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우정사업 무늬만 금융업
파이낸셜뉴스
2008.01.07 14:52
수정 : 2014.11.07 16:03기사원문
우체국예금의 시작은 지난 19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쟁자금을 모집하고 일본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어서 활성화되지 못하다가 해방 이후인 1952년에 우편저금법이 제정돼 오늘의 우체국금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1977년에는 지역금융기관과의 과당경쟁, 행정기관의 금융업무 취급에 따른 비능률, 우체국 고유업무에의 전념을 이유로 금융사업이 폐지, 농협에 이관됐다. 하지만 1983년 정보통신부의 잉여인력 활용 등을 위해 다시 재개됐다. 1997년 우정사업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돼 우정사업에 대한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부 장관의 승인하에 우정정책 심의기구로 우정사업운영위원회를 설치했다.
당시 국가가 운영하는 금융기관이라는 안정성 때문에 크게 성장했고 1999년 초에는 농협의 예금 인출사태에 맞춰 대대적인 광고를 펼쳐 규모를 확장하는 등 국가 공신력 효과를 통한 매출신장을 계속해 왔다. 현재 우체국 금융자산 운용 규모는 우체국예금사업 39조3000억원, 우체국보험사업 22조3000억원을 합해 총 61조6000억원에 달한다. 또 60조원이 넘는 운용자산을 금융기관예탁(31조원), 국·공채 매입(20조원), 공자기금예탁(5조원) 등에 분산해 운용하는 등 금융계의 '큰손'으로도 통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여전히 관료의 벽이 두터운 것이 국내 우체국 금융의 현실이다.
현재 우체국금융의 경우 조달은 '우체국예금보험에관한법률'에 따라야 하고, 운용은 '공공자금관리기금법'에 따라 여유자금을 공자관리기금에 예탁해야 한다. 이를 제외한 자금은 '우체국예금보험에관한법률' 및 '우체국보험특별회계법'에 따라 예치한다. 만약 손실이 발생하면 '우체국예금보험에관한법률' 제 4조에 의거, 국가가 보장하게 돼 있다.
특히 '국가의 지급보증 및 예금자보호'규정은 시장에서 금융기관과 경쟁하는 선진국의 우체국금융과는 달리 국내의 우체국금융을 '온실속의 화초'로 전락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민간금융기관의 예금 및 보험의 보장한도가 5000만원까지 정해진 반면, 우체국예금은 정부가 100%지급보증하고, 예금한도도 없다. 이에 대해 예금보험공사는 "우체국 금융에 대해서만 국가에서 원리금을 전액 보호할 경우 정부를 통해 금융산업의 불공정경쟁이 조장된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한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예보에 따르면 각 금융기관이 예금보험료를 납부하거나 단체기금을 적립해 파산위험에 대비하고 있으나, 우체국금융의 경우 자체기금을 적립하지 않고, 국가에서 직접 원리금 전액을 보호하는 것은 '모럴 헤저드'라는 지적이다.
또한 우체국금융은 지불준비금 적립의무가 없어 한국은행의 통제권을 벗어나 있어 예금잔고가 급증할 경우 통화관리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우체국금융사업에 종사하는 직원 대다수가 국가공무원법의 일반직, 기능직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어 문제다. 학계 관계자는 "직원의 신분이 국가공무원인 까닭에 신규 채용시 일반 행정가를 채용해 직원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타율적이고 경직적인 사업운용은 종사원의 동기유발을 제한하는 결과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 무늬만 금융...경쟁력↓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하다보니 우체국 금융의 경쟁력은 낮아졌다. 금융권 조사기관은 우체국금융의 제고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우체국 금융의 낮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질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체국 예금은 시중 은행과 비교해보 때, 신탁을 제외한 총자산순이익률(ROA)가 지난 2005년 기준 0.20%로 나타나, 우리(1.26%), 하나(1.05%), 국민(1.24%) 은행들의 5분의 1수준이었고, 농협(0.68%)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2006년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도 3.21%에 그쳐, 우리(16.33%), 외환(43.96%), 국민(20.35%) 은행들에 비해 극히 낮았다. 시중은행에 비해 우체국 영업점이 수적 우위임에도 불구하고 우체국의 금융 전문인력부족은 낮은 수익성과 비효율성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우체국금융의 채널부분 역량은 압도적인 영업점 수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채널 활용도는 열세"라며 "이는 비전문가인 직원들의 영업비중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 금융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체국 예금과 A은행의 인력,조직 부분의 역량을 전문가 분석을 통해 상대점수로 도출해봤다. A은행을 100점으로 가정할 때, 우체국은 방만한 경영으로 정규직 비율이 121점에 달해 은행보다 정규직 비율이 20%이상 높았고, 인당 수익성은 5분의 1수준인 19점을 기록했다.
이밖에 교육훈련(79점), 전문조직(74점)등을 기록해 A은행에 심각한 열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중기적으로 전문익력 채용을 확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전문성 중심의 조직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감독의 '성역'
이러한 낮은 경쟁력은 감독의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감독보다는 업무영역을 늘려주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에는 주식과 회사채에 투자 허용을 추진, 정책금융기관에 투자자역할을 부여해 '이해상충'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투자 확대를 추진했다.우체국 금융이 예금자금운용을 위해 업무용 부동산 취득과 처분·임대를 허용하고 그 범위와 보유 한도를 정보통신부령으로 위임토록 한 것이다. 이는 법무부 조차 부정적인 의견을 보일 정도로 무리한 추진이었다. 당시 법무부는 "예금자의 이익보다 예금 운용자인 우체국금융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국민의 예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06년에는 우체국 예금과 보험을 금융감독위원회에 검사대상에도 포함시키는 것을 추진했지만 이 또한 우체국 관할기관인 정보통신부 장관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도록 했다. 사실상 유일한 금융감독당국의 '성역'으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별정우체국에 대한 감독도 부실한 실정이다.
2006년에는 별정우체국 국장들이 지방의원을 병행하면서 3년간 25억원 챙기는 극심한 모럴해저드가 발생했다. 고질적인 별정우체국의 직책에 대한 상습도 국정감사에서 자주 지적됐지만 아직도 그대로이다.
■ 세계 우체국금융은 '변신중'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통신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우정사업본부를 분리, 민영화할 방침을 서둘러 밝혔다. 정보통신부가 우정사업의 민영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우체국금융의 민영화에 한국이 가장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2003년에 이미 공사형태로 전환해, 현재 민영화 단계에 왔고, 프랑스도 공사형태로 전환됐다. 우체국금융의 역사가 긴 서유럽의 독일과 뉴질랜드는 이미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됐으며, 미국은 아예 1966년에 우체국금융제도를 폐지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과거 정부의 지급보증과 우월한 점포망 등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비효율과 경쟁력 약화등으로 1998년에 6337억엔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일본은 2003년부터 일본우정공사를 발족해, 민간 출신의 CEO영입 및 기업경영기법를 도입하고, 재무내용의 건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등 개혁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과거 우정공사의 우편예금 사업부분이 자산 규모 226조엔으로 세계 최대 은행으로 성장했고, 보험 부분 역시 자산 규모 114조엔의 일본 최대 보험사로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