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 부담 벗은 뮤지컬 ‘해어화’
파이낸셜뉴스
2007.09.14 16:14
수정 : 2014.11.05 01:07기사원문
이름 꽤나 날리던 입시학원 강사가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문제집은 자기 수준에 맞는 걸 풀어야 성적이 오릅니다. 열 문제 중 두 문제 틀리는 정도가 가장 적당하지요.”
너무 많이 틀려도 혹은 다 맞아도 능률이 안오른단 얘기다. 사람 심리상 20%의 부족한 점은 기를 쓰고 보완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나.
반면 몇부분만 수정하면 크게 될 만한 작품도 있다. 그런 작품을 평할 땐 참 기분이 좋다. 제대로 차려진 밥상에 비뚜로 놓인 수저와 젓가락을 바로놓는 기분이랄까.
뮤지컬 ‘해어화’가 꼭 그렇다. 음악과 안무, 의상 당초 기대를 훌쩍 넘어섰다.
허준호 대표가 뮤지컬을 제작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돈 되는 꽃마차’에 올라타려는 심산이려니 했다. 그런데 작품을보니 그게 아니다. 아낌없이 투자했다. 공연을 보는 내내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악이 일등공신이다.
작곡가 하광훈씨는 ‘해어화’가 주는 시대적인 부담을 걷어찼다. 변진섭, 이승철, 왁스 등 유명가수들의 음악을 만든 그다. 그래서인지 서정적인 멜로디가 가요처럼 친숙하다. 한복을 차려 입은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라고 해서 전통에 얽매이지도 않았다. 어설픈 민요나 타령조의 음악보다 백번 낫다.
또 하나의 백미는 의상이다.
기생들의 의상은 전통 한복이 아니라 개량한복이다. 짧은 치마와 발목을 꼭 죄는 버선, 긴 저고리, 풍성하게 잡힌 주름. 배경만 조선이지 멋스러움을 앞세워 맘껏 바꿨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정갈하게 여민 저고리 태가 얼마나 고운지 모른다. 배우 한 명 한 명을 따로 떼어놓고 봤을 땐 미처 몰랐는데 커튼콜때 모아놓고 보니 마치 개량한복 패션쇼 피날레처럼 아름답다.
뮤지컬 ‘해어화’의 몇몇 장면은 ‘더 길었으면…’할 정도로 좋았다. 예기원 기생들이 걸음걸이를 연습하는 장면이나 민중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몰살 당하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더 듣고 싶고 더 보고 싶었다.
그럼에도 수첩엔 몇가지 아쉬운 점을 적어왔다. 단순히 비평을 하고자 함이 아니라 ‘해어화’가 완벽한 작품으로 태어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서다.
우선 주인공 산하와 여리의 대화가 좀 어색하다. 산하의 대사 중 대부분이 ‘∼한다’ 식의 문어체다. 구어체로 해도 될 것을 그리말하니 우스꽝스럽다. 자연스러운 어미로 고치는게 낫겠다.
또 산하와 소연의 포옹 장면에서 회전 무대가 너무 빨리 움직인다. 어렵게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이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속도를 늦춰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여러 관객들이 ‘사족’으로 지적한 요정 빵코의 역할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공연이 끝나자 많은 이들이 기립박수를 쳤고 특히나 빵코 분장을 한 윤복희씨가 등장하자 박수소린 더 커졌다.
많은 관객들이 배우 윤복희를 보고 싶어하는 것과 빵코의 역할이 극의 흐름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 모두 사실이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제작진의 몫이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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