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다’…부르주아 국제갤러리서 전시

파이낸셜뉴스       2007.04.24 15:03   수정 : 2014.11.06 03:13기사원문



“내 작업은 고통과 상처를 정화하고 치유하는 투쟁을 위해 존재한다.”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 제작과 전시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여류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말이다.

부르주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왕거미’ 조각으로 유명하다. 서울 충무로 신세계 백화점과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개돼 화제가 됐던 ‘청동 거미’는 그의 어머니를 상징한다.

그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74년 아버지를 증오하는 ‘아버지의 파괴’라는 작품이 등장하면서다. 그의 작품에는 가족과 부모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권위적이고 바람둥이였던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일종의 ‘폐기처분’을 당하면서 어린 부르주아가 어머니에 대한 연민,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을 작품세계에 투영, 구축했다. 바람둥이 아버지의 행동을 엿보며 느꼈던 분노와 고통을 끄집어냈다. 재료와 양식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그에게 작품 제작은 언제나 감정의 정화작용을 의미했으며 형식 자체는 어떤 제한도 되지 않았다. 무의식과 내면의 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해 욕망, 쾌락, 사랑과 고통, 소외와 고립 등의 경험을 표출하고자 했고 이는 주로 인체를 바탕으로 한 성적인 이미지로 에로틱 혹은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표현된 경우가 많았다.

70년대 급속도로 부상한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더욱 강렬하고 파격적인 인상을 띠게 된 그의 작품은 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세계 유수 미술관들과 주요 컬렉션들에 소장돼 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가 개관 25주년을 맞아 새로 신축한 갤러리에 부르주아의 1940∼2006년 최근작인 추상 조각들을 선보인다. 조각계의 세계적인 거장 부르주아의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2002년과 2005년에 이어 벌써 세번째다.

이번 전시에는 기하하적 나선형 등 추상적인 면모가 강조되는 작품이 소개된다.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다’는 작품은 아버지의 외도를 눈감고 방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표현했고 ‘출구 없음’은 계단은 있지만 갈 곳이 없는 것을 상징하면서 계단 뒤 병풍처럼 쳐진 문 밖에 있는 돌멩이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추상적인 형상으로 나타냈다. 구상과 추상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는 작업들로 관객들로 하여금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익숙한 듯, 이상한 듯한 작품들…. 그래서 이번 전시 제목은 ’낯선 추상’이다. 전시는 6월29일까지. (02)733-8449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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