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노적가리’ 연작
파이낸셜뉴스
2006.12.14 16:54
수정 : 2014.11.04 15:07기사원문
※시시각각 변하는 빛,모네 색을 입히다
인상파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림은 실내에서 그리는 것이 통례였다. 간단한 스케치 정도라면 몰라도 정식의 유화작품은 실내에서 이루어졌다. 화가들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나 불빛에 의지하며 그림을 완성했다. 따라서 명암의 인위적인 조절은 물론 작업시간도 자유로웠다. 즉석에서 다 그리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그때는 이동이 편리한 튜브물감이 발명되기 전이어서 실내작업이 불가피했다. 만약 야외작업을 하려면 많은 물감덩어리와 그것을 녹이는 수많은 도구를 준비해야 했다.
■작업실과 결별한 싱싱한 그림들
인상파의 등장에는 당시 기술의 발달도 한몫했다. 먼저 튜브물감의 발명이다. 지금은 흔해 빠진 것이 튜브물감이지만, 인상파 이전에는 물감을 사용하기 위해 굉장한 수고가 필요했다. 그래서 야외에서 그림 그리기란 불가능했다. 반면에 튜브물감은 가지고 다니기에 편리했다. 이 튜브물감의 발명이 반세기만 늦었더라도 인상파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광학이론의 발달이다. 보기에는 백색광으로 보이는 태양 빛이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으로 구성된 것임을 밝혀낸 것이다. 그래서 인상파 화가들은 무지개 색을 사용하여 그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과 이 삼원색을 혼합했을 때 생기는 주황, 자주, 초록이 주요색이었다. 그리고 어두운 색채를 팔레트에서 추방했다. 그 결과, 이전 그림에 비해 인상파의 그림이 더 밝게 빛날 수 있었다.
■연작으로 빛의 변화를 추적한 화가
‘인상:해돋이’(1874)로 ‘인상주의’라는 명칭을 낳은 클로드 모네(1840∼1926). 그는 변화하는 빛과 색채를 포착하는데 일생을 바친 ‘빛의 추적자’였다.
빛이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신조에 대한 모네의 집착은 광적이었다. 빛의 생태를 정확히 묘사하고자 그는 항상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다. 날씨가 나쁜 날에도 붓을 놓지 않았다. 수많은 캔버스를 늘어놓고 빛의 변화에 따라 캔버스를 옮겨 가며 그렸다. 겨울에도 눈 위에 화구를 세워놓고 빛의 밝기가 적당해지기를 기다릴 정도였다. 폭풍우가 치는 날에는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기도 했다.
그는 사물의 디테일을 묘사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빛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현상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일에 몰두했다.
사실 모네는 다른 화가들에 비해 유난히 연작이 많다. 빛의 위치에 따라 색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 결과였다. 빛과 색채의 향연을 보여주는 노적가리, 포플러, 대성당, 수련 연작이 이때 탄생했다. 날씨와 광선의 조건에 따른 사물의 색채와 형태의 변화를 스냅사진처럼 담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의 표정이 연속으로 펼쳐졌다.
그는 한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 각기 다른 효과를 내는 연작에 몰두하고 있네. 일이 진행되어 갈수록 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것, 즉 순간성과 특히 그림 전체를 감싸는 색조, 똑같은 빛의 입사각을 얻기 위해서는 한층 더 열심히 작업해야 한다는 사실일세. 어설픈 솜씨로는 될 성싶지가 않네.”(1890년 10월 7일)
■마침내 빛의 진동을 포착하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찾기 위해 모네가 처음으로 그린 연작이 ‘노적가리’다. 1890년, 추수 후의 볏 짚단을 쌓아놓은 노적가리를 그린 것이다. 늦여름부터 겨울까지, 그것도 하루 중에서 시간별로 날씨에 따라 변하는 노적가리의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했다. 처음에는 2점만 그릴 생각이었다. 그것은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하늘에는 회색구름이 드리워진 그림이었다. 하지만 노적가리에 사로잡힌 그는 미친 듯이 그렸다. 조금씩 각도를 달리한 노적가리 그림이 무려 20여 점이나 되었다. 이들 노적가리에는 그림을 그리던 당시의 태양의 위치가 그대로 확인된다. 지표에 드리운 그림자의 길이나 방향, 그림자의 색 등으로 나타나 있다.
“그 그림은 찬란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두말할 나위 없이 대가의 작품이야. (……)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만족감이 전신에 퍼지는 것 같아.”(화가 피사로)
이 ‘노적가리’ 연작은 빛과 형상의 상호작용을 관찰한다는 동일한 목적으로 그려진 것이다. 따라서 빛에 따라 같은 대상이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변화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집요한 탐구의 결실이었다.
※키워드=세상은 흐르는 물과 같다. 변하고 또 변한다. 변화에 주목하자. 흐름을 읽지 못하면 낙오되고 만다. 윈드서핑 하듯이 변화의 물결을 타자.
/artmin21@hanmail.net
■도판설명(위에서부터)=모네, ‘노적가리-늦여름, 저녁 인상’, 캔버스에 유채, 60×100㎝, 파리 오르세미술관 소장
모네, ‘노적가리-늦여름, 아침 인상’
모네, ‘노적가리-눈의 인상, 흐린 날’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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