊은 직원들과 임원간 세대차 간극 줄이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오리온의 펀 경영은 국내기업의 펀 경영에서 시기로나, 내용에서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위상을 갖추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 매출 1800억원의 식품사에 머물렀으나 10여년을 거쳐오며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지향하는 전체 매출 2조원 달성을 앞둔 오리온그룹으로 성장했다.

초코파이로 대표되는 과자업체가 21세기 문화산업의 주력인 영화,극장,방송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구현하는 원동력을 ‘펀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CEO 김상우 대표가 항상 주창하는 ‘아이디어와 창의적(크리에이티브) 사고’를 견인해 내는 최적의 경영 토양이 바로 펀 경영이기 때문이다.

오리온 펀경영의 특징은 경영진의 일방적 지시나 강요에 의한 수직적, 하향식의 경직된 메커니즘이 아닌 자발성과 창조성이 우선되는 수평적, 상향식의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점.

독수리 시상식, 체험 트렌드 따라잡기뿐 아니라 지난 2003년부터 실시해온 ‘맵시데이’도 유연한 기업문화를 발현하려는 오리온의 펀경영 정신을 드러낸다.

매주 수요일 정장차림에서 탈피, 캐주얼이나 생활한복 등 편한 사복을 입는 날이다. 자기 개성을 거리낌없이 표현함으로써 잠재된 개인과 조직의 창의력을 끄집어 내자는 취지다. 주간 단위로 베스트 드레서를 뽑고, 올해의 베스트 드레서에겐 해외여행 상품권을 선사한다.

이밖에도 직원 휴식공간 ‘펀 스테이션’, 아이디어 발산의 광장 ‘아고라 룸’ 등도 펀경영에 기여하고 있다.(박스기사 참조)

오리온의 펀경영은 외부에도 잘 알려져 벤치마킹 자문을 구하려는 타 회사의 문의와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홍보팀은 “펀경영을 도입했으나 뜻대로 운영되지 않는 유통,제조업 중견업체들이 자주 찾아와 어떻게 하면 오리온처럼 펀경영을 잘 할 수 있는지 비법을 알려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오리온의 펀경영은 ‘먹는 즐거움에서 보는 즐거움, 느끼는 즐거움까지’라는 그룹 모토를 소비자에게 한층 더 친밀하고 가깝게 체감하도록 하는 지렛대이다.

/jinulee@fnnews.com 이진우기자

■사진설명=㈜오리온이 지난 7월 하순 서울 문배동 본사 강당에서 개최한 2006년도 2·4분기 '독수리 시상식' 중 레크리에이션 행사로 진행된 '숏다리 월드컵'에서 양 무릎이 묶인 선수들이 승부차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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